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프린스─예술과 윤리의 맹점에서

le point noir de l'art et de la morale.

by 오경수
Richard Prince(1949~) - 「Millionaire Nurse」(2002)

Making art has never been a mystery to me. It's never been something that's very difficult.

"미술작품을 만드는 것은 나에게 수수께끼가 된 적이 없다. 그것은 결코 매우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논란의 작가가 한 말은 다시금 논란이 될 수밖에 없었다. 구상회화가 아닌 추상회화는 수많은 이론과 담론을 함의하고 있어서 그것의 감상을 위해선 일종의 공부가 필요하고, 그것을 믿음과 동시에 작품 감상이 가능하기에 그것은 마치 종교와도 같다. 믿는 만큼 보이는 게 바로 추상화다. 그래서 누군가는 몬드리안의 기하학적 추상에서 가시계의 감각미가 아닌 가지계의 예지미를 느끼고, 뉴먼의 회화에서 칸트 미학이 논하는 숭고를 느낀다. 회화를 극한으로 밀고 간 말레비치의 검은 사각형에서 무(néant)를 느끼고 회화의 종말을 느끼는 것은 예술에 대한 경건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그러한 정념과 숭고를 느끼는 이유는 아마 그것을 사전 지식으로 습득했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며, 그러한 지식이 인식자가 그것을 작품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우린 그저 사물을 마주할 뿐이다. 그러나 그것이 작품이라고 명명되고, 그것에 대한 담론을 접함으로써 그것을 작품이라고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이 작품인 이유는 그것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과관계에 의한 것이다. 예술가가 만들었기 때문에 혹은 평론가나 예술계가 작품으로 취급하기에 그것이 작품인 것이다. 작품의 형성은 그 자체가 아니라 예술가나 관람자라는 작품 외의 요소에 의해 정해진다.

Richard Prince(1949~) - 「Runaway Nurse 」(2006)

리처드 프린스의 말을 다시 새겨보자. "미술작품을 만드는 것은 나에게 수수께끼가 된 적이 없다. 그것은 결코 매우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라는 사물에 대해 변호하지 않는다. 예술가가 작품을 만드는 행위는 출산과도 같아서 예술가는 그의 작품을 자신의 창조물로 여긴다. 따라서 그의 탄생이 얼마나 힘들고, 고뇌하였는지 예술가는 논함으로써 그것이 작품임을 작품 자신 대신에 변호한다. 그러나 프린스는 그렇지 않다. 그는 그의 예술에 어떤 철학도 부여하지 않으며, 자신이 쉽게 예술을 한다고 증언한다.

Richard Prince(1949~) -「Untitled (Cowboy)」(1989)

리차드 프린스는 동시대 미술에서 굉장히 논쟁적인 인물이다. 특히 재맥락화(recontextualization)와 차용(appropriation)을 핵심 전략으로 삼은 예술가로 알려져 있다. 그의 초기 작업은 잡지 광고나 대중문화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와서 새로운 작품으로 제시하는 방식이었다. 대표적으로 담배 광고의 카우보이 이미지를 그대로 확대해 제시한 「Marlboro Cowboys」 시리즈가 있다. 원본 이미지를 거의 수정하지 않고 '다시 보여주는 행위'만으로도, 저작권과 원본성, 예술의 정의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한 응답은 양극단이다.

긍정적 관점에는 프린스가 현대사회에서 이미지가 어떻게 소비되고 권력이 작동하는지 날카롭게 드러내며, 예술은 반드시 '창작'일 필요가 없으며, 맥락 전환만으로도 새로운 의미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라고 그를 평가한다. 뿐만 아니라 앤디 워홀의 팝아트 이후 시대를 잇는 중요한 개척자로 칭송한다.

반대로 비판적 관점에서는 단순히 '남의 이미지를 도용해 돈을 번다'는 비난. 특히 인스타그램 캡처를 거의 수정 없이 작품화해서 고가에 판매했을 때 "이건 예술이 아니라 절도다"라는 비판이 거셌다.

