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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경수 Feb 25. 2022

공간에 대한 고찰

공간에 투영된 인간의 이기적 무의식

  집을 영어로 뭐라고 할까? 누구는 "Home"이라 대답하고, 누군가는 "House"라고 대답할 것이다. 둘 다 맞는 대답이다. 하지만 두 단어가 의미하는 바는 다르다. Home은 정신적인 의미로 집을 의미하고, House는 공간적 의미로 집을 의미한다. 정신적인 의미던 공간적인 의미던 결국 인간에게 안정감을 주는 무언가라는 점은 동일하다. 또한 집(Home)과 집(House) 모두 한국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자주 언급되는 단어 이기도 하다. 가정폭력, 재산분배, 패륜 등으로 가정(Home)에 관한 이슈들이 뉴스에 자주 나온다. 공간적인 집(House)은 부동산에 민감한 시기인 만큼 자주 다뤄진다. 대체 정신적인 집(Home) 또는 가정은 정신적인 교감을 하는 사람들과 이루기에 구성하기가 뜻하는 대로 쉽지 않고, 본인에게 맞는 사람을 찾는 것 또한 어렵다. 하지만 공간적인 집(House)은 돈만 있다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정신적인 집과는 다르게 외형을 마음대로 바꿀 수도 있으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더 좋은 집으로 대체할 수 있다. 나는 공간적 의미의 집에 대해 고찰해보려고 한다. 왜 사람들은 한강뷰, 고층, 더 높은 천장을 원할까? 그런 집에 산다고 더 행복한가? 아니면 투자가치가 더 높아서 그런 집을 원하는 것일까? 

구글 출처

사람들은 편안함을 추구한다.

  항공권을 예약할 때 이코노미, 비즈니스, 퍼스트 중 원하는 클래스를 선택해야 한다. 모두가 마음 같아선 퍼스트 혹은 비즈니스를 선택하고 싶지만 모두가 그럴 수 없다. 모두가 퍼스트 클래스에 탑승할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퍼스트 클래스는 한정되어 있다. 개인 공간이 넓은 퍼스트 클래스 좌석을 많이 만드는 것은 많은 승객을 받을 수 없어서 이코노미보다 퍼스트 클래스의 수가 훨씬 적다. 그리고 경제적인 이유로 모두가 퍼스트 클래스에 탈 수가 없다. 우리 모두 같은 영장류이고, 눈으로 사물을 시각적으로 보지만, 우리의 경제적 여유는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퍼스트 클래스를 타고 미국에 가서 고급 호텔에서 샴페인을 마시겠지만, 누군가는 제주도와 같은 국내여행도 사치라 생각할 수도 있다. 


  왜 사람들은 퍼스트 클래스를 더 선호할까? 그 이유는 퍼스트 클래스가 더 쾌적하기 때문이다. 이코노미 클래스는 옆 사람과도 가깝고, 좌석들이 닭장처럼 붙어있다. 화장실 하나 가기도 불편할 수 있다. 이코노미 클래스의 자리와 퍼스트 클래스의 자리의 쾌적함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가격차이가 나는 것이다. 같은 비행기에서 같은 목적지를 가더라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돈을 조금 더 지불해서 그 비행시간 동안 더 편하게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경제적 여유가 비교적 적은 사람들은 좌석을 고를 여유가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가격만 보고 제일 저렴한 좌석을 선택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행기 값이 저렴하지도 않고, 몇 시간만 참으면 목적지에 도착하기에 저렴한 가격의 좌석을 선택한다. 좌석이라는 공간은 승객이 항공사에게 일시적으로 빌리는 공간이기에 조금 불편해도 저렴한 좌석을 고르는 것이 공리주의적으로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집이라는 주거 공간은 어떨까?


