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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경수 Jan 19. 2022

예술가에 대한 모순적 담론

빈곤한 베스트셀러?

  한국사회에는 직업이나 학벌이 주는 파급력이 아주 강력하다. 별 볼일 없는 사람이 직업이 의사라고 자기소개를 하면 그 사람은 자기소개 이후에 다른 대우를 받을 것이다. 혹은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매일 담배 사러 나가는 백수로 추정되는 사람이 서울대를 다닌다고 자기소개를 하면 "공부하느라 바빠서 간편한 옷을 입었구나"라고 사람들은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사람들은 예술가들은 만나보지도 않고 가난할 거라 편견을 가진다. 우리는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제품들을 사용하거나, 음악가가 만든 음악을 듣는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람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예술을 소비하고 있다. 이렇게 소비자가 많은 예술시장인데, 왜 예술가들은 가난하다고 생각할까? 모순적이지 않은가?


무지에 의한 편견

락 기타리스트에디 밴 헤일런(Eddie Van Halen)과 세션 기타리스트 홍준호

  락 음악이나 기타라는 악기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기타리스트'라는 직업을 들었을 때, 왼쪽 사진과 같은 모습을 떠 올릴 수 있다. 머리는 길고, 헤드뱅잉을 하며, 라이더 재킷 같은 외투를 입고 다니는 모습을 보편적으로 떠올릴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게 된 계기는 직접 본 경험에 의해서 얻은 사실이 아니라 미디어나 타인에 의해 주입된 사례가 대부분 일 것이다. (물론 21세기에도 왼쪽 사진처럼 하고 다니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일반적으로 보기 힘들다.) 반면에 오른쪽 사진과 같은 세션 기타리스트는 단어부터 생소할 것이다. 세션(Session) 음악가는 다른 음악가를 위해 도와주는 음악가를 말한다. 일반적인 대중은 음악을 소비만 할 뿐 음원의 유통과정이나 제작과정은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오른쪽 사진보다 과거에 잘 나가던 락 기타리스트의 모습이 '기타리스트'라는 말을 들었을 때 더 와닿을 것이다. 대중의 무지에 의한 편견이 이런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내가 기타로 입시를 준비한다고 고등학생 시절에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면 다들 왼쪽의 이미지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모습은 왼쪽보단 오른쪽 사진에 가까웠다. 


  기타리스트는 모습뿐만 아니라 급여에 대한 편견도 있다. 사실 기타리스트뿐만 아니라 예술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예술가들에 대한 편견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매일 여러 형태의 예술을 직간접적으로 소비하는데 예술가들이 가난할 거라고 편견을 가지는 것은 모순적이지 않은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다중이용시설에 가면 우리는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들은 음악을 듣거나, 영상을 보는 것처럼 여러 방식으로 미디어들을 소비할 것이다. 심지어 우리는 그 창작물을 조나단 아이브가 디자인한 아이폰으로 소비할 수도 있다.


  카페라는 공간을 예로 들면, 우리는 예술을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벽에 걸려있는 작품 그리고 누군가가 디자인한 일회용 잔이나 컵 홀더 또한 누군가의 예술 작품이다. 이처럼 예술은 우리 생활에 직접적으로 침투해 있는데, 왜 사람들은 예술가는 가난하다고 생각할까?


순수예술과 상업예술

  예술가라고 무조건 다 잘 번다는 주장은 결코 아니다. 작품성을 인정받고 대중들이 좋아하는 작가는 물론 잘 먹고 잘 살겠지만, 그렇지 않은 예술가도 많다. 그렇다면 이 두 부류의 예술가로 나뉘는 계기는 무엇일까? 그 계기는 대중이라는 소비자의 기호에게 달렸다. A라는 사람은 힙합을 하고, B라는 사람은 데스 메탈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21세기 대한민국에서 A, B가 산다고 가정할 때, A가 B보다 주류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다. A가 하는 힙합이라는 장르의 음악은 요즘 대세인 만큼 힙합을 주제로 한 예능도 한국에서 보기 쉽다. 하지만 B가 하는 데스 메탈이라는 장르는 단어부터 생소한 사람이 아주 많을 것이다. 현대 사회의 이데올로기는 B보다 A의 손을 잡을 것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요점은 대중성 있는 예술을 해야만 잘 먹고 잘 산다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비주류 예술을 해도 돈을 충분히 벌 수 있다. 하지만 사회와 적당한 타협이 필요하다. 흔히 순수예술과 상업예술로 예술을 양분하는데, 진정한 예술가라면 이 두 분야를 관통해야 한다. 순수예술만 하고 먹고살려면 진짜 엄청난 대가 여야 할 것이고, 상업예술만 한다면 그 예술가를 과연 예술가라고 칭할 수 있을까? 


  정말 본인이 추구하는 예술이 우연히 대중이 원하는 상업적인 예술과 겹쳐서 그런 경우면 아주 좋겠지만, 돈을 좇기 위해 상업예술에 자기 자신을 맞춘다면 그 사람은 예술가라고 할 수 없다. 예술가 보단 사업가나 기술자라 칭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사회에서 현실적으로 예술을 하며 밥 먹고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서 말하는 현실은 일반 직장인들처럼 고정수입이 보장된 것을 말한다.) 자신과 타협해서 순수예술과 상업예술을 겸하면 되지 않을까? 학원에서 강사를 하며 남는 시간에 본인 작업에 몰두하면 되지 않을까? 물론 개개인의 인생이기에 함부로 판단하거나 지시하는 것은 아니다. 나의 주관적인 견해를 말하는 것이다. 상업예술과 순수예술을 둘 다 겸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것이라 생각한다. 그건 마치 '지킬 앤 하이드'처럼 두 명으로 살아가는 것과 같을 것이다. 


  예술가라는 주체의 개인의 판단이 제일 중요하다. 누군가는 상업예술과 순수예술을 겸하면서 적재처럼 성공할 수 있고, 누군가는 피카소처럼 자신만의 순수예술에만 몰두해서 성공할 수도 있다. 


현대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예술가는?

  예술가도 일반인과 똑같은 사람이다. 본인이 선택한 분야지만 일이 싫을 때도 있고, 힘들 때가 있다. 가끔 사람들은 예술가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해서 좋겠다고 말한다. 물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좋지만, 그 좋아하는 일이 잘 안 되면 고통은 배가 된다. 그리고 예술가도 자본주의에 속한 구성원으로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있을까? 분명 자기가 싫어도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을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결론은 예술가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들도 하기 싫은 일이 있고, 워라벨이 중요하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은 쉬운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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