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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경수 Nov 19. 2023

네 번째 사과

4th apple for human

  세상을 바꾼 사과(Apple)가 여러 개 있다. 첫째로, 이브의 사과인데, 이브는 금지된 사과를 따먹음으로써 세상을 바꾼다. 이브의 사과 이후로 우리는 '죄'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다. 둘째로, 뉴턴의 사과가 있는데, 뉴턴은 사과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고안할 수 있었다. 뉴턴은 사과를 매개로 인류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그의 사과는 우리에게 '중력'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세 번째 사과는 세잔의 사과이다. 세잔은 사과를 대상으로 많은 작품을 남긴 화가인데, 그의 사과는 미술계에 큰 영향을 주었다. 세잔의 사과 이후로 현대미술에서 색채와 형태는 기존의 형태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세잔의 사과 이후로 우리는 입체주의 예술과 야수주의 예술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네 번째 사과가 21세기에 등장한 것 같다.


  그 사과는 바로 스티브 잡스의 사과이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2011)는 애플의 공동창업자이자 전 CEO로써 유명하다. 스티브 잡스의 사과가 세상을 바꾸지 않았다면, 지금의  스마트폰은 상상 속의 기술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잡스는 그 상상을 실현시켰고, 아이폰이 탄생했다. 


iPhone 

  아이폰은 애플이 발표한 스마트폰으로, 최초의 스마트폰이라 말할 수 있다. 3.5인치의 작은 화면과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최초의 아이폰은 현재의 아이폰보다 훨씬 작고, 작업속도도 느렸다. 하지만 그 첫 등장 당시에 그 존재는 너무나도 크고, 빠른 기기였다. 무엇보다 커다란 컴퓨터가 아닌 작은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하고, 영상을 본다는 것이 아주 신선한 충격이었다. 당시에 컴퓨터와 전화기는 확실히 구분된 기기였다.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작업은 오로지 컴퓨터로만 가능하며, 전화기로 할 수 있는 작업은 전화기로만 가능하다는 것이 당연한 담론이었다. 하지만 아이폰의 등장으로 손바닥 안에 컴퓨터, mp3플레이어, 카메라 등 여러 기기를 한 번에 담을 수 있게 되었다. 


  맛집 블로거를 예로 들자면, 과거의 블로거는 카메라와 노트북을 소지해야 사진이 있는 글을 포스팅할 수 있었다. 그리고 포스팅이 만약 상업적 광고를 포함한다면 클라이언트의 컨펌도 받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과거의 맛집 블로거가 리뷰를 쓰기 위해선 노트북, 카메라, 휴대폰 등 많은 물건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발전한 현재, 우리는 스마트폰 한대만 있으면 리뷰를 작성할 수 있다.


  잡스의 사과는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물건에 무한한 가능성을 부여함으로써 휴대폰의 중요성을 부각시켰으며, 혁신의 아이콘이 되었다. 


iPad 

잡스의 사과(애플로고)는 아이폰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따라서 잡스의 혁신을 아이폰만으로 한정한다면 그건 오산이다. 어쩌면 잡스의 진정한 업적은 이 기기일 수도 있다. 아이폰의 등장으로 우리가 '스마트폰'이라는 물건을 창조할 수 있었다면, 아이패드의 등장으로 우리는 '태블릿 PC'라는 물건 또한 창조할 수 있었다.


  아이패드는 컴퓨터라기엔 그 기능이 가볍고, PMP(Portable Media Player)라고 하기엔 기능이 많다. 따라서 이 두 개념은 아이패드를 설명할 수 있는 적절한 개념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우린 태블릿 PC라는 새로운 개념을 창안하게 된다. 그리고 아이패드는 태블릿 PC의 대표주자가 된다. 


잡스 이후

  잡스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라는 개념을 창조한 것으로만 세상을 바꾼 것이 아니다. 애플의 제품은 업계에만 파장은 준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큰 인상을 주고, 두터운 팬덤을 형성했다. 그래서 '사과농장', '앱등이'와 같은 신조어도 생겨났다. 애플은 그들이 창안한 추상적인 개념과 기술로만 우리의 삶에 침투한 것이 아니라 애플의 제품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우리의 삶에 들어왔다. 


  췌장암을 앓던 잡스는 아이폰4S를 유작으로 남기고, 2011년에 작고한다. 따라서 그의 공백을 채울 후계자가 누가 될지가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혁신을 거듭해서 대중을 감동시킨 그의 후계자를 맡는다는 것은 참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의 후계자는 현재도 애플의 최고경영자인 팀 쿡(Tim Cook, 1960~)이다. 누구는 잡스 이후로 애플은 망했다며 한탄하고, 누군가는 그의 후계자인 쿡의 행보를 기대했다. 