사생활과 개인정보가 민감한 이 시대에 남의 인스타그램 사진을 차용한 프린스는 저작권 도용으로 피소하기도 했다. 아트뉴스페이퍼에 따르면, 뉴욕 지방법원의 시드니 H. 스타인 판사는 리차드 프란스가 'New Portrait'시리즈에서 사진작가 도날드 그레이함(Donald Graham)과 에릭 맥나트(Eric McNatt)의 작품을 도용한 혐의로 프린스 작품 가격의 5배를 지불할 것을 명령했다. 프린스 측은 아티스트가 이미지를 처리한 공정 사용으로 연방 저작권의 예외라고 주장하면서 자신의 목적은 단순히 각 새로운 초상화에 존재하는 이미지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의사소통하고, 자신을 표현하고, 서로 관계를 맺는 방식을 풍자하고 논평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고 강변했다고 한다(sukie, 2024).

리차드 프린스를 이야기할 때는 예술적 가치와 윤리적 논란이 항상 맞물려서 나온다.


예술적 가치

프린스는 대량생산·대량소비되는 이미지를 가져와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원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 광고회사, 미디어, 자본이 만든 허상임을 드러냈다. 예컨대 Marlboro 카우보이 시리즈는 미국적 남성성·자유의 상징처럼 소비되었는데, 사실은 담배를 팔기 위한 연출된 이미지일 뿐이었다. 이처럼 이미지 소비 사회에 대한 통찰을 제시했다고 보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또한 리차드 프린스는 "예술은 반드시 손으로 직접 만든 창작물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차용(a-ppropriation art)을 통해 예술의 개념을 확장하고, 맥락만 바꿔도 '새로운 작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는 뒤샹의 레디메이드 이후 현대미술의 큰 줄기를 계승한 것이기도 하다는 의견이 있는데, 전반적으로 그가 예술의 정의 확장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이미지가 무한히 복제·유통되는 상황에서 프린스의 작업은 더더욱 적실성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동시대성과 영향력으로 인하여 미술사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윤리적 논란

광고 사진, 잡지, 인스타그램 이미지 등 원작자의 허락 없이 가져온 경우가 많아서 소송도 여러 차례 있었다. 예를 들어 패트릭 카리우(Patrick Cariou)의 사진을 차용한 작품은 실제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고, 일부는 '공정 이용(fair use)'로 인정되었지만, 경계가 애매했다. 재맥락화(recontextualization)와 차용(appropriati-on)이라는 키워드를 전략으로 삼았기에 저작권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 그의 예술의 발목을 잡는다.

원본에 거의 손을 대지 않고 갤러리에 걸어놓기만 한 작품이 수백만 달러에 팔리는 상황에서, "이건 예술이라기보다 시장을 이용한 장난 아니냐"라는 비판도 강하다. '창작'의 빈곤 논란이 있는데, 이건 그가 창작을 업으로 삼는 예술가로서 창작 능력의 부재를 논함과 동시에, 창작의 결여가 과연 그의 작품을 작품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졌다.

인스타그램 시리즈처럼 일반인 혹은 다른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허락 없이 사용하고, 그것으로 돈을 벌었다는 점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예술적 실험'과 '타인의 권리 침해' 사이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비판도 있다. 그의 예술은 도덕적 차원에서 많은 문제가 제기되며 논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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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프린스는 동시대 예술의 문제의식을 날카롭게 보여준 인물이자, 동시에 예술의 윤리적 경계를 시험하며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키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리차드 프린스는 예술의 본질을 시험하는 인물이라고 볼 수도 있다. 예술이란 무엇이고, 창작의 경계는 어디이며, 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에 '원본'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질문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는 예술가인가 사기꾼 인가 하는 의심이 생겼는데, 그 의문은 리차드 프린스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예술은 사기 인가 하는 예술가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으로 커졌다.


Reference

sukie, <Richard Prince found guilty of copyright infringement and ordered to pay $650,00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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