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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경수 Nov 20. 2023

독전 시리즈 평론

1편은 망작이라 믿고 싶었고, 2편은 명작이라 믿고 싶었다.

  독전의 영어이름이 왜 "Believer"인지 개봉당시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당시에는 영화 자체를 음미하면서 즐기기보다, 이해가능한 내러티브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만를 음미했던 것 같다. 그래서 2018년에 독전 1편이 개봉했을 때 나는 이 영화를 좋게 평가하지 않았다. 마지막에 들린 총성은 누가 누구를 쏜 것인지 관람자의 입장에서는 알 수 없었으며, 끝까지 이선생이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편 개봉 후 무삭제판이 나와서 봤다. 그런데 무삭제판을 봐도 이 영화의 찜찜함은 풀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미스터리 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가 별로였다.


  요즘은 택시를 통해서도 광고를 많이 하더라. 그래서 넷플릭스에 접속하지 않아도 신작이 뭐가 나왔는지 잘 알 수 있다. 그래서 독전 2가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드디어 저 찜찜함을 5년 만에 풀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차기작이 기대가 되었다. 그래서 1편을 넷플릭스에서 5년 만에 다시 봤다. 다시 본 1편은 처음 봤을 때와는 다른 감흥을 느낄 수 있었다. 5년이 지난 이제야 이 영화의 진가를 알아본 것 같았다. 그래서 왜 이 영화의 영어이름이 "Believer"인지 깨닫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영화 이름의 의미와 나름의 해석을 풀어나가고, 개인적인 감상평을 말해보고자 한다. 1편에 대한 이야기를 마친 후 차기작에 대해 말해보겠다. 스포주의이며, 1편과 2편 모두 관람을 마치고 이 글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1편

Believer인 이유

  왜 이 영화 이름이 영어로 Believer일까? 이 영화를 처음 볼 당시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문으로 '독전'이 믿는 사람 그런 뜻인가? 그렇게 생각을 했다. 그런데 Believer(이하 '믿는 자')만큼 이 영화를 잘 표현한 제목이 없다는 생각이 이번 재관람을 통해서 들었다. 이 작품에서 모든 등장인물은 무언가를 믿는다. 조원호(조진웅 배우분), 서영락(류준열 배우분), 브라이언(차승원 배우분), 박선창(박해준 배우분), 진하림(故김주혁 배우분) 등 모든 등장인물은 각자가 믿는 바가 있다. 조원호는 이선생을 잡을 수 있다고 믿고, 서영락은 이선생이 자신의 반려견 라이카에게 피해 입히지 않았다고 믿는다. 또한 서영락과 브라이언은 1편에서 각자 자신이 이선생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1편에서는 이선생이 누구인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누가 진짜 이선생인지 모르는 열린 결말이었다.) 박선창은 서영락만이 라이카를 제조하는 기술자들과 소통이 가능하며, 그들을 통해서만 최상급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브라이언이 박선창에게 서영락을 업무에서 배제시키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는 서영락이 조직에 꼭 필요한 인물이라고 호소한다. 그 외에도 많은 인물들이 나오지만 크게 비중 있지 않았으며, 그들에게도 무언가를 믿는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굳이 언급해야 하나 싶어서 생략했다. 이 영화에서는 모두가 무언가를 믿는다. 하지만 그 믿음이 타당하며, 유효한지는 영화 속 인물들도 모르며, 제3자인 관람자도 모른다. 그래서 자신이 이선생이라 말하는 브라이언과 서영락 중에서 누가 진짜 이선생인지 아무도 모르며, 어떤 관람자는 조진웅이 이선생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독전 : 익스텐디드 컷(확장판)

  1편을 보고 열린 결말이 주는 찝찝함과 불확실성 때문에 확장판 개봉 소식을 접했을 때 무조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1편을 보면 적어도 누가 이선생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누가 이선생인지는 확장판을 통해서도 알 수 없었다. 조원호가 서영락을 위치추적기를 통해서 찾아내고, 그와 대담하던 와중에 총성이 들리고 1편은 끝났다. 그런데 확장판에서는 그 총성 후 누가 살아남았는지를 보여줬다. 그런데 그게 조원호였다. 


  그렇다면 이선생을 쫓던 마약반 형사인 조원호가 이선생이라는 건가? 확장판은 오히려 더 혼란을 주었다. 확장판에서 주는 추가적인 정보는 총성 후에 조원호가 살아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서영락이 죽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또 나는 미궁으로 빠졌다. 대체 이게 뭐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후속작이 또 나오나?


2편

왜 서영락을 다른 사람이?

  2편을 보면서 가장 몰입을 방해한 요소가 하나 있는데, 그건 서영락 배역을 맡은 배우가 교체되었다는 점이다. 1편에서는 분명히 류준열 배우분이었는데, 2편에서는 오승훈 배우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2편을 틀고 오승훈 배우분을 서영락으로 여기는 분위기를 보고 혼란이 왔다. 분명 내가 아는 서영락은 저렇게 안 생겼는데... 심지어 서영락이 비중 없는 조연도 아니라서 무시할 수도 없고, 페이스 오프라는 설정도 아니고 그냥 배우분만 바뀐 거라서 몰입하는데 너무 방해되었다. 얼굴이 바뀌는 명분이 있었다면 오히려 받아들이고 이해할 텐데, 그런 것도 전혀 없었다.


