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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경수 Dec 20. 2021

하지만 누군가는 불편한 진실을 말해야하는걸

파레시아의 용기

현자와 목자 (나카야마 겐 지음)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에서는 고대 그리스에서 스승과 제자의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파레시아에 대한 내용이고, 2부는 그리스도교에서의 결혼과 사목권력에 관련된 파레시아를 다룬다. 읽기 쉽지는 않았다. 그리스 신화를 예시로 하는 경우가 많아서 익숙하지 않은 어려운 그리스 이름들이 자꾸 나와서 헷갈리기도 하고, 내가 모르는 고대 철학이 많이 나와서 나의 부족함을 세삼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1부 : 현자

  현자의 파레시아는 스승이 제자에게 피드백을 주는 것 혹은 왕과 같은 권력자에게 객관적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이런 파레시아를 행하는 자를 '파레시아스테스'라고 칭한다. 소크라테스는 제자들에게 파레시아를 해줌으로 시금석과 같은 역할을 했다고 이 책에 쓰여있다. 파레시아스테스는 진실을 말해야 하는 자 이기에 그 진실을 직설적으로 이야기해야 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큰 용기도 요구되는 직책이었다.


2부 : 목자

  목자의 파레시아는 현자와 다르게 제자가 스승에게 자신을 고백하는 행위이다. 제자가 스승에게 자신의 치부를 보임으로써 하나의 권력관계가 형성된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에로스와 성도 다룬다. 나는 파레시아라는 단어를 이 책 초기에 접했을때, 진실과 권력의 대립 혹은 말하기와 관련된 내용이 뒤에 나올 줄 알았는데, 결혼, 성, 수도원, 헬레니즘 등 여러 주제가 나와서 조금 의아했다. 나는 이 책을 완벽하게 읽지 못하고 대강 읽었다. 어려우면 건너뛰고, 최대한 속독으로 읽으려 노력했다. 이 책을 읽고 남는 것은 '파레시아'라는 단어, 권력 관계에서 파레시아의 '용기', 푸코의 성에 대한 연구에 대한 대략적 지식 등이 있었다. 그리고 진실에 대해 고찰하게 되는 시간도 가지게 되었다.


 과연 파레시아는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일까? AI와 같은 기계가 아니고 파레시아도 한 사람인데 완벽히 객관적 일 수 있었을까? 한 나라의 절대 권력자 앞에서 그 사람이 불편해 할만한 내용의 직언을 정말 여과없이 말 할 수 있는 사람일까? 그리고 파레시아로써 제자에게 피드백을 줄때, 정말로 객관적 일 수 있을까? 사람으로써 경향이 무의식적으로 나오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파레시아에게 반(反)하는 의견을 가지는 사람은 없었을까? 파레시아의 절대적 객관성은 그 당시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을까? 파레시아가 아무리 용기있는 사람일지라도,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본인의 역할을 다 했을까?


셰익스피어의 파레시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에 하나인 '리어왕'에서 우리는 파레시아를 볼 수 있다. 그 파레시아는 리어왕의 막내 딸인 데스데모나 공주이다. 데스데모나는 언니들이 아버지의 유산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받기 위해서 온갖 감언이설을 하고, 과장된 행동을 해서 많은 상속을 받았는데, 왕의 총애를 받던 데스데모나는 직설적인 사실만을 말했다. 너무 직설적이라 리어왕의 심기를 건드리기도 했다. 가장 아끼는 딸이 자신은 언니들처럼 마음에 없는 말을 할 수 없다고 했으니 리어왕의 입장에서도 분개할 만 하다. 우리가 데스데모나였다면, 막대한 유산을 포기하고 파레시아로서 진실을 말할 수 있었을까?


  내가 데스데모나라면 온갖 영혼을 끌어서 구라를 쳤을 것이다. 아버지가 나를 제일 아끼고 조금만 참고 거짓말을 하면 엄청난 유산이 내게 들어오는데 그 잠깐을 과연 못참을까? 하지만 데스데모나는 본인이 파레시아가 아님에도 타자가 불편해 할 수 있는 진실을 직설적으로 말했다. 그녀는 왜 그랬을까.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을까?


*  부모자식 간의 천륜과 파레시아로써의 의무가 충돌되는 상황이 온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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