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경수 Jan 12. 2023

정석과 이탈

독서를 어떻게 해야 할까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1926~1984)

  요새 푸코의 박사논문인 "광기의 역사(1961)"를 읽고 있다. 푸코의 팬이라 그런지 언제나 혹은 아직도 "미셸 푸코"라는 넉자만 들어도 설렌다.  푸코에게 빠지게 된 계기는 "감시와 처벌(1975)"를 읽게 된 것이었는데, 그 한 권으로 인해 푸코에게 입덕하게 되었고, 나의 사고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래서 철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달리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지금까지 많은 철학책들을 보았는데, 거의 푸코의 저서이거나 푸코에 관련된 자료였다. 푸코라는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 공부를 할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이 사람 진짜 천재다. 그래서 나도 그런 철학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매일 공부한다. 그래서 방학을 맞아 푸코를 좀 더 심층적으로 이해하고자 플랜을 세웠다. 

  

  그 플랜의 내용은 1월에는 "광기의 역사"를 마스터하고, 2월에는 "감시와 처벌"을 마스터하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 책 두 권을 두 달 동안 심층적으로 공부하는 것으로 보여서 나름 쉬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광기의 역사를 읽고 있는 1월 현재, 쉽지 않다. 광기의 역사를 읽다가 내가 광기에 사로잡힐 지경이다. 진짜 너무 어렵다. 처음에 유럽의 나병, 구빈원, 광인의 배에 대한 역사가 나오는 1부는 읽을만했다. 아니 오히려 재밌었다. 하지만 2부부터는 진짜 뭔 소리인지 하나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 푸코가 파고든 분야가 철학뿐 아니라 임상의학, 생리학, 정신의학과 같이 다양해서일까? 철학책이 맞나 싶을 정도로 철학도로써 어렵게 느껴졌다. 


  그래서 중간에 회의에 빠질 뻔했다. 어차피 해제본으로 이미 공부한 책인데 굳이 번역본을 봐야 하나? 유튜브에 "광기의 역사"라고 검색만 해도 그에 대한 강의가 넘쳐나는데 그냥 그 영상들을 보고 공부한 걸로 치면 안 되나? 어차피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데?


  하지만 푸코의 팬으로서,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포기하고 싶지 않다. 난 이제 첫 번째로 이 책을 보고 있는 것이다. 백번을 보고도 모르겠으면 접는 게 맞겠지만, 아직 읽지 못한 부분이 많아서 포기하기 싫다. 그리고 나의 능력으로 이 책을 소화하고 싶다. 해제본이나 강독은 남들이 그들만의 견해로 그 책을 소화하고 해석한 것이다. 따라서 그들 자신의 에피스테메(푸코식 표현으로 인식틀?)로 그 책을 판단한 것이다. 나도 나만의 에피스테메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형성하는 주체로써, 나의 방식대로 읽고 소화하고 싶다. 그리고 프랑스 소르본 대학교에 제출한 박사 논문인데, 한 번에 쉽게 읽힐 리가 있나? 이걸 한 번에 다 이해하면서 읽으면 나는 천재겠지. 그래서 좌절하지 않으려 한다. 이제 철학을 시작한 지 겨우 1년 좀 넘었는데, 이런 고전을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스스로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이 책을 읽다가 느낀 어려움이 나를 고뇌에 빠뜨리기도 했다. 대체 이런 책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이래로 쭉 고민한 것 같다. 아는 교수님께서는 모르는 부분을 휙휙 넘기면서 대충 읽으라고 하시는데, 뭔가 그러면 내가 원하는 '정복'을 하지 못할 것 같다. 아직 짬이 부족해서 이해를 못 하는 것 일 테니, 일단 나는 이 928페이지짜리 박사 논문을 한번 다 읽고, 또다시 정독해 볼 생각이다. 그리고 또 정독할 것이다. 그렇게 1월을 보낼 생각이다. 


  푸코의 연구는 크게 세 시대로 구분된다. "광기의 역사(1961)"을 출간하고 프랑스 68 혁명 전까지를 '지식의 고고학'의 시기로, 68 혁명 이래로 권력에 관심을 가지게 된 푸코가 "성의 역사 1 : 지식의 의지(1975)"를 출판하는 시기까지를 '권력의 계보학'의 시기로, 그리고 성의 역사 2권부터 그가 죽을 때까지를 '주체의 윤리학' 또는 '윤리의 계보학'의 시기로 부른다. 푸코는 초기부터 말년까지 연구 주제가 다양하게 바뀌었지만, 그는 항상 주체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난 푸코의 세 시기 중에서 '권력의 계보학'시기와 '윤리의 계보학'시기에 가장 관심이 있다. 물론 지식에 대해 다룬 '지식의 고고학'시기도 관심은 있지만, 그저 교양 수준으로 관심을 가지는 정도이다. 

  

  즉, 나는 푸코를 통해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라는 질문이 필요한 것 같다. 나는 푸코를 통해서 권력과 주체의 관계에 대해 알고 싶고, 결국 최종적인 목표는 주체의 미학을 수립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푸코의 권력이론을 공부하고, 그의 많은 글들을 본다. 혹은 2차, 3차 자료까지 본다. 이 물음을 통해서 나는 "광기의 역사"를 읽는 이유를 다시 깨달았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타자와 동일자의 역사를 고고학적 관점에서 봐야겠다. 아, 이 책은 나에게 그저 지나가는 길목이 아니라 꼭 필요한 책이 될 수도 있겠구나.


네이버 블로그

작가의 이전글 '한국인'의 이데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