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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경수 Dec 11. 2023

내가 유튜브 프리미엄을 해지한 이유

광고가 없어지고, 다른 것도 없어졌다.

출처 : 위키트리 「"국적을 바꿔서라도..."…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 인상에 누리꾼 '부글부글'」, 2023-12-08 17:30.

  얼마 전에 메일이 한통 왔다. 유튜브에서 온 메일이었다. 생전 유튜브로부터 메일을 수신한 적이 없어서 그 수신자를 보고 의아했다. 댓글도 안 달고, 플레이리스트도 비공개로 만드는 내가 왜 유튜브에게 메일을 받았을까. 찔릴 행동 하나 하지 않았는데, 왠지 좀 찔렸다. 그리고 내용을 보니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을 인상한다더라. 


  유튜브는 다방면에서 많이 이용되고 있다. 요리연구가 백종원은 유튜브를 통해서 그의 레시피를 전하고, 정치인들도 유튜브를 통해서 대중에게 다가가며 그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형성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유튜브를 통해서 우리는 각종 방송이나, 영상들을 볼 수 있으며, 이것을 통해서 운동, 공부, 공연 관람, 음악 재생 등 수많은 것을 시청하고, 실행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유튜브라는 매체를 통해서 누군가는 크리에이터로써 돈도 벌고, 누군가는 크리에이터를 도움으로써 간접적으로 돈을 벌더라. 재밌는 것과 유익한 것 그리고 자극적인 것들이 가득한 유튜브는 우리에게 전자낙원과 같은 곳이다. 물론 그곳에 위치할 수는 없지만, 언제 어디서든 우리는 그 낙원에 입장할 수 있다. 어플이나 웹페이지를 통해서. 아마 데리다가 살아있었다면, 유튜브를 유령이라 하지 않았을까? 분명히 유튜브는 있는데, 존재한다고는 말하기 어렵기 때문에 데리다라면 이걸 유령으로 취급하지 않았을까 싶다. 


  요즘에는 육아에도 유튜브가 필수적인 존재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을 보면 아이들은 태블릿이나 핸드폰에 집중을 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는 아니, 나온 후에도 보통 육아를 한다고 하면 아이는 통제불능이지만 금쪽같은 존재로 여기지는 모습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 양상이 다르더라. 아이는 디스플레이에 집중하느라 말썽을 부리거나 울지 않고, 부모는 그러한 아이로부터 더 자유로워서 편하게 여유를 누린다. 부모입장에서는 육아를 더 쉽게 하니까 더 좋을 수도 있지만, 내가 볼 때 그 아이들의 장래가 마냥 밝을 것 같지는 않다. 유튜브라는 매체를 통해서 재밌는 영상과 유익한 영상을 많이 접해서 좋은 영향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 매체에 너무 익숙해져서 나중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생각이 많아지더라. 아는 선배는 유튜브를 통해서 육아가 아주 쉬워졌다고 하는데, 아는 교수님은 아이에게 유튜브를 못 보게 하면 화를 불같이 냈다는 말을 들었다. 물론 관점의 차이가 있기에 표명하는 입장이 다르겠지만, 분명 이 유튜브라는 매체에 빛과 어둠이 둘 다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나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가 그 빛과 어둠을 더 강하게 발산시키는 매개체인 것 같다. 그래서 여기서는 유튜브 프리미엄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써보려 한다. 과연 유튜브 프리미엄은 우리에게 무조건 좋을까?


편리함과 그 이상의 가치

  유튜브 프리미엄을 경험한 사람이 과연 그것을 해지할 수 있을까? 유튜브 프리미엄의 기능은 다음과 같다. 첫째, 광고가 없다. 둘째, 백그라운드에서 영상 재생이 가능하다. 셋째, 오프라인으로 영상 저장이 가능하다. 넷째, 유튜브를 통해서 음악을 스트리밍 할 수 있다. 첫째부터 순서대로 그 이점을 알아보자.


