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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경수 May 08. 2022

Viva La Vida

인생이여

들라크루아(1798~1863)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1830)"

  나는 카톡 상태 메시지에 명언을 담는 것을 극도로 거부했다. 남들이 다 보는 프로필에 그런 말을 쓰는 것은 너무 자기 과시적이고, 진지충처럼 보이기 때문에, 나는 상태 메시지를 주로 비워놓았다. 존재하는 무언가는 존재 자체로 평가받지만, 부재하는 무언가에 대한 평가는 정답이 없는 추측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라는 사람을 표출할 수 있는 프로필에 무언가를 담는 것을 나는 꺼려해 왔다. 특히나 영어로 된 문장이나 철학적인 명언들은 더더욱 꺼려왔다. 나에게 진심으로 와닿은 문장이 나의 프로필을 보는 불특정 다수도 그렇게 느낄 거라는 확신이 서지 않기도 하고, 익명의 시선을 의식해서 자기 검열을 했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얼마 전에 카톡 상태 메시지에 "Viva La Vida"를 적어 넣었다. "Viva La Vida"는 스페인어로 "인생이여, 만세" 혹은 "인생이여 영원하라."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 문장은 스페인어임에도 불구하고 유명한데, 그 이유는 영국의 락밴드 콜드플레이의 4집 "Viva la Vida or Death and All His Friends"의 7번 트랙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대중적으로 유명한 곡인 만큼, 나도 이 노래를 잘 알고, 좋아한다. 이 노래는 콜드플레이를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전주를 들으면 아! 하고 알 것이다. 또한 이 노래의 유명세로 앨범커버인 들라크루아의 작품도 함께 유명해졌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어떤 상황에서 "Viva La Vida!"를 외칠까? 나는 이 문장이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상황에서도 다 사용될 수 있는 중의적인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이분법적으로 볼 때, 불행한 인생과 성공한 인생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러한 두 인생을 사는 사람이 자신의 사회적 위치에 대해 감탄 혹은 탄식을 할 때는 아마 인생에 말을 하지 않을까 싶다. 만약 거지와 부자가 똑같이 "인생이여!"를 광장에서 외친다면, 사람들은 똑같은 발화를 두고 전혀 다르게 받아들일 것이다. 부자가 "Viva La Vida!"를 외치면, "저 사람은 역시 성공해서 인생을 긍정적으로 보는구나", "부럽다. 나도 그런 인생을 살고 싶다."와 같은 반응들이 나올 것이다. 겉모습의 화려함 혹은 품위 때문에 사람들은 그 사람의 내면이나 상황은 전혀 모른 체 마음대로 판단할 것이다. 그 부자가 비바 라 비다를 외친 까닭은 정말 인생이 아름다워서 일까?


  반대로 서울역 앞에서 노숙을 하는 거지가 비바 라 비다! 를 외친다면, 거리를 지나던 사람들은 "윽, 더러워!", "밖에서 자다니 불쌍하다.",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앞에서 본 부자와 다르게 거지가 인생에 대해 논한 다면, 누구나 부정적인 감탄사라고 추측할 것이다. 집도 없이 매일 밖에서 자고, 끼니는 무료급식을 해결하는 사람을 과연 누가 행복하다고 판단하겠는가? 그런데 그 거지는 정말로 불행할까? 우리는 그 사람의 상황을 전혀 모르는데, 그 사람이 당연히 불행할 것이라 단정 짓는다. 그 사람이 물질적으로 결핍을 느끼기에 불행할 수도 있지만, 디오니게스처럼 일부러 물질을 포기하는 것 일수도 있지 않을까? 그 사람이 아닌 이상 우리는 그 감정에 공감할 수 없을 것이다. 그의 불행이든, 행복이든. 어쩌면 거지가 "비바 라 비다"를 외친 까닭은 지나가던 행인에게 기부를 받아서 "인생이란 역시 아름다워! 살아있길 잘했어!"일 수도 있고, "오늘은 앵벌이가 시원치 않네... 인생 쓰다..."와 같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내가 "Viva La Vida!"라고 외친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현실적으로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은 "비바 라 비다"라는 노래가 있다는 사실은 알지만 그 의미는 전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콜드플레이의 노래를 아는 사람이라면 "아 그거 콜드플레이 노래 이름이지?"와 같이 반응하고, 모른다면 "뭔 소리야?"라고 반응할 것이다. 반대로 "Viva La Vida"의 뜻을 아는 사람이 나의 발화를 들으면 "저 사람 무슨 일 있나?"와 같이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친하면 나에게 그렇게 외친 이유를 물어볼 것이다. 


  만약 "Viva La Vida"의 뜻을 아는 누군가가 내 프로필을 보고 너에게 인생이 무슨 뜻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상황에 따라 대답이 다를 것이다. 기분이 좋으면 인생에 대한 긍정적인 탄식일 것이고, 기분이 좋지 않으면 비관적인 답변을 할 것이다. 내 감정은 계속 변하지만, "Viva La Vida"라는 문장은 그대로다. 비록 글자 하나 바뀌지 않지만, 이 문장은 완전히 다른 것을 의미할 수 있다. 먄약 당신이 지금 "Viva La Vida"를 외친다면 그건 무슨 의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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