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하지 않은 수수苏绣, 실 한 올에 담긴 극한의 미학

by 안나

쑤저우를 상징하는 단어를 꼽으라면 단연 실크와 자수예요. 그냥도 예쁜 실크 위에 다시 자수를 놓아 아름다움 위에 화려함을 한 겹 더해요.

후난성 창사의 샹자수(湘绣), 쓰촨성 청두의 촨자수(蜀绣), 광둥성의 웨자수(粤绣), 그리고 쑤저우의 쑤자수(苏绣)를 중국 4대 자수라고 불러요. 물론 중국 전역에 자수는 다 있지만 지역마다 기질과 성격은 뚜렷해요.

쑤저우 자수거리에 직접 가봤어요.

중국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건 전통 예술에 대한 대접이 극진하다는 거예요. 전통 예술을 산업처럼 키우는 클러스터가 너무 잘 갖춰져 있어요. 징더전(景德镇)에 가면 도자기를 만들기 위한 모든 것이 준비돼 있고 푸젠성 취안저우 더화현(德化县)에 가면 백자를 위해 도시 전체가 움직여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도 그곳에 가면 도자기를 한번 빚을 수 있어요. 재료부터 제작, 유통, 판매까지 시스템이 거의 완성형이에요.

쑤저우 자수거리도 다르지 않아요. 쑤저우 시내 전통 자수 공방이 밀집했던 지역인 虎丘区 高新区镇 湖街道 绣馆街 1号 일대를 중심으로 중국자수예술관(中国刺绣艺术馆)을 비롯해 무형문화유산 기반의 장인촌, 박물관, 연구·전시 공간을 만들었어요. 자수를 위한 도시 안의 도시 같아요.

자수예술관은 전시·연구·교육·체험이 결합된 종합 자수 문화시설이에요. 국가급 무형문화유산 전승 장인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현대 디자인과 자수의 결합도 적극적으로 보여줘요. 전시를 보다 보면 이런 생각이 절로 들어요. 도대체 어디까지 할 수 있는 거냐고요.

이게 정말 자수가 맞나 싶어 다시 보게 되는 작품들이 가득해요.

수를 놓는 방법에 대한 자세한 안내도도 있어요. 방법을 안다고 해서 저렇게 할 수 있는 건 또 전혀 다른 문제예요.

특히 양면자수 작품 앞에서는 발걸음이 멈춰요. 앞과 뒤가 같은 작품도 있고 아예 서로 다른 그림이 나오는 작품도 있어요.

쑤저우 자수는 실이 매우 가늘고 바늘땀이 촘촘하며 색의 농담을 회화처럼 표현하는데 특히 양면자수(双面绣)로 유명해요. 양면자수는 단순히 앞뒤가 다 보이게 놓는 기술이 아니에요. 실의 시작과 끝, 매듭 자체를 완전히 지워버리는 고난도 공예예요. 쓰촨 성의 변검과 더불어 중국 2대 국가 기술이 아닐까 싶어요. 순전히 제 개인 의견이에요.

이 일대를 중심으로 자수 공방과 장인 작업실, 소규모 갤러리, 체험 공간이 몰려 있어요. 장인 공방을 둘러보면 어느 스승에게 배웠고 어떻게 전승되는지를 정말 자랑스럽게 보여줘요.

직접 수를 놓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세상에 이런 극한 직업이 또 있을까 싶어요. 하루 10시간 이상 같은 자세로 거의 보이지도 않는 바늘과 실을 다뤄요.

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 몇 달은 기본이고 몇 년이 걸리는 경우도 많다고 해요. 작품 가격도 억대를 넘는 대작부터 실용품에 자수를 더한 비교적 가벼운 제품까지 정말 다양해요.

쑤저우 자수거리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에요. 2천 년 자수 문명이 응축된 살아 있는 공예 현장이에요.

명·청 시대에는 황실 진상품이었고, 쑤저우는 중국 자수의 수도로 자리매김한 수수苏绣는 절대 수수하지 않은 절대 기교와 아름다움을 보여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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