  광고가 없어진다는 유튜브 프리미엄의 기능은 그것을 사용하기 전에는 얼마나 편리한지 모른다. 나도 프리미엄을 사용하기 전에는 고작 광고가 없어지는 게 얼마나 편리하다는 건지 도무지 공감을 못했다. 근데 서비스에 가입을 하니 확연히 느껴지더라. 유튜브를 많이 보던 적게 보던 유튜브를 본다면 누구나 이 기능을 좋아할 것이다. 유튜브를 사용하다 보면 자연스레 광고를 접하게 된다. 그 광고는 영상 중간에 나올 수도 있고, 영상 처음에 나올 수도 있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몇 년째 써서 광고를 볼 기회다 없어서 몰랐는데, 요즘은 유튜브 영상 하나에 광고가 두 개나 있는 경우도 있더라. 유튜브 내의 광고의 단점이라 함은 무엇보다 영상을 보다 광고에 의해 끊기는 것일 거다. 한참 몰입해서 영상을 보는데, 갑자기 광고가 나와서 김이 빠지는 경우나, 유튜브를 통해서 음악을 듣거나, 공연을 보는데, 연주나 퍼포먼스가 끝나기 전에 중간에 광고가 떠서 중간에 끊기는 것이 그런 경우일 것이다. 하지만 유튜브 프리미엄을 쓰면 그럴 일이 없다. 재생과 동시에 영상이 재생되며, 광고가 영상을 보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


  둘째, 백그라운드에서 재생이 가능하다. 유튜브를 어플을 통해서 재생한다면, 멀티태스킹이 어려울 것이다. 노트북이나 데스크톱은 멀티 윈도가 되기 때문에, 유튜브 창을 최소화하고 다른 작업을 하면 되지만, 스마트폰으로는 그렇게 하는 것이 어렵다. 멀티스크린이 되더라도, 그 작은 화면의 절만을 버린다는 것은 어느 작업이던 지장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프리미엄에 가입하면, 영상을 보다가 카톡이 와도 우리는 답장을 하는 동시에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휴대폰으로 유튜브를 재생하고, 화면을 꺼도 그 소리는 계속 재생된다. 이게 뭔 장점이냐 싶을 수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유튜브 프리미엄을 쓰면서 가장 좋았던 경험은 유튜브 콘텐츠를 라디오처럼 이용한 것이다. 유튜브에는 웃긴 것도 많지만, 시사나 교양 같은 내용을 다루는 영상도 많다. 그래서 나는 그러한 내용들을 재생하고 화면을 끄고, 이어폰으로 그 내용을 들으며 산책을 많이 했다. 만약 내가 프리미엄 유저가 아니었다면, 난 화면을 끄지 못한 채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었을 것이고, 그러다 터치를 잘못해서 다른 것으로 넘어가거나, 중간에 광고로 인해서 불편함을 겪었을 것이다. 그러나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함으로써 나는 그런 불편함 없이 콘텐츠를 귀로만 즐길 수 있었다. 그래서 직접 책을 보거나 영상을 보지 않고도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셋째, 오프라인으로 영상 저장이 가능해진다. 이 기능은 OTT서비스인 넷플릭스도 지원하는 기능이다. 요즘엔 사람들이 쇼츠와 같은 1분 내외의 영상 혹은 길어도 15분 이하인 영상을 많이 소비하기 때문에 아마 이러한 영상을 저장하는 것이 장점인가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런데, 난 굉장히 편리하더라. 일단 나는 공부할 때 클래식을 듣는 편인데, 유튜브를 통해서 음악을 듣는다. 그래서 항상 유튜브로 몇 시간짜리 클래식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하는데, 밖에서 사용하기엔 데이터 부담이 좀 있더라. 물론 요즘 같은 시대에 데이터 걱정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나 싶겠지만 나는 그렇다. 아무래도 데이터를 쓴다는 게 요금제와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고,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도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영상을 재생한다면 배터리 소모도 심해서 의도치 않게 스마트폰 전력난을 경험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필수며, 그것으로 모든 것을 하는 시대에 그것이 밥을 못 먹어 꺼진다면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그런데, 오프라인으로 콘텐츠를 저장함으로써, 그러한 애로사항을 극복할 수 있다. 심지어 앞에서 언급한 백그라운드 재생과 상생하여, 전력을 더욱 절약할 수 있다. 인터넷망이 촘촘한 요즘에 인터넷 걱정을 하면 웃기겠지만, 유튜브의 이러한 기능은 인터넷 연결과 요금제 부과 걱정 없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해 준다. 


