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경수 Feb 22. 2023

비극과 광기 그리고

니체와 푸코 그리고 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F.W.Nietzsche, 1844~1900)와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1926~1984)

  푸코와 니체 둘 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이다. 이 둘의 공통점은 여러 개 있는데, 필자는 가장 두드러지는 공통점은 당연한 것을 당연한 것이 아니라고 폭로한 것과 계보학적 연구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푸코가 태어나기 26년 전에 니체가 죽었으니, 아니 36년 전에 정신병으로 쓰러졌으니 그 둘이 실제로 만나서 교류를 하진 않았다. 이 둘이 비슷한 까닭은 철학자 푸코가 선배 철학자 니체의 영향을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푸코는 니체와 달리 칸트를 좋아했으며, 그러한 성향은 "말과 사물(1966)"에서 보인다고 하는데, 나는 그 책을 몇 번 읽어도 어느 부분에서 푸코가 칸트를 좋아했다는지 알 수가 없다. 무튼 이 둘은 굉장히 비슷하다. 유행이 좀 지난 말이긴 한데, 평행이론이 하나 펼쳐지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그 평행이론이 니체가 비극을 다룬 책인 '비극의 탄생(1872)'와 푸코가 광기를 다룬 책인 '광기의 역사(1961)'에서 보인다고 생각한다.


비극의 탄생(Die Geburt der Tragödie aus dem Geiste der Musik, 1872)

  이 책은 니체가 28살에 쓴 책으로 비극에 대해 다룬다. 그가 말하는 비극이란 오늘날로 치면 예술과 같은 것이다. 니체는 '비극의 탄생'에서 예술을 두 종류로 나누는데, 하나는 디오니소스적인 충동이고, 하나는 아폴론적인 충동이다. 디오니소스는 음악으로, 아폴론은 조각과 같은 형태의 예술을 칭한다고 말할 수 있다. 


  니체에 의하면 원래 아폴론과 디오니소스는 균형을 이루고 있었는데, 이 균형이 소크라테스에 의해 깨진다고 말한다. 그래서 디오니소스보다 아폴론적인 것을 추구하고, 더 우월시 되었다고 니체는 말한다. 그래서 니체는 이 균형이 다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결국 인간이 디오니소스로 회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광기의 역사(Folie et Déraison: Histoire de la folie à l'âge classique, 1961)

  이 책은 푸코가 쓴 박사 학위논문이다. 원래 스웨덴 웁살라 대학에서 푸코는 박사학위를 받으려 이 논문을 제출하지만 거절당하고, 프랑스 소르본 대학교에서 이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는다. 이 책은 제목처럼 중세시대, 르네상스 시대, 고전주의 시대 그리고 근대까지 어떻게 이성이 광기를 다루었는지 추적한다. 중세까지만 해도 광기는 자유로운 하나의 주체였다. 그저 신비로운 무언가였을 뿐이다. 그 후 르네상스에 광기는 우주적 경험과 비판적 경험으로 나뉘게 된다. 우주적 경험은 우주적 질서를 직관할 수 있는 신비한 힘을 가리치고, 비판적 경험은 이성으로 설명 혹은 해석된 광기를 가리킨다. 


  하지만 데카르트 이후 비판적 경험과 우주적 경험의 균형은 무너진다. 비판적 경험은 이성으로 대치되고, 우주적 경험은 광기로 대치된다. 그 후 광기가 된 우주적 경험은 이성이라는 비판적 경험에 의해 억압되었다고 푸코는 이 책에서 말한다. 그리고 푸코는 광기의 해방을 외치며, 이성의 절대성에 금이 가게 한다. 


두 작품의 유사성

  이 두 작품은 나란히 놓고 보면, 유사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첫째로, 두 작품 모두 그들의 처녀작에 가까울 정도로 초기에 세상에 내놓은 책이다. 그래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기도 하고, 당시에 많은 충격을 줬다고 한다. 니체 당대의 인간들은 예술을 저렇게 양분할 생각도 못했을 테고, 푸코의 시대에도 광기란 그저 당연히 이상한 것이라 여겨지고, 아무도 그에 물음표를 던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두 철학자는 당연한 것과 익숙한 것에 파고들어서 젊은 날의 그들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두 번째 유사성은 이항대립구조이다. 니체는 예술을 '아폴론/디오니소스'로 디오니소스로의 회귀를 주장했으며, 푸코는 '이성/광기'로 인간의 경험을 나누고, 광기의 해방을 주장했다. 이 둘 모두 이항대립구조로 자신의 연구를 진행했으며, 억압된 디오니소스와 광기를 해방하려는 점을 볼 때, 유사하다고 말할 수 있다. 세 번째로 '질서의 파괴자'의 등장이다. 니체는 디오니소스와 아폴론의 조화 가운데, 소크라테스의 등장으로 디오니소스가 억압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푸코는 데카르트의 주장 이래로 광기가 억압되었다고 말한다. 이 둘의 사상 모두 데카르트와 소크라테스로 불리는 질서의 파괴자의 등장으로 인해서 이들의 질서가 무너졌으며, 그 질서를 다시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 니체와 푸코가 주장하는 바이다. 


마무리하며

  니체와 푸코의 이러한 유사성은 내가 발견한 것이 아니라 허경 선생님이 발견하셨다. 그래서 이 글의 주제는 허경 선생님의 '미셸 푸코의 『광기의 역사』읽기'를 통해서 알게 된 흥미로운 점이다. 어떻게 그 어려운 두 작품을 이해하시고 유사성까지 찾으셨는지 정말 대단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들의 유사성에 대한 연구를 보면서 나의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해게 되었다. 


  미셸 푸코와 프리드리히 니체라는 거장들은 저런 주제로 자신의 연구의 첫 단추를 꿔었는데, 과연 미래의 나는 무엇을 시작으로 삼게 될 것인가? 니체는 쇼펜하우어를 좋아했고, 푸코는 니체를 좋아했다. 그리고 헤겔은 칸트를 좋아했다. 그렇다면 푸코와 니체를 좋아하는 나는 나중에 어떤 연구를 하고, 어떤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을까? 푸코의 작품에서 니체의 모습이 보이듯이 나중에 내 글에는 과연 누구의 어떤 모습이 보이게 될지 궁금하면서 기대가 된다. 개인적으로 누구의 모습이 그대로 보이기보단 그의 사상을 내 나름대로 체화해서 내 지식으로 만들어서 나타났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네이버 블로그

작가의 이전글 성의 역사 1 : 지식의 의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