2편에서 밝혀진 이선생

당신은 누군데 이선생이세요?

  나는 이선생이 위의 제작 확정 포스터에 있는 사람 중에 하나일 줄 알았다. 속고 속이는 이 전쟁에서 저 중에 하나는 이선생일 거라 믿었다. 어쩌면 나도 Believer였나 보다. 그런데 전혀 생소한 인물이 이선생이라고 나타났다. 그래서 저 사람도 이선생이라 사칭하는 단역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진짜 이선생이라 더 당황했다. 1편에서는 극 중에 나온 사람들 중에서 이선생이 있는 것처럼 스토리를 잘 짜놓고, 관람자에게 추리하는 즐거움을 주었지만, 2편에서는 전혀 생소한 인물을 이선생으로 드러내서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심지어 중국인이다. 중국에도 이 씨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당연히 이선생이 한국인일줄 알았다. 



1편의 진하림

  1편에서는 진하림이 회장님이라 불렸다. 그리고 마치 조직의 보스인 것처럼 나왔으며, 그 존재감이 매우 강렬했다. 故김주혁 배우분의 유작인 이 작품에서 그 연기의 진가를 느낄 수 있었다. 그 정도로 진하림은 비중 있고, 메인빌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미친 연기와 액션으로 진하림과 조진웅이 싸울 때만큼은 내러티브가 이해되지 않아도 이 영화를 몰입해서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2편에서는 갑자기 진하림이 이사라고 한다. 심지어 이선생이 그의 보스란다. 1편에서의 설정은 정말 무시된 채, 진하림은 어떻게 되는 거지? 1편에서는 마치 길림성에서 가장 높은 마약상처럼 보여주고, 이선생을 만나보지 못한 것으로 나오는데, 2편에서는 사실 그가 이선생의 부하였다고 나온다. 심지어 2편에서 과거에 그들이 만나는 장면이 노골적으로 나온다. 그런데 어떻게 1편의 진하림은 이선생을 모를까? 2편은 기존의 세계관을 보충설명해 주고, 확장해 주기보다는 1편의 세계관을 왜곡하고, 그와 충돌하는 상이하지만 같은 시리즈의 영화였다.


2편은 후속작이 아니라 '보충작'인가?

  1편과 2편의 단절은 이해할 수 있다. 그래 어느 추운 마을에서의 총격 전의 프리퀄이겠지. 그럴 수 있지. 그런데 2편에서 진하림이 전편과 달리 이선생의 부하이자 회장이 아닌 이사로 불린다는 점이 나는 너무 이해가 안 간다. 이건 반전이 아니라 모순이다. 어쩌면 2편은 1편의 기존 내용을 왜곡한 작품일 수도 있다. 그리고 김주혁 배우분이 작고하신 만큼 후속작에서 변요한 배우분을 통해서 과거회상으로써 진하림을 드러낸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왜 서영락은 류준열 배우분이 맡지 않았을까? 나는 이 점이 너무 이해가 안 간다. 물론 영화도 비즈니스이고, 인간관계가 들어가기 때문에 감독의 마음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하지만 왜 같은 시리즈의 같은 인물이 어느 설정 하나 없이 갑자기 얼굴이 바뀌지? 그리고 관람자들은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전체적으로 2편은 1편과 별개의 작품인 것으로 느껴진다. 2편의 내용은 1편의 중간에 생략된 내용으로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1편에서는 브라이언의 고문 이후에 서영락과 조원호가 만나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이때 생략된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2편의 본질인 것 같다. 하지만 모순적인 스토리와 처음 보는 드러나는 생소한 인물이 갑자기 진짜 이선생이라는 점은 이 영화를 망작으로 만드는 요소인 것 같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다고 본다. 변요한 배우분은 과거 회상 장면에서 진하림을 나오는데, 비중은 적었지만 강렬했다. 그리고 섭소천 역할을 맡은 한효주 배우분도 낯썬 모습이었지만, 굉장히 잘 소화해 낸 것 같다. 조선족 사투리를 쓰는 중국인으로 나오는 건 받아들일 수 있는데, 그 꾀죄죄한 모습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평소에 내가 알던 한효주 배우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 역할을 충분히 소화해 내고, 기존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영화의 배우들은 할 수 있는 만큼 했고, 최선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모순적인 내러티브가 이 영화를 망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영화는 1편과 무관하게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며, 1편이 원래 완성작이었으나 억지로 2편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2편에서 뜬금없이 한 노년의 중국인이 이선생으로 나오는 것보다 차라리 1편의 인물들 중에서 이선생이 있었다는 게 오히려 더 납득이 같을 것이다. 1편의 열린 결말로 그냥 찝찝하게 이 시리즈를 마쳤다면 그냥 해석학적으로 생각해 볼 만한 영화였을텐데, 2편은 뇌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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