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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경수 Dec 26. 2023

유튜브 프리미엄 해지 후기

After stopping subscribing YT premium

사진 출처 : [주니어 PM의 성장기] 유튜브의 UX 살펴보기


이전 글 : 내가 유튜브 프리미엄을 해지한 이유


  저번에 유튜브 프리미엄을 해지하는 이유에 대한 글을 썼다.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너무나도 편리한 이용환경과 기능들이 내가 유튜브라는 매체에 예속되게 만든다는 것과 그로 인해서 내 취향이라는 것이 사라져 간다는 것에 대해서 썼다. 분위기에 맞는 좋은 곡만 쏙쏙 골라놓은 1시간짜리 플레이리스트, 드라마 몰아보기 등 유튜브는 내 지루한 일상을 즐겁게 하는 향수가 될 수도 있고, 내 시간을 단축시키는 블랙홀이 될 수도 있다.


  유튜브라는 것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유튜브를 통해서 바쁜 일상 속에서 재미를 찾는 오락적 요소로써 사용하며 힐링하고, 누군가는 타인의 브이로그를 보며 대리만족을 한다. 여가나 취미뿐만 아니라, 유튜브를 통해서 다양한 공부도 가능하다. 악기를 배울 수도 있고, 인문학 강의를 들을 수도 있고, 기사자격증 공부도 할 수 있다. 노는 것뿐만 아니라 자기 계발과 공부까지 우리는 유튜브라는 곳에서 다 할 수 있다. 


  반대로 단점을 굳이 하나 언급하자면, 도파민 중독 때문인지 유튜브 때문인지 혹은 둘 다가 이유이기 때문일까? 사람들이 영상에 익숙해져서 글을 보는 것이 낯설게 느끼기 시작했으며, 하나의 영상만 보고 유튜브를 종료하지 못한다. 자의가 아니라 중독적 현상에 의해서 사람들이 유튜브를 끄지 않게 되었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해지한 후기

  유튜브 프리미엄을 해지하고서 나타난 이용환경에 대한 변화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다시 광고가 나온다. 둘째, 뮤직 플레이어로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셋째, 백그라운드 재생이 불가능하다. 


광고

  확실히 광고가 나오니까 전보단 불편하더라. 프리미엄 유저일 때는 분명히 클릭과 동시에 영상이 재생되었는데, 이제는 광고를 두 편 봐야 영상이 재생된다. 영상시작 전에 두 편이 재생되는 경우도 있고, 영상시작 때 한편 그리고 영상 중간에 한편이 재생되는 경우도 있었으며, 영상이 끝나고 재생되는 경우도 있었다. 영상 시작과 끝에 광고가 나오는 경우는 시청에 큰 불편함을 주지 않았으나, 영상 중간에 광고가 나오는 경우는 좀 불편하더라. 


  그리고 광고의 유무가 시청시간에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추측은 유효했다. 광고가 있어서일까 아니면 유튜브를 구독하지 않아서 인지 유튜브 시청시간이 다소 줄었다. 원래도 많이 보지 않았지만, 프리미엄을 해지하고 나서 더 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오히려 광고가 나타남에 따라서 요즘에는 어떤 광고와 상품이 트렌드인지를 파악하게 되는 시간도 가지게 되었다. 티브이를 보지 않고, 유튜브도 프리미엄을 쓰던 나는 광고를 접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 광고를 접한다는 것은 소비에 대한 무의식적 욕구를 심는 것이기도 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보는 척도이기도 하다는 면에서 광고가 아예 없는 삶은 고립된 혹은 단절된 삶과 같다고 볼 수 있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나는 광고의 재출현에 의한 불편함은 별로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요즘엔 광고의 필요성을 느낀다. 광고가 재생됨에 따라서 영상을 절제할 기회가 생기며, 광고라는 매체 자체를 접하게 됨으로써 세상과 다시 이어지는 느낌이다. 