  넷째로, 유튜브의 영상들을 음원으로 스트리밍이 가능해진다. 애플뮤직, 스포티파이, 멜론, 지니 등 수많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있다. 그 와중에 유튜브가 독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 발매되지 않은 음원도 스트리밍 할 수 있다. 요즘 많은 가수나 연주자들은 라이브 앨범을 따로 냄으로써 그 공연을 가지 못한 팬도 그 음원을 즐길 수 있게 해 준다. 하지만 이러한 라이브 앨범은 공연 때 리코딩을 하므로, 아티스트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공연 자체도 준비하는데 많은 비용이 드는데, 거기에 리코딩까지 한다면 티켓가격이 더 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앨범을 낸다는 것은 단지 음악을 공개하는 것을 넘어서 아티스트 자신이 비용을 지불함으로써, 즉 자신이 투자를 함으로써 그 음원을 유통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성공한 아티스트가 아니라면 이러한 라이브 앨범을 내는 게 굉장히 부담이 되고,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런데 유튜브를 통해서 스트리밍을 하면 이러한 사항이 해소된다. 가수가 직접 녹음을 하지 않아도, 팬이 올린 직캠 영상을 통해서 그 가수의 라이브 음원을 스트리밍 할 수 있게 된다. 그 스트리밍 수익이 어떻게 되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편리하더라. 그리고 라이브뿐만 아니라, 유튜브 프리미엄을 통해서 커버 영상이나, 음원에 발매되지 않은 자작곡 등 다양한 콘텐츠를 스트리밍 할 수 있다. 즉, 유튜브에 올라온 것이라면 대부분 스트리밍이 가능하기 때문에, 원 음원에 한정되는 타사 스트리밍 서비스와 다르게, 같은 음악이라도 더 넓은 범위에서 감상하고 즐기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유튜브 프리미엄을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중간에 해지한 사람은 굉장히 적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번에 해지했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선 유튜브 프리미엄의 어둠 또한 살펴봐야겠다.


편리함과 어두운 측면

  유튜브 프리미엄의 단점.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분명히 그 단점이 있다고 단언할 수 있다. 물론 개인적인 주관이라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겪은 문제는 크게 세 개가 있다. 첫 번째로 내 취향을 잃게 되었다. 두 번째로, 유튜브를 틀지 않고서는 자는 것이 어려워졌으며, 세 번째로는 영상 시작과 중간에 광고가 없어서 끊임없이 영상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첫 번째 문제를 나는 미학적 예속이라 말하고 싶다. 이 말은 취향의 문제를 내포한다. 유튜브에 ***플리(플레이리스트)라고 검색만 하면 분위기, 장르 혹은 아티스트에 맞게 선별된 플레이리스트가 나온다. 그러한 플레이리스트는 하나의 영상으로 업로드되며, 그 영상이 1 시간 짜리면, 1시간 동안 음악이 재생된다. 이러한 플레이리스트를 경험하다 보면 진짜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이런 명곡들만 모아놨을까? 아 내가 이 가수의 이 노래는 왜 몰랐지? 하며 감탄하게 된다. 그 정합성 있는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감탄하며, 그 완성도에 반해서 자꾸 이용하게 된다. 

  영상을 재생하고 곡이 바뀔 때마다 인지하는 것이 유튜브는 어렵다. 업로더가 타임라인을 짜놨더라도 상세 설명이나 댓글을 보지 않는다면 그것을 접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곡이 바뀔 때마다 영상에 띄워주는 친절한 업로더도 있지만.

  그래서 문제가 뭐냐고 묻는다면 아마 내가 지적한 문제를 모두가 문제라고 인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차피 플레이리스트 만드는 것도 일인데 남이 대신해줘서 좋은 것이고, 음악만 잘 즐기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대답한다면 나는 반박하기 어렵다. 그런데 내가 지적하고자 하는 문제는 개인의 미학적 측면이다. 우리는 이러한 통으로 만들어진 영상플리를 통해서 우리의 개인적 취향을 잃는 것으로 보인다. 원래 음악을 감상하는 것이라는 게, 과거에는 CD나 LP를 통해서 앨범 단위로 감상했다. 그래서 지금처럼 하나의 장르나 분위기를 감상하기보다는 한 아티스트의 작품 그 자체를 감상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앨범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었으며, 무슨 앨범의 몇 번 트랙이 좋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런데 플리 영상을 봄으로써 그러한 맥락 이해를 우리는 잃게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음악 플레이리스트란 한 개인의 취향으로 꾸며진 편집숍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유튜브에 올라오는 플리영상들을 통해서 그러한 편집숍들이 문을 닫게 된 것 같다. 자신이 만든 플리는 온전히 자신이 직접 들어보고 선별한 곡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어쩌면 그 취향의 전유물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러한 뭉탱이로 된 플레이리스트 영상을 접하면서 우리는 남이 짜준 플레이리스트를 아주 손쉽게 향유하면서 우리의 취향에 대한 고찰을 하지 않게 되었다. 따라서 음악을 예술로서 감상하는 것이 아닌 그저 귀가 심심해서 트는 소리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하게 되었다. 그래서 분명히 귀로는 그 음악이 익숙한데, 그 노래가 뭐냐고 물으면 어느 아티스트의 어느 곡이라고 대답하기보단, 그 플레이리스트에 있던 노래라고 대답하게 된다. 즉, 음악이란 귀에만 익숙한 공기의 진동이 될 뿐, 예술이 아니게 된다는 말이다.

