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으로 떠난 이별 여행 1부

by 안나



아침은 늘 다가오지만, 오늘은 이별과 함께 왔다. 이미 예정된 이별임을 알고 있지만, 헤어짐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새벽 네 시 반. 잠기운 남아 있는 손으로 출발 준비를 한다. 늦지 말아야 한다. 일곱 시 반 비행기를 타야 한다. 늘 하는 출발 준비지만, 오늘은 왠지 신경이 쓰인다. 오늘은 다른 날이니까.


공항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느리게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본다. 유리창 밖의 도시는 평소와 다르지 않은데, 나만 혼자 다른 시간대에 있는 것 같다. 상하이 홍차오 제2터미널에 도착해 F 카운터로 향한다. 동방항공은 스카이팀 소속이라 백만 모닝캄도 비즈니스 클래스 전용 카운터에서 앉아서 체크인을 한다. 부칠 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한다. 오늘은 여행이 아니라 이별을 하러 가는 길이다. 최소한의 세면도구와 이북 리더기, 슬픈 마음만 배낭에 넣고 간다.


베이징이나 선전, 광저우 같은 대도시로 가는 비행편은 전용 보안검색 통로를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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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통과해도 비행기는 정해진 시간에 뜬다. 서둘러도, 멈춰도, 시간은 제 갈 길을 간다. 탑승은 그라운드 방식이다. 버스를 타고 비행기로 이동한다. 비상구 좌석 바로 뒤편에 앉는다. 동방항공 승무원들은 비상구 좌석 승객들에게 주의사항을 읽어주고 서명을 받는다. 책임소재를 분명히 한다. 이제는 비상구 좌석은 돈을 주고 앉으라고 해도 마음이 편치 않은 자리다.


자리에 앉자마자 졸음이 쏟아진다. 아무리 슬프고 아파도 사람은 먹고 자야 한다는 기본 조건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순항 고도에 이르자 기내 서비스가 시작된다. 두 시간 남짓한 비행, 서비스는 느긋하다. 고기가 들어간 스파게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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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르트만 먹는다. 뭔가 먹지만 먹는 것 같지 않다. 이른 비행이라 기내는 대부분 잠들어 있다. 모두가 잠든 이 공간에서 나만 깨어 있다. 얼핏, 선잠이 들었나 보다. ‘띵동.’ 착륙 준비를 알리는 기장의 방송에 잠이 깬다.


선전에 내리자 공기가 확 다르다. 22도. 북아열대의 상하이에서 아열대의 선전으로 내려오니, 공기부터 후덥지근하다. 출발할 때 입고 온 파카를 돌돌 말아 가방에 넣는다.

선전 공항에서 홍콩 침사추이로 가는 버스 표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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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회사가 경쟁하듯 늘어서 있다. 어차피 한 번만 탈 길이라 가장 먼저 보이는 회사 표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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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위안. 이별하는데도 돈이 든다. 버스는 공항을 출발해 40분 만에 선전 출입국에 도착한다. 중국 출국 수속을 마친 뒤 중국과 홍콩의 경계 지역을 걸어서 이동한다. ‘하나의 중국, One China’를 외치면서 왜 입출국 수속을 따로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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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Hong Kong.’ 이미그레이션을 통과하며 2026년 3월 12일까지 체류 가능하다는 종이를 받는다. 90일 무비자 체류. 하루 이별을 위해 온 나에게는 너무 많은 시간이다. 나는 이곳에 머무르러 온 것이 아니라, 헤어지러 왔다.


다시 버스를 타고 이제야 진짜 홍콩으로 들어간다. 여러 회사의 버스가 줄지어 서 있어 잠시 망설이지만, 선전에서 출발할 때 옷에 붙여 둔 스티커를 보고 직원이 나를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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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득 태운 버스는 홍콩을 향해 달린다. 아파트 사이 간격은 점점 좁아지고, 건물은 점점 높아진다. 거리에는 사람과 차가 많아지면 버스는 점점 느리게 간다.

침사추이에 도착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갈 곳이 있는 지 빠르게 내리지만, 나만 한 박자 늦게 내렸다. 이제 정말 이별의 땅에 도착했다는 실감이 난다.


홍콩 유심은 하루 로밍으로 준비했다. 구글 지도가 자유롭게 되는 도시지만, 오랜 시간 ‘디지털 감옥’에 살다 보니 구글을 켜는 것조차 낯설다. 홍콩 땅에서 고덕 지도를 연다. 목적지까지는 도보로 십 분 남짓.

하버시티. 전 세계 명품 매장이 늘어선 홍콩 최대의 번화가를 천천히 걷는다. 기온은 높은데 건물 그늘에 들어서면 갑자기 서늘해진다. 계절 탓일까, 아니면 마음이 먼저 식어 가는 걸까. 고덕 지도는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알린다.


2020년 3월, 코로나라는 이름의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바이러스 앞에서 우리는 봉쇄되었다. 봉쇄와 격리는 끝날 줄 모르는 굿판 같았다. 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밖에 있던 시간보다 안에 있던 시간이 더 길었다.


제로 코로나에서 위드 코로나까지, 상하이 봉쇄 75일을 함께 견뎌낸 너와 여기서 이별한다. 이제 더 이상 같은 시간과 공간에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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