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二程) 형제 가운데 형인 정호(程顥, 1032 ~ 1085)는 중국 송(宋) 나라의 대표적인 학자이다. 정호의 사상은 동생인 정이(程頤, 1033 ~ 1108)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고, 이 둘이 정립한 철학은 현대적으로도 큰 의의를 가질 정도로 영향력이 큰 학자들이다. 특히 정호의 리(理) 관념은 중국 철학의 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정호는 ‘천(天)은 리(理)이다’라는 주장을 통해 선진 유학에서 언급되었던 궁극적 실체로서의 天·易·道·誠·神 등의 함의를 수용했다.
이 논문은 정호의 리(理) 관념에 대해 알아보고, 형이상학적 의의를 알아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진래의 『송명성리학』과 연재흠, 정해왕 교수의 논문을 주로 참고할 것이며, 2장에서 정호의 리(理) 관념에 대해 알아보고, 3장에서 리(理)와 기(氣)를 동시에 다루며 상호관계를 알아볼 것이며, 4장에서는 앞의 내용들을 바탕으로 정호의 우주론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그리고 5장에서 앞의 내용들을 정리하고 6장에서 논자의 주관적인 견해를 간명하게 정리하고자 한다.
중국철학에 있어 ‘하늘’(天)은 고대로부터 다양한 함의를 지니고 있으며, 존재의 궁극적 근원을 의미하는 개념으로도 사용되었다. 정호는 선진시대 여러 경전의 내용을 연결하여 하늘의 의미를 설명하였다(1). 정호에게 있어 『詩經』에서 말한 ‘하늘이 하는 일’이란 만물을 ‘포용하고 두루 덮어주는 것’이다. 하늘이 만물을 포용하고 두루 덮어준다는 것은 하늘이 만물을 존재하게 하는 것 내지 만물이 존재하게 되는 궁극적 근원이라는 것을 의미한다(2). 이처럼 하늘이 만물을 생성하는 것은 인간의 감각기관으로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다고 말한다. 정호는 이러한 하늘을 역(易)으로, 하늘의 규율[理]을 천도(天道)로, 하늘의 작용을 신(神)으로 설명하며, 모두 ‘같은 것’(一)이라고 주장하였다(3).
하늘이란 理이다(4).
만물이 一體라고 말하는 까닭은 모두 이 理를 지니기 때문이니 저기로부터 나왔을 뿐이다(5).
정호는 만물의 궁극적 근원인 하늘을 리(理)라고 말하였다. 이것은 정호가 전통적으로 ‘만물을 포용하고 덮어주는’ 하늘이 지니고 있었던 본체의 함의를 리(理)로 옮겨왔을 뿐만 아니라, 장재의 기본론(氣本論)을 비판하며 리(理)를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본체론을 확립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호는 리(理)를 말하면서 그것을 특히 천리(天理)라는 이름으로 말할 때 이것은 만물의 보편적 리를 말하였다(6). 그리고 리(理)의 이러한 측면을 강조하였다. 그런데, 정호는 리를 개별적인 측면과 보편적인 측면으로 분리하여 말했다. 그는 개별리로부터 보편리를 얻어 그것을 도덕주체를 아는 근거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는 개별리를 말함에 있어서 우선 이렇게 말하였다.
천하의 物은 모두 理로 비추어 볼 수 있다. 物이 있으면 반드시 법칙이 있다. 하나의 物에는 반드시 하나의 理가 있다(7).
천하만물마다 각각 하나의 리(理)가 있음은 천하만물이 각각 모두 그 고유한 존재 본질을 가지고 있음이다. 천하만물 각개는 만일 인간의 개입이 없다면 그것들은 다만 각각 그들 나름대로 존재할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궁극적 도덕주체로서의 인간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인성(人性)이다. 정호는 이 인성을 알기 위해서 우선 만물의 리를 알고자 했다(8).
장재(張載, 1020~1077)는 기(氣)에 근거하여 만물이 존재하고 일체(一體)를 이룬다고 주장한 반면, 정호에게 있어 만물은 리(理)를 존재의 근거로 삼으며, 만물에 리(理)가 내재해 있다는 관점에서 일체(一體)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정호가 말한 ‘저기로부터 나왔을 뿐’이란 본체의 초월성을 나타내고, ‘모두 이 리(理)를 지니기 때문’이란 본체(本體)의 내재성을 의미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9).