 

뮤직 플레이어

  아 이건 좀 불편하더라. 유튜브 뮤직의 장점이라 함은 무엇보다도 정식 음원이 아닌 커버 영상과 라이브 영상까지 스트리밍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건 유튜브만 가능하며,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는 발매된 음원만을 재생할 수 있게 해 준다. 나의 경우는 밴드 음악을 좋아하는데, 라이브 음원과 앨범 음원은 너무나도 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에 번갈아가면서 듣는다. 그래서 언제는 라이브 음원을 듣고, 언제는 앨범 음원을 듣는다. 그런데, 유튜브가 아닌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니 그게 불가능하더라. 그래서 뮤직 플레이어는 유튜브 뮤직을 이길만한 플랫폼이 없는 것 같다.


백그라운드 재생

  백그라운드 재생 또한 유튜브를 끄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 중에 하나다. 화면을 꺼도 소리로는 영상이 재생되기 때문에, asmr, 음악 감상, 강의 등 많은 것이 가능하게 하는 기능이다. 나의 경우는 산책할 때, 오디오북이나 인문학 강좌를 이 기능을 통해서 들었는데, 유튜브 프리미엄을 해지하니까 이제 불가능해졌다. 그런 면에서 편리한 기능을 놓치기도 했지만, 편리한 기능을 잃으니 이용시간이 현저하게 줄더라. 그리고 다른 것을 하면서 음성을 듣는 것은 주의가 산만해져서 그 영상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단점이다. 그 기능은 오로지 심심한 귀를 음성을 달래주는 것뿐이다. 따라서 음성에 집중하기보다는 그저 흘려듣게 되더라. 그래서 유튜브 영상이나 강좌에 대한 청량감(?)이 줄어들더라.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백그라운드 재생이 편리하긴 하지만 마냥 좋은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심심한 청각을 만족시키기는 하지만, 영상에 대한 집중도와 몰입도를 감소시키며, 그 이용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멈추지 못하게 만든다. 불편한 면도 있지만, 이 기능을 상실하고 나서부터는 영상에 더 집중하게 되더라. 


그래서 해지하길 잘했나?

  개인적으로 잘한 것 같다. 광고가 안 나오는 게 예전에는 완전히 좋은 기능인줄만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 프리미엄을 쓴다는 것은 돈을 주고 유튜브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봐야 한다고 의식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그래야 돈을 지불한 데에 의미가 있으니까. 그런데 돈을 들이지 않고 유튜브를 보니 그런 무의식적 지향이 사라지고, 광고가 시청을 불편하게 만드니 유튜브 자체를 덜 보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는 해지하길 잘한 것 같다. 


  그러나 유튜브 뮤직에 대해서는 미련이 남아있다. "아, 그 음악은 역시 도쿄돔 라이브 버전이 좋은데..." , "역시 메탈리카는 잠실인데..." 정식 발매되지 않은 음원을 스트리밍 할 수 없다는 것이 이렇게 불편한 것인지 몰랐다.


  그리고 저번 글에서 미학적 예속에 대한 말을 했다. 음악 플레이리스트 재생이 너무나도 쉽다 보니 음악적 취향을 잃는다는 얘기였는데, 다른 곳에 가도 그건 마찬가지더라. 큐레이션과 비슷한 음악을 무한으로 재생해 주는 기능이 유튜브의 그러한 미학적 예속을 대신해 주더라. 이건 세상이 변해서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아님 내가 게으른 꼰대인 것일까? 


  결론적으로, 나는 유튜브를 해지하고 불편함을 느끼지만, 그 불편함은 크지 않으며, 굳이 프리미엄을 써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사소한 부분이다. 무엇보다 유튜브는 일상에서 아주 작은 조각에 불과하므로. 아무튼 유튜브 프리미엄 해지해서 불편하긴 하지만, 그 불편함이 유튜브를 덜 보게 만들어주고, 다시 구독할 것 같지는 않다. (당분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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