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파도

by Bike and Books


12월 첫 주, 스페인에 다녀왔다. 차를 빌려서 마드리드, 부이트라고, 부르고스, 온냐, 프리아스, 빌바오, 게르니카, 산세바스티안, 리오하, 로그로뇨. 많은 도시들을 들르며 여행을 했다. 중세 소도시, 무너진 산업을 미술관과 문화로 일으킨 대도시, 휴양지, 순례길의 도시. 각 도시마다 고유의 분위기가 느껴져 좋았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이베리아 반도, 그 대지의 풍경이었다. 북부 특정 지역에는 높은 산과 거대한 바위들이 있기도 했는데 그 외 대부분은 360도 어디를 둘러보아도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 마치 바다의 그것과 같은 땅의 파도를 볼 수 있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낮은 구릉 위에 땅의 흐름 따라 만든 구불구불한 도로를 달리니 마치 물 위를 달리는 것 같은 일렁임이 느껴졌다. 땅의 일렁임, 대지의 파도. 어떤 말로 표현해도 부족한 느낌, 그 느낌.


몇 번이나 차에서 내려 뱅그르르 돌며 펼쳐진 땅의 풍경을 바라보고 감탄했다. 땅 끝에서 솟아오른 무지개를 보기도 하고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을 보기도 하고 그러다 불쑥 나타난 도시에 아랍인이 남겨둔 알카사르를 들러보기도 하고.


속을 드러낸 붉은 땅과 하얗게 마른 겨울 밀밭이 몬드리안의 작품보다 더 아름다웠다. 곡선과 곡면, 자연을 적당히 이용한 인간의 손길. 모든 것이 적당한 풍경들이 좋았다.


스페인에 오래 머물면 좀 더 긴 글, 좀 더 나은 긴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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