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한 그 모든 것이 좋았다. 쑤저우 류원

by 안나

강남에서 수향마을만큼 자주 불리는 이름이 있다면, 정원이에요

청더의 피서산장, 베이징의 이화원, 그리고 쑤저우의 졸정원과 류원

중국 4대 명원이라 불리는 이 네 곳을 가 본 제가 느끼는 것은 정원마다 목적과 결이 달라요.

피서산장과 이화원은 권력자를 위한 공간과 자연을 다룬 곳이라면,

쑤저우의 졸정원과 류원은 사람과 자연의 어울림과 조화를 위한 공존의 공간이에요.

쑤저우에 오면 사람들은 늘 고민하죠.

“어느 정원을 가야 할까.” 시간과 비용, 그리고 첫인상까지 고려하면 대부분은 졸정원을 선택해요. 입장료 80위안을 낸 만큼 넓고, 화려하고, 한눈에 ‘명원’ 임을 증명하죠.. 강남 정원을 처음 만난다면, 졸정원은 충분히 친절한 정답이죠.


쑤저우를 여러 번 찾았지만 류원은 이번에 처음으로 가봤어요.

숙소에서 700m 거리라 걸어가기 딱이에요. 입장료 55위안은 가볍지 않았지만, 기분은 가볍게 갔어요.

쑤저우 가로수길

류원은 크지 않지만 밀도가 있어요.

공간은 절제되어 있고, 스스로를 드러내기보다 서로의 배경이 되어주는 공간

명, 청 시대 만들어진 건축이라 믿을 수 없는 높은 완성도를 자랑해요.

가장 시선을 붙잡는 것은

태호 자연석으로 만든 높이 6.5미터의 관운봉(冠云峰)

돌은 비틀리고, 구멍을 품고

물과 돌은 말없이 어울려요. 설명은 없고, 설득도 없이 같은 자리에 머물러요.


700미터에 이르는 회랑은 직선이 아닌 빠르게 걸을 수 없는, 걸을 수 있어도 빠르게 걷기 아까운 길이에요.

회랑을 따라 걷다 보면 서로 다른 풍경이 하나씩 나타나요.

정원은 보여주기보다 천천히 열리는 법을 알려 주네요.

류원은 ‘留’,

사람을 붙잡아 두지 않아도 스스로 머물고 싶어지게 해요.

이 정원은 한 사람의 취향으로 완성되지 않았어요.

명나라 관리 서태시(徐泰时)가 처음 조성한 뒤,

청대를 거치며 주인이 바뀌고 확장과 보수가 반복되었다고 하네요.

여러 시대의 미감이 겹겹이 쌓여 지금의 류원이 되었다고 하네요.

중국어 가이드 투어에 참여했어요.

모든 설명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어디에서 멈추어야 하고, 무엇을 봐야 하는지 포인트만 집어줘도 큰 도움이 되어요. 입장료는 비수기라 45위안이고, 짐을 맡길 수 있는 락커도 잘 되어 있어요.

류원은 네 개 구역으로 크게 분류하는데

중부는 가장 균형 잡힌 중심,

동부는 읽고 사유하는 건축의 공간,

서부는 태호석으로 만든 입체적인 산수,

북부는 대나무와 여백이 남아 있는 자연을 보여준다고 해요.

창과 문, 틈을 통해 풍경을 끌어오는 차경(借景)은 더 많이 보여주려 하지 않고, 덜 보여줌으로 오래 보게 만들어요.

넓고 화려하지 않지만 잘 짜인 구조와 차경을 통해 볼 수 있는 멋진 풍경,

자연을 보는 대상이 아니라, 읽고, 느끼고, 머무는 경험으로 바꿔 놓은 곳,

류원

너와 함께한 그 모든 것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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