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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먹는 떡

중국 무비자의 빛과 그림자

by 안나

한국에 사는 누구도 몰랐죠.

떡 먹을 사람은 생각지 않았고 김치국 마시기도 전에 옛다, 먹어라 하며 1992년 8월 24일 한중수교 이래, 단 한번도 풀리거나 느슨해져 본 적 없는 관광비자가 풀렸어요. 떡을 먹으려면 김치국도 있어야 하고 손도 씻어야 하고 준비 좀 해야 하는데 갑자기 엄청난 떡이 우리 앞에 놓였어요.


중국 제로코로나 정책기간은 3년이 넘어요.

제가 2023년 3월에 상하이에서 교민들과 한국 패키지 고객 대상 여행사 세진여행사 따라 푸젠성 무이산 福建省 武夷山 1박 2일 패키지를 갔다 온 적이 있어요. 패키지를 자주 가지 않지만 여기는 노팁,노옵션,노쇼핑이에요. 받을 가격 다 받고 제대로 투어진행 하거든요.

무이산 투어를 하며 가이드님에게 지금 사람들이 여행을 못해 어떻게 하냐고 했어요. 특히 상하이 봉쇄 때, 여행사들은 완전 개점폐업상태였죠. 가이드님이 자기는 그래도 배우자가 일을 해 그나마 한 사람이라도 벌어 밥은 안 굶는데 혼자 버는 분들은 택배일, 공사장 일 하며 간신히 입에 풀칠한다고 하네요.

예전에 한국에서 단체관광객들 올 때 재밌고 좋았다고 하시네요. 지방에서 계모임이나 동네 분들 함께 오는 패키지 여행객들은 떡도 맞춰서 오신다고요. 이것 저것 반찬 같은 것도 많이 싸와 가실 때 남은 반찬하고 음식들 주고 가시는 데 양도 많고 맛있다고 하시네요. 언젠가 좋은 날 올 거예요. 하면 가이드님에게 힘 내시라고 응원해드렸는데요. 그 좋은 날이 이제 왔어요. 이 빛나는 순간에 저는 그림자를 봤어요.


한국에서 패키지 관광객이 들어오고 있어요.

제가 근무하는 홍췐루虹泉路에서 하루에 한번은 한국인 관광객을 태운 버스를 볼 수 있어요. 홍췐루 서울야시장 거리에서 관광객들이 구경하며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이 곳에 사는 우리에게 평범한 일상이 다른 곳에 사는 사람에게는 특별한 경험이 된다는 것을 다시 느껴요. 홍췐루에 와서 서울 야시장 구경하고 하이디라오海底捞가서 훠궈 먹고 발마사지 받는 일정 같아 보여요.


제가 IHG 호텔 티어 관리를 위해 공기를 재우러 집 근처에서 제일 저렴한 홀리데이인을 검색했어요. 쉬회이빈장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 호텔 徐汇滨江假日智选酒店 300위안에 뜨네요. 집에서 정리 좀 하다 보니 밤 10시가 넘어 갔어요. 도착하는 순간, 뜨악했어요. 2019년에 문 열었다는데 여기저기 낡고 관리가 안 된 상태였어요. 중국 호텔 노화 속도는 정말 빠르거든요. 그래서 중국 호텔들은 나이를 잘 봐야해요. 체크인 카운터에 직원 한 명 있고 그 밤중에도 체크인 하는 사람은 많아 한참 기다렸어요. 씨트립携程 같은 써드파티에서 250위안에도 예약 가능하니 투숙하는 사람들도 아무래도 그 수준에 맞는 사람들이 오더라고요.


IHG 다이아몬드 티어인데 환영 인사도 없고(나중에 고객평가 올 때, 첫 번째로 물어보는 질문이 멤버로 환영 인사를 받았나이거든요.) 칫솔 같은 어메니티도 안 줘 나중에 다시 받으러 갔어요. 방은 업그레이드했냐 물어봤더니 업그레이드 했대요. 뭔가 찜찜한 기분으로 엘레베이터를 탔어요. 엘베 안도 지저분하더라고요. 5층에서 내리는 순간, 건물 전체가 담배 냄새에 찌들어 있어요. 업그레이드했다는 방을 들어가니 23㎡ 제일 작은 방 그대로예요. 도대체 뭐가 업그레이드인지 나중에 보니 밖에 강이 보인대요. 뷰 업그레이드도 업그레이드로 치네요.