  쿡이 이끄는 애플은 잡스의 철학과는 많이 다른 제품을 선보였다. 잡스는 항상 아이폰을 만들 때 한 손으로 조작가능한 사이즈를 고수했다고 한다. 따라서 그가 생존할 당시 아이폰의 크기는 항상 3.5인치로만 출시되었고, 디자인에 큰 변화가 없었다. 그래서 홈버튼과 3.5인치의 디스플레이를 가지면 시리즈 구분 없이 그냥 다 아이폰으로 취급되었다. 하지만 쿡이 경영하는 애플은 기존의 보수적인 디자인이 아닌 새로운 디자인의 아이폰을 출시했다. 기존의 3.5인치던 아이폰은 4인치로 커졌으며, 기존의 3G뿐만 아니라 LTE도 지원했다. 아이폰5 이후에도 아이폰의 변신은 항상 무죄였다. 새로 출시되는 모델마다 최대 판매량을 갱신했다.


AirPods

  애플이 가장 최근에 이뤄낸 혁신을 내게 물어본다면 나는 에어팟(AirPods)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에어팟은 2016년에 애플이 출시한 무선이어폰으로, 출시 당시에 논란이 많았다. 우선 20만 원이라는 무시무시한 가격도 논란이었으며, 이어폰까지 충전해야 하는 귀찮은 시대가 열리는 것이 당시 사람들은 싫었나 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갑자기 이어폰 꽂는 포트를 없애는 과감한 애플의 선택이 무엇보다 논란이 많았다. 에어팟이 출시될 당시에도 물론 무선이어폰은 있었다. 하지만 그때 당시 무선 이어폰은 필수도 아니고, 권장도 아닌 수많은 선택지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애플은 과감하게 포트를 없앰으로써 무선 이어폰 구매를 권장하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런 걸 누가 사냐며 조롱했고, 자기는 절대로 안 살 것처럼 행동했다. 


  그러나 7년이 지난 2023년 현재는 무선 이어폰이 더 흔하고, 유선 이어폰을 쓰는 사람이 오히려 힙해 보인다. 또한 이어폰 포트가 있는 휴대폰을 찾기 또한 어렵다. 애플의 경쟁사인 삼성의 갤럭시 또한 애플처럼 이어폰 포트를 없애고, 갤럭시 버즈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에어팟 출시 전에 우리에게 무선 이어폰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당시의 대중에게 이어폰은 당연히 유선이었으며, 무선인 이어폰이 특이한 물건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현재는 그 상황이 역전되었다. 애플이 에어팟을 출시한 초기에는 비난과 조롱을 받았지만, 지금의 관점에서 본 애플은 선구자이자, 혁신의 아이콘이다. 


라이트닝의 의미

  애플의 제품만이 유일하게 라이트닝 규격을 사용한다. 아이폰, 아이패드, 에어팟 등 애플의 많은 제품들은 라이트닝 단자로 충전해야 한다. 전 세계에서 이 규격을 사용하는 브랜드 혹은 제품은 애플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라이트닝 케이블, 충전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여러 개도 아닌 하나의 브랜드의 단독 규격이 이렇게 배려받는 것이 마땅한가?


 샤오미, 노키아가 그랬다면 마땅하지 않았을 것이다. 애플의 단독 규격은 이유 있는 자신감이었을까? 아이폰 15부터는 타사제품들과 마찬가지로 USB-C포트로 변경되었지만, 그전까지 아이폰은 10여 년 동안 단독 규격을 고수해 왔다. 비난과 조롱을 받으며 불편한 라이트닝을 고수했음에도 아이폰이 아직까지 메이저로 인식된다는 점은 애플의 위상과 그 제품의 훌륭함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인 것 같다. 이제는 EU의 요구로 인해서 그것을 포기했지만, 애플은 계속 단독규격을 유지했어도 잘 팔렸을 것 같다. 그런데, EU라는 명분으로 C타입으로 바뀌면서 오히려 대중에게 더 다가간 것은 아닐까 싶다. 


앞으로의 애플은?

  애플이 이루어낸 혁신은 이 글에서 다룬 것 외에도 많을 것이며, 내가 모르는 부분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눈에 띄는 발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로 발전했다고 여겨지는 아이폰은 다음에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기대가 된다. 그리고 애플 비전인가? 그 고글 같은 스마트 글라스도 출시되면 또 한 번 세상에 큰 변화를 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갈수록 닮아가는 아이폰과 갤럭시, iOS와 Android. 이 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요즘애들은 아이폰만 고수한다는데 그거에 대해서도 한번 다뤄야겠다. 라떼는 아이폰은커녕 보급형 스마트폰만 사줘도 감지덕지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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