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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경수 Dec 27. 2021

나의 디오니소스는 아폴론이 될 수 없다?

인간관계 속 균형

“올드보이(2003)”의 한 장면

디오니소스와 아폴론

  프리드리히 니체(F.W. Neitzsche, 1844~1900) 사람의 성향을 이분법을 통해 ‘아폴론 ‘디오니소스 나누었다. 아폴론은 이성적인 대학교수로 비유하고, 디오니소스는 열정적인 연예인으로 비유하고 싶다. 이처럼 아폴론과 디오니소스는 서로 반대의 성향을 가진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주위 사람들을 아폴론과 디오니소스로 나눌  있을 것이다. 디오니소스와 아폴론은 옳고 그름을 따지기 위한 이분법이 아니라, 서로 다름을 존중하기 위한 것이다. 아폴론이 옳고 디오니소스가 틀리거나, 디오니소스가 옳고 아폴론이 틀리다는 말은 의미가 없다. 아폴론이 옳다면 앞에서 비유한 열정적인 연예인은 틀리고, 디오니소스가 옳다면 이성적인 대학교수가 틀린 것이 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우리를 즐겁게  연예인도 필요하고, 학구적으로 연구하는 교수도  필요하다. 그래서 아폴론과 디오니소스는 공존해야 하며,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한다.


​  나도 주위를 둘러보면 아폴론적 성향을 가진 사람과 디오니소스적 성향을 가진 사람으로 나뉜다. 나의 아폴론은 대학 교수님, 아는 선배들 등이 있고, 디오니소스는 같이 노는 친구들이 있다. 나는 내가 블로그와 브런치에 쓰는 글들을 나의 아폴론들에게 보여주었다. 아폴론 성향의 사람들은 진지하게 응해줬다. 필력에 대한 칭찬도 해주고, 반대 의견을 가진다고 내게 말해 주었다. 또한 문맥상 어색한 부분도 찾아줘서 고마웠다. 나에게 너무 주옥같은 말들이었다. 누군가가  글을 읽어주고 피드백을 받는 것이 흔한 일이 아니기도 했고, 내가 기대하지 못한 칭찬들을 들을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내가 미쳐 보지 못한 결점도 발견해 줘서 나에게  도움이 되기도 했다.


​  오늘은 나의 디오니소스들에게  초고를 보여줬다.  기대는 하지 않았다. 아폴론들은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과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디오니소스들은 인문학에 관심이 그다지 없는 사람들이라서 그냥 읽어주는  만으로 만족이   같았다. 하지만 반응이 굉장히 기분 나빴다. 차라리  글이 쓰레기라고 하는 것이 기분이  상했을 것이다. 그들은 읽어보지도 않고 제목만 보고 너무 어렵다, 이런 것들이 문제다라는 식으로 반응을 보였다. 처음에 내가 쓴걸 몰라서 막무가내로 비난을 퍼부었지만, 내가 썼다고 하자 비난을 멈추었다. 내가 생체권력에 대한 담론을  글을 보여주었는데,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이 사실 당연하다.


  그런 반응을 보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첫번째로, 처음보는 단어에 대한 경계심으로 글을 읽기 싫었을 것이다. 생체권력,담론권력,타자화,동일자화,제네랄 로피탈, 판옵티콘 등은 그들에게 너무 생소한 단어다. 둘째로, 글을 평소에 읽지 않아서 나의 초고가 너무 길다고 했다. 셋째로, 내가 그들이었어도 내가 재수 없게 느꼈을  같다.  동안 남들에게 글을 보여주지 않은 이유는 내가 잘난척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철학이라는 분야가 대중에게 생소한 부분이기도 하고, 나는 글을 쓸때  자세히 전달하고자 전문적인 용어들과 영어를 많이 사용한다. 그리고 철학 뿐만 아니라 예술같은 분야도 글을 쓰는 편인데, 이러한 나의 글들을 남들에게 내가 먼저 보여주고 읽으라 하는 것은 자기자랑이   같았다.

동일자들 속에서 자기 타자화

  오늘 나는  글을 디오니소스들에게 보여줌으로서 스스로를 타자화한 셈이다. 나의 디오니소스들이라 함은 나와 디오니소스적 감정을 공유하는 존재라는 의미를 담는데, 나는 오늘 6명의 디오니소스들 사이에서 혼자 아폴론이   이었다. 내가 글을 보여주지 않았더라면 6 모두 디오니소스이기에 모두가 동일자 였을텐데, 오늘은 5명의 디오니소스와 1명의 아폴론 이었다. 아폴론이라는 타자가 스스로  것이다.​


타자들을 자기에게 동일자화

  반대로 내가 그들을 나에게 동일자화   있을까? 내가 5명의 디오니소스를 모두 아폴론으로 나에게 동일자화   있을까? 불가능  것은 아니지만, 동일자화 과정 중에 친구관계가 끊어지지 않을까? 사람들이 만나는 데에는 이유나 목적이 있다. 나는 아폴론들과 학구적인 대화를 위해 만나지만, 디오니소스들과는 그저 재미를 위해서 만난다. 같은 목적으로 만나는 디오니소스들의 목적을 과연  하나가 바꿀  있을까? 놀기위해 만난 사람을 공부하기 위해 만난 사람으로 바꾸는게 과연 가능할까?

인간관계  에피스테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디오니소스와 아폴론이 공존해야한다. 하지만 디오니소스나 아폴론을 바꾸려하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앞에서 말한 대학교수를 본인의 기호를 위해 연예인으로, 연예인을 대학교수로 만드는 것이 과연 바람직 할까?

  인간관계 속의 목적이나 형태는 모두 상대적이다. A친구는 같이 공부하기 위해서 어울리는 친구고, B친구는 술을 같이 마시는 친구이고, C친구는 같이 밴드를 하는 친구라고 하면, A 갑자기 밴드 멤버로 만들고, B 같이 공부하는 친구로 만들고, C 술친구로 만들려고 하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관계가 틀어질  있다. A 나를 공부하려고 만나는데 내가 악기를 하자고 자꾸 권유를 하면 좋다고  수도 있지만, 원래 목적이랑 다르기 때문에 거절   있다.

  푸코가 말하는 에피스테메처럼 인간관계에도 에피스테메가 있다. A 만날땐 공부에 관한 대화를 하고, B 대화를 할때는 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C와는 음악 이야기를 하면 관계가 더욱 돈독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사람을  주제로만 보라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맞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이 영어를 못하는데 계속 영어로 말을 걸면 기분이 좋겠는가? 우리는 듣는 사람을 고려해서 말을 해야한다. 나는 오늘 상대를 고려하지 않고 내가 하고싶은 말만해서 스스로 그런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디오니소스들을 나의 아폴론으로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나에게는 아폴론들이 이미 있어서 다행이다. 디오니소스는 그냥 디오니소스고 아폴론은 그냥 아폴론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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