잠재적 자유

  집값 폭등 등 여러 이유로 부동산 시장이 언제부턴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같은 아파트 단지, 같은 평형이라도 층수, 조망 등으로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 왜 그럴까? 층수와 조망은 서로 연관이 크다. 층수가 낮으면 근처 건물에 의해서 조망권을 침해받을 수도 있고, 단지 내 주차장이 지상에 있다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수도 있다. 고로 나는 사람들이 고층과 조망이 좋은 '로열 호수'를 선호하는 이유를 잠재적 자유라고 생각한다. 맨 위층에 사는 입주자와 1층(필로티가 없는 동)에 사는 입주자를 비교해보자. 맨 위층에 사는 사람을 3501호라 칭하고, 1층에 사는 사람을 101호라 칭하겠다. 101호는 필로티 없는 동에 살기 때문에 자기네 동 건물에 들어가자마자 집이 있다. 외출을 하기에는 편하겠지만 101호는 여러 이유로 불편할 것이다. 첫째로, 엘리베이터다. 필로티가 없는 동의 101호는 엘리베이터 바로 옆에 살기 때문에 1층부터 35층에 사는 모든 입주자가 지나다녀야 한다. 교양 있는 이웃 주민들이라면 101호를 위해 조용히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웃이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101호는 엘리베이터 자체 소음과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람들에 의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반면에 3501호는 맨 위층에 살기 때문에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35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는 사람은 35층 주민밖에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35층 주민들은 엘리베이터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잠재적인 자유가 있는 것이다. 둘째로, 조망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이다. 101호는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필로티가 아닌 구조에 살기 때문에 창밖이 바로 단지 내부이다. 심지어 층수 차이가 없는 1층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창문으로 강도가 들어올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1층은 낮은 층수로 인해 사생활 침해를 받을 수도 있다. 35층의 경우에는 고층이라 드론을 이용하지 않는 이상 누군가가 창밖에서 지켜보는 느낌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적다. 하지만 1층은 누군가가 지켜보기 쉽다. 그래서 대부분의 1층 세대는 밤낮으로 커튼이 쳐져있다. 고층은 커튼을 사용할 자유가 있지만, 저층은 사생활을 위해 커튼이 거의 필수다. 그리고 35층은 위에 세대가 없기 때문에 위층으로부터 층간 소음을 겪을 일이 전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저층은 위층이 존재하기 때문에 층간 소음을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


심리적 이유

  인간에게는 욕심이 있다. 그리고 그 욕심은 끝이 없다. 그리고 그 욕심이 건축에 반영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욕심은 넓은 평형과 높은 층고에 반영되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의 신장은 2m를 넘지 않는데 왜 사람들은 높은 층고를 원할까? 층고가 높다고 그 층고를 활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공기만 있는 허공에 불과하다. 하지만 심리적으로는 누구나 더 높은 층고를 선호할 것이다. 


  그 이유는 내 공간에서 안정감이 생기기 때문이 아닐까? 그 안정감은 무언가가 나를 막지 않고 탁 트여있다는 느낌에서 올 것이다. 무언가가 내 눈앞을 바로 막는다면 그것이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아도 불쾌할 것이다. 나를 방해하는 느낌이 들 것이다. 하지만 내 앞에 공간이 탁 트여있다면 그 자체로 나에게 안정을 줄 것이다. 이처럼 인간은 무언가에게 가로막히기 싫어하고 탁 트인 곳을 원하는 욕망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고층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이 아닐까? 옆에 있는 건물들은 30층인데 우리 집만 80층이면 탁 트인 뷰를 나는 매일 볼 것이다. 나는 매일 아침 그런 뷰를 본다면 "내 앞을 막는 건 아무것도 없다"라는 독백으로 시작할 것 같다. 


  고층을 선호하는 데에는 또 다른 심리적 이유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은 누군가의 발 밑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1층에 사는 사람은 꼭대기부터 2층에 사는 사람의 발 밑에 살지만 꼭대기 층에 사는 사람은 반대로 모든 사람이 본인의 발 밑에 있을 것이다. 과거에 인간이 신에 닿고자 바벨탑을 쌓은 것처럼 인간은 고층 주거지로 그런 욕구를 해소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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