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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경수 Feb 25. 2022

니체 당신이 이겼어요.

니체의 저서를 읽고

책 표지

  올해 초부터 읽던 이 책을 드디어 오늘 다 읽었다. 576페이지의 니체의 책을 두 달에 걸쳐 읽었다. 이 책은 학교 교수님께서 빌려주신 책인데, 받은 순간부터 기대와 부담이 공존했다. 니체의 책을 내가 접하게 된다는 점에서 아주 설렜다. 나는 니체 사상들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조금씩밖에 모르는데, 이 책을 완독 하면 굉장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앞으로 내 철학 세계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 기대했다. 또한 니체는 아포리즘(깊은 진리를 간결하게 표현한 말이나 글. 격언, 금언, 잠언, 경구 따위)으로 유명해서 글이 비교적 읽기 쉬울 거라는 기대도 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신은 죽었다.", "디오니소스와 아폴론" 그리고 "아모르파티(Amor fati)"등 너무나 유명한 글귀를 접할 생각에 위대한 철학자를 접한다는 중압감과 니체를 사유화할 기대를 동시에 느꼈다. 니체의 표현을 빌리자면 절제의 아폴론과 열정적인 디오니소스가 내 내면에 공존했다.


  그러나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니 당황스러웠다. 너무나 낯 썬 문체로 쓰여서 이해하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분명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는 문장인데, 뜻을 알 수가 없었다. 비극의 탄생을 다 읽고 나서는 내가 뭘 읽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완전히 모르는 분야에 대한 책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용어인 '디오니소스적인' 그리고 '아폴론적인'에 대한 부분도 전혀 이해를 하지 못했다. 대체 니체가 왜 제목을 비극의 탄생으로 지었는지도 난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비극적으로 비극의 탄생을 다 읽고 나는 즐거운 지식을 읽기 시작했다. 여기부터는 이해가 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낯선 구조의 책이며, 내가 지금까지 읽은 책들과는 다른 너무나도 이질적인 문체로 쓰였다. 그래도 즐거운 지식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좀 있었다. 대체 왜 지식을 쌓아야 하는가? 규범을 잘 지킨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등 니체가 스스로 묻고 답하는 부분들을 보고서 이 사람은 진짜 천재다라고 생각하게  되기도 했다. 니체가 왜 포스트 모더니스트들에게 추앙받는지 약간은 이해가 갔다. 아무튼 비극의 탄생보다 더 읽을 만했다. 즐거운 지식을 읽을 때는 사막을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모르겠는 문단들이 반복되다가 가끔씩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나에게 굉장한 카타르시스를 주는 문단이 가끔 나왔다. 그래서 비극의 탄생보다 즐거운 지식을 더 빨리 읽었나 보다. 심지어 나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는 그 문단들을 읽으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철학자인 미셸 푸코도 이 부분을 읽고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푸코는 니체 철학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니체의 계보학을 계승한 그는 '고고학'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담론들의 원인과 시대적 지층의 에피스테메를 찾으려 연구했다.


  즐거운 지식을 예상보다 즐겁게 읽고 다음 챕터인 '반그리스도교'로 넘어갔다. 챕터 이름이 주는 인상처럼 그리스도교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챕터였다. 니체는 그의 저서 도덕의 계보학을 가져오며 그리스도교를 하나부터 열까지 다 비판했다. 그 정도 비판이면 존재 자체를 비판했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의 말을 들어보면 그리스도교에 대한 그의 연구가 이해되긴 했다. 하지만 왜 이렇게 까지 비판하는지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니체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때도 신앙생활을 열심히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쩌다 그리스도교 자체를 부정하게 되었을까? 또한, 그가 그리스도교를 비판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생전에 그의 성격이 어땠을지 추측해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이 책을 완독 한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이 어려운 책을 내가 포기하지 않은 것도 나름 대단한 게 아닐까? 그의 책을 이해하지 못해서 니체에게 무릎을 꿇은 느낌이다. 하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닌가? 나는 오늘 니체에게 졌지만, 꾸준히 내 사유를 키워서 훗날엔 내가 니체를 정복하고 싶다. 비록 졌지만 잘 싸웠다. 나는 니체에게 지식뿐만 아니라 동기부여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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