  만약 누군가가 그저 세상이 변화하는 것이며, 매체의 발달에 따라 어쩔 수 없는 것이며,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이유가 없지 않으냐고 묻는다면 나는 침묵으로 답변하겠다.

 

  유튜브 프리미엄 이후로 영상을 틀지 않으면 못 자는 사람이 많이 생겨났다. 유튜브에는 수면에 대한 영상들도 많이 올라와있다. 너무나도 많아서 고르다가 밤을 새울 정도로 아주 많다. 이런 영상이 처음에는 불면을 해소해 주는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그러한 영상을 계속 재생하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매일 그러한 수면유도영상을 재생하고 잠을 청하다가 갑자기 영상을 재생할 환경이 되지 못한다면 잠에 들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미학적인 취향 말고도 잠까지 유튜브에 잠식당한 것일까?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많으며, 계속 느는 추세다.


  무엇보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사용하면, 광고가 없으니 영상이 끊기질 않는다. 시리즈로 제작된 영상을 유튜브로 시청한다면 영상이 끝나면 다음 영상 재생을 추천할 것이다. 그렇게 정주 행하다 보면 언젠가 이런 생각이 든다. "이번 화만 보고 꺼야지" 프리미엄을 이용하기 전까지는 이 결심이 가능했다. 왜냐하면 다음 영상을 재생하면 시작하는 것은 그 영상자체가 아니라 광고이기 때문에 영상을 끌 수 있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고가 사라지고, 영상이 자동으로 시작되면 그런 고민의 순간도 사라진다. 그러다 결국 "재생된 김에 이번 편까지만 봐야지"가 된다. 그리고 그 영상을 제때 끄지 못하면 또 다음 영상까지 보게 될 것이다. 자제력이 있다면 그러지 않겠지만, 요즘에 그런 자제력 있는 사람은 보기 힘든 것 같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그래서 나는 유튜브 프리미엄을 해지했다. 유튜브가 주는 편리함이 나에게 호의가 아니라 권리가 된 것 같다. 물론 돈 낸 만큼 그 값을 하니 권리가 맞다. 근데 문제는 그 편리함에 내가 예속되어 유튜브에 잠식되는 것 같은 순간이 종종 있다. 유튜브가 주는 편리함이란 시간적 측면과 청각으로만 유튜브를 즐길 수 있다는 점뿐 아니라, 그것이 주는 양질의 콘텐츠 또한 포함이다. 유튜브가 아니었다면, 내가 니체, 하이데거, 푸코 등 접하기 어려운 철학자들을 접하고, 그들의 사유를 이해하고 글을 쓸 수 있었을까? 유튜브를 통해서 나는 그들을 배웠고, 이해했다. 그런데, 나는 유튜브를 통해서 내 음악적 취향과 자기 절제를 잃은 것 같다. 광고가 없으니 몇 시간짜리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고, 화면은 꺼놓는다. 그리고 흘러가는 음악이 좋으면 그 음악 자체를 좋아하기보다 그 플레이리스트 자체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에게 음악이란 어느 누구의 어느 곡이라기보다는 언제부턴가 어느 플레이리스트에 있는 그거가 되었다. 음악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내 태도가 용납되지 않아서 나는 유튜브 프리미엄을 해지했다. 차라리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서 음악을 하나하나 다시 느끼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유튜브를 통해서 공부를 하니 쉽고 간결한 강의들을 쉽게 볼 수 있다는 점은 좋은데, 문제는 내가 영상을 보며 공부를 하면, 내가 이해했다고 착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그 어려운 내용을 풀어주는 영상에 익숙해진 것이지, 그 사유를 이해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 내용으로 글을 쓰거나 하면 내가 그것을 이해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래서 결국은 다시 책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찾게 되더라. 

  자기 절제의 부재와 함께 영상을 보게 되는 습관 때문에 나는 유튜브 프리미엄을 해지한다. 영상이 익숙해지자 그 자극은 무뎌지고, 그 감동은 그저 익숙한 것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있어서 영상과 음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프리미엄을 해지했다. 그렇다고 유튜브를 아예 안 본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유튜브를 앞으로도 이용할 것이다. 그런데 프리미엄을 해지함으로써 굳이 불편하게 이용할 것이다. 그것을 해지한다 함은 단순히 요금이 인상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한 한 걸음일이다.


유튜브 프리미엄 해지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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