홀리데이인은 어디 가나 실내 구조와 장식이 똑같아요. 금연방이라고 하는데 담배 냄새가 배어있어요. 순간 그냥 집으로 가려다가 12시가 다 되어가니 너무 피곤해 하루만 자고 가기로 했어요. 씻으려고 보니 샤워호스 고장나 물 줄줄 새네요. 방 안에 있는 생수는 정수기물을 받아 생수병에 넣은 것 같아 보이는 생수예요. 수건도 얇고 누렇네요. 말하기도 귀찮아 그냥 씻기로 했어요. 객실 방문하고 벽하고 틈이 있어 빛이 들어와요. 소음도 당연히 같이 들어오고요. 옆 방 소리 다 들려요. 근데 한국말이 들리는 거예요. 제가 피곤해 잘못 들었나 생각하고 잤어요. 피곤하니까 잠은 오더라고요.


아침에 빨리 집으로 가야지 생각하고 그래도 카페 DB를 위해 조식 사진은 찍기로 했어요. 혹시 공기 재우러 올 사람도 있을테니까요. 조식당은 천장전등이 다 고장나 깜박깜박해 눈이 아프고 음식은 당연히 부실하고 흘린 것도 제대로 치우지 않아 지저분했어요. 그런 조식당에 한국분들이 들어와 깜짝 놀랬어요. 여기가 한국 사람들이 올 지역이 아니거든요. 패키지 관광객들이 여기 투숙했네요.


도대체 어디 여행사일까 궁금해서 집으로 가면서 호텔 앞에 서있는 버스를 봤어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다는 XX투어 표지를 보고 다시 놀랬어요. 패키지 관광객들은 위치는 안 좋지만 그래도 4성급 호텔은 가는데 홀리데이인 브랜드만 달았지 웬만한 로컬호텔보다도 시설, 위치,서비스 떨어지고 조식도 먹을 게 없고 내부는 담배 냄새에 절어 있고 침구에서도 담배 냄새가 느껴지는 듯 한 이런 호텔에서 한국인 패키지 관광객들이 묵다니요. 이런 호텔에서 묵고 한국 가면 중국 여행 갔더니 호텔 안 좋다, 냄새난다, 먹을 것 없다 이런 평만 하게 되겠죠. 도대체 얼마짜리 투어이길래 이런 호텔에서 투숙하는 지 한번 찾아봤어요.


3박 4일 449,000원 투어같아요.


일정표를 보니 도착 첫 날, 루이싱 커피,임시정부청사 방문 하고 2,3번째 날은 자유 투어, 4번째 날에 귀국하는 일정이네요. 가이드팁 20USD 별도이고요. 선택 관광은 이렇게 되어 있어요.

요금표.PNG

비용 분석해 보면

항공료가 그룹요금 받았을 테니까 25~30만원 정도

50인승 대형 버스 빌리는 비용이 하루 2,000위안X4=8,000위안 20명이면 1인당 400위안 30명이면 266위안 정도

호텔비가 하루 300위안 1인당 150위안X3=450위안

루이싱 커피 한잔 10위안, 임시정부청사 입장료 20위안

총 비용 한화 환산 최저 42만원에서 패키지 판매 가격인 49만원 정도예요.



호텔 리스트를 봤더니 다 외곽에 있는 홀리데이인이나 홀리데이 익스프레스인데 평균 300위안 호텔을 4성, 심지어 4.5성까지 표시해 놨더라고요.


Capture.PNG

제가 중국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가성비 최고의 여행지예요.

물론 관광지 입장료는 세계 최고 덤터기를 씌우지만 자국민에게 씌우는 바가지이고요. 자연, 문화,역사 유적 풍부하고 볼 것 많고 먹을 것은 더 많고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가격으로 호캉스하고 신선한 제철 과일, 야채 맘 놓고 먹을 수 있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요. 이 좋은 여행지에 와서 공기나 잘 수 있는 안 좋고 냄새나는 호텔에서 자고 바가지 옵션 투어하고 만난 중국 사람들은 식당,호텔 종업원이나 관광지 안내원 정도인데요.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에서 무엇을 보고 느낄 수 있고 갈까요? 이분들이 한국 가면 중국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시선이 더 굳어질 수도 있어요.


그동안 코로나로 힘들었던 여행사들도 중국 무비자라는 생각지도 않았던 큰 떡을 받았는데요. 중국 여행은 평생 해도 다 못해요. 좋은 여행 프로그램 만들어 중국에 오고 또 오게 하면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잖아요. 떡을 마구 먹으면 먹을 떡도 없어지고 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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