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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경수 Dec 31. 2021

지옥 아닌 지옥

관계의 유효기간을 알 수 있다면

지옥(2021) 포스터

  올해  많은 작품들을 넷플릭스에서 접했다. 영화, 다큐멘터리, 드라마 등등 다양한 컨텐츠를 감상했다. 나는  중에 지옥이 가장 인상깊었다. 죄인의 죽는 날을 미리 알려주는 초자연적인 존재와 죄인을 죽이러 차원을 넘어오는 천사(?) 개념들이 강렬했다.  중의 세상에서는 인간에게 삶의 유효기간을 부여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자신의 유효기간을 알게된 사람들의 처형과 그로 인한 사회적 분위기를 보여주는 컨텐츠였다.


  ‘지옥에서 죽음의 때를 계시를 받는  처럼 우리의 인간관계에도 끝의 계시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하는 사고실험을 해봤다.  사고실험의 다소 부정적이다. 장점을 굳이 찾자면 이별이 언제인지 구체적으로 알기에 우리는 이별에 대응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별을 미리 알게 되면 과연 순차적으로 정리가 될까? 아마 이별의 계시를 받게 되는 순간부터  사람이 싫어질거 같다. 누구나 구체적인 이유도 모른채 상대방이 미래에 자신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 생각을 하게  것이다.


  우리는 관계의 유효기간을 안다면 관계를 맺을 수 없다. 어차피 끝날 관계인데 왜 맺으려 하겠는가? 우리에겐 이성 혹은 로고스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사실 이러한 생각이 든 계기가 있다. 오늘 이별 아닌 이별을 경험했다. 어쩔 수 없는 이유라 나는 순응해야만 했다. 나는 우리가 더 가까워 질 줄 알았는데, 갑자기 벽이 생긴 것이다. 만약 내가 이 이별을 미리 알았더라면 이 관계는 어떻게 됐을까? 유효기간이 끝날 때까지 이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었을까? 아마 결말을 알기 때문에 우린 지금처럼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별의 유효기간을 안다면 유효기간이 끝나기전에 새로운 사람을 찾을 것이다. 그럼 나는 상대방이 나말고 다른 사람과 즐겁게 지내는 시간을 봐야 할 것이다. 내가 잘 감당 할 수 있을까? 로고스로는 이해가 되지만 파토스로는 이해가 안 될 것이다. 반대로 로고스로 이해가 되더라도 파토스로는 이해가 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인간관계의 유효성은 없는게 좋다는 결론을 내고 싶다. 우리는 관계의 끝을 모르기에 상대를 배려하고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당장 내일을 모르기에 현실에 집중하는 일부 사람들처럼. 오늘의 이별을 알았다면 내가 너에게 집중할 수 있었을까?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고, 이별이 있다면 만남이 있었던 것이다. 이별은 당연한 것이고, 예측하기 어려운 비극이다. 우리는 그 비극의 아픔을 알기 때문에 비극이 오기전에 행복을 누리려한다. 그리고 이별을 경험하면서 더 성숙해지는 것이 인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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