정호에 따르면 부모나 자식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관계 속에서 사람이 기본적으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역시 천리(天理)에 근거한다. 천리는 이미 본래 정해진 것으로 바뀌지 않는 것이다. 정호는 이미 정해져 있는 천리에 대해 인간이 간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인간이 천리에 간여한다면 그것은 이미 인간의 주관적인 마음[私意]이 개입된 것으로 결코 참된 의미의 천리라고 말할 수 없다. 이렇게 볼 때, 사의(私意)를 버리고 천리(天理)를 따르는 것이 옳은 것이자 선(善) 한 것이다. 정호에게 있어 천리(天理)는 스스로 [自] 자연[然]과 인사(人事), 내지 존재(存在)와 도덕(道德)을 관통하는 법칙이자 기준이다. “이 법칙에 의거하여 萬物이 존재하게 되고, 萬事의 是非· 善惡을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천리는 존재와 가치를 아우르는 법칙이라 할 수 있다(10).”
정호에게 있어 리(理)는 인간의 감각기관에 직접적으로 포착되지 않는 무형(無形)의 것이다. 한편 만물은 모두 각기 다른 형상(形象)을 지니고 있으며, 우리는 감각기관을 통해 그것을 인식할 수 있는데, 이처럼 만물의 형상을 이루는 것은 ‘기(氣)’와 관련이 있다(11).
오로지 陰만으로는 낳을 수 없고, 오로지 陽만으로도 낳을 수 없다. 陰이나 陽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偏) 금수나 오랑캐가 되고, 치우치지 않으면(中) 사람이 된다(12).
정호에 따르면 만물을 존재하게 하는 궁극적 근원은 리(理)이지만, 만물이 실제로 현실에 존재할 수 있도록 형상을 갖추기 위해서는 반드시 서로 대립되는 음양이기(陰陽二氣)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양(陽)으로 치우친다는 것은 품수 받은 양기(陽氣)가 과다한 반면 음기(陰氣)는 부족함을 뜻하고, 음(陰)으로 치우친다는 것은 그 반대의 경우를 의미한다. 그리고 음양(陰陽)의 편중(偏中) 여부에 따라 사람을 비롯한 서로 다른 만물이 존재하게 된다. 이처럼 만물이 상이(相異)한 까닭은 기(氣)의 품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13).
정호에게 있어 음(陰)과 양(陽)은 기(氣)이며 형이하(形而下)에 속한다. 그리고 정호는 음(陰)과 양(陽)이 서로 교차하며 끊임없이 반복되는 즉 한 번은 음이 되고 한 번은 양이되는 것이 도(道)라고 생각하였다. 이것 역시 음(陰)과 양(陽)이 곧 도(道)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가 없다면 도는 표현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만물 역시 형상을 이룰 수 없다. 氣의 運動·變化는 道를 따르고, 그 속에서 道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또한 물 뿌리고 청소하고 응대하는 것[灑掃應對]은 일(事)이며 형이하에 속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호가 이것을 형이상자라고 말하는 것은 이러한 일들에도 모두 법도 즉 理가 있기 때문이다(14).
만물이 품수 받은 기에는 청탁 등 질적 차이와 더불어 다소 등의 양적 차이가 있다. 이러한 질적·양적 차이를 지닌 음양이기가 운동·변화하여 각기 다른 물(物)을 이룬다. 이처럼 만물이 각기 서로 다른 기(氣)로 이뤄졌기에 만물이 운동·변화의 과정과 그 결과 속에서 표현되는 리 역시 같을 수 없다. 만물에는 모든 리(理)가 갖춰져 있지만, 각기 다른 기(氣)로 이뤄진 물(物)이 표현할 수 있는 리(理)는 서로 다르다.
정호의 이론으로 우주를 볼 때 리(理)와 기(氣)로 구성된다고 말할 수 있다. 기는 형이하학적 질료이며 무언가를 이루는 성분과 같다. 반면에 리는 형이상학적인 것으로써, 기가 모여 물이 되는 원리이자 법칙이다. 따라서 그의 천리 또는 리는 세계의 운행질서를 가리킨다(15).
총괄해서 말하자면, 이정의 철학에서 ‘천리’란 바로 자연의 보편 법칙을 가리키고, 인류 사회의 당위 원칙을 가리킨다. 천리가 지니는 이러한 의의자체가 ‘천인합일’을 표현한다. 천리는 하나의 보편원리로써 자연과 사회는 물론 모든 구체적인 사물의 존재와 발전에 적용되기 때문에, 유가의 전통적인 천인합일의 사상은 이러한 ‘천인일리’설에서 새로운 형식을 띠게 된다. 사상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볼 때 정호의 천리 학설은 인도를 천도의 의미로까지 끌어올려서 그 보편성과 필연성을 논증하였고, 인류 사회의 어떤 원칙과 규범을 확대하여 본체적 의미를 갖는 우주의 법칙이 되게끔 하였다(16).
정호의 철학은 천하만물마다 각각 하나의 리(理)가 있고, 천하만물이 각각 모두 그 고유한 존재 본질을 가지고 있음을 강조한다. 여기서 천하만물은 사물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인간도 포함한다. 정호에 따르면 우리 인간은 궁극적 도덕주체로서의 인간의 본질을 알아야 하며, 그것을 인성(人性)이라고 한다. 정호는 이 인성을 알기 위해서 우선 만물의 리를 알고자 했다.
정호에 따르면 부모나 자식과 같은 기본적인 관계 속에서 사람이 기본적으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역시 천리에 근거한다고 주장한다. 정호에 의하면 천리는 이미 본래 정해진 것으로 불변한 것이다. 정호는 이미 정해져 있는 천리에 대해 인간이 간섭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인간이 천리에 간여한다면 그것은 이미 인간의 주관이 개입된 것으로 진정한 의미의 천리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호에게 있어 리(理)는 인간의 감각할 수 없는 무형의 것이지만, 만물은 모두 각기 다른 형상(形象)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감각기관을 통해 그것을 인식할 수 있는데, 이처럼 만물의 형상을 이루는 것은 ‘기(氣)’와 관련이 있다. 정호에 따르면 만물을 존재하게 하는 궁극적 근원은 리(理)이지만, 만물이 실제로 현실에 존재할 수 있도록 형상을 갖추기 위해서는 반드시 서로 대립되는 음과 양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만물이 품수 받은 기에는 다양한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를 지닌 음양이기가 운동·변화하여 각기 다른 물(物)을 이룬다. 이처럼 만물이 각기 서로 다른 기(氣)로 이뤄졌기에 만물이 운동·변화의 과정과 그 결과 속에서 표현되는 리 역시 같을 수 없다. 만물에는 모든 리(理)가 갖춰져 있지만, 각기 다른 음양이기로 이뤄진 형상이 표현할 수 있는 리(理)는 서로 다르다.
정호의 리(理)관념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이치 즉, 형이상학적인 측면을 다룬 개념이다. 음과 양 그리고 기의 청탁, 질적 차이와 더불어 다소 등의 양적 차이 등을 언급하며 만물의 차이를 설명한 것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분명 같은 옷을 입어도 맵씨가 다르고, 같은 책을 독서해도 느끼는 바가 다른 것처럼 우리는 서로 다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하나의 일자(一者)가 정해진 것처럼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현대의 풍조로 인해 우리는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리(理)의 다양성을 존중받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가 같은 나라, 같은 도시, 같은 학교에 있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기를 품수 받은 것은 아닌데 말이다. 따라서 정호의 리(理)관념이 만물이 물리적으로 어떻게 형성되고, 왜 차이가 생겨나는지만 설명하는 이론이 아니라, 개인의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는 이론으로도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 연재흠, 「程顥의 理 개념에 관한 이해」, 『儒敎思想文化硏究』 제74집, 2018, 234쪽.
(2) 연재흠, 같은 논문, 235쪽.
(3) 『河南程氏粹言』卷第一, 1171쪽. 子曰 : 上天之載, 無聲無臭之可聞. 其體則謂之易, 其理則謂之道, 其命于人則謂之性, 其用無窮則謂之神, 一而已矣.
(4) 『遺書』卷第十一, 132쪽. 天者, 理也.
(5) 『遺書』卷第二上, 33쪽. 所以謂萬物一體者, 皆有此理, 只爲從那裏來.
(6) 정해왕, 「程顥와 程頤의 認識論的 특징」, 『철학논총』 제11집, 1995, 505쪽.
(7) 『遺書』 「第18」, 150쪽.
(8) 정해왕, 「程顥와 程頤의 認識論的 특징」, 『철학논총』 제11집, 1995, 505~506쪽.
(9) 연재흠, 「程顥의 理 개념에 관한 이해」, 『儒敎思想文化硏究』 제74집, 2018, 238쪽.
(10) 연재흠, 같은 논문, 2018, 238쪽.
(11) 연재흠, 같은 논문, 241쪽.
(12) 『遺書』 卷第十一, 122쪽. 獨陰不生, 獨陽不生, 偏則爲禽獸, 爲夷狄, 中則爲人.
(13) 연재흠, 「程顥의 理 개념에 관한 이해」, 『儒敎思想文化硏究』 제74집, 2018, 241쪽.
(14) 연재흠, 같은 논문, 243쪽.
(15) 정해왕, 「程顥의 理와 性에 관한 硏究」, 『철학논총』 제10집, 1994, 28쪽.
(16) 진래, 안재호 역, 『송명성리학』, 예문서원, 2011, 128~129쪽.
『遺書』
『河南程氏粹言』
진래, 안재호 역, 『송명성리학』, 예문서원, 2011.
연재흠, 「程顥의 理 개념에 관한 이해」, 『儒敎思想文化硏究』 제74집, 2018.
정해왕, 「程顥의 理와 性에 관한 硏究」, 『철학논총』 제10집, 1994.
_____, 「程顥와 程頤의 認識論的 특징」, 『철학논총』 제11집,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