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해 Sep 23. 2022

편리함 대신 편안함을 주는 Always 편의점

소설 <불편한 편의점>을 읽고

밀리의 서재로 읽고 나서 종이책으로 구입한 첫 책.

중학생들한테 빌려주려고 두 권을 샀는데 그 뒤에 벚꽃 에디션이 나오더라. 한 권씩 가졌으면 좋았으련만... 짜증~

밤을 배경으로 한 원래 표지도 맘에 들어서 그나마 다행이랄까?


<불편한 편의점>을 처음 읽은 건 소설에 흥미가 떨어져 어린이책이나 인문 교양을 주로 읽던 때다.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서가에서 보고 밀리에 담아만 두었더랬다. 제목이 평범했다면 그렇게 인기가 있었어도 그냥 지나쳤을 것 같다. 그만큼 제목이 중요한 걸 알지만 좋은 제목을 짓기는 참 어렵다.


어느 토요일 밤, 정확히는 일요일 새벽 2시. 잠이 오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거의 눕자마자 잠들어 그 시간쯤이면 이미 곯아떨어졌어야 하는 시각인데 아마 낮잠을 좀 잤거나 사소한 걱정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억지로 잠들기를 포기하고 밀리를 뒤적이다가 <불편한 편의점>을 발견했다.

침대에 누워 읽다가 거실 소파로 옮겨 본격적으로 빠져들어갔다. 책을 읽다가 잠시 멈춰야  정도로 키득거린 적이 언제였더라? 한참 읽다가 살풋 졸았나 보다. 휴대폰을 얼굴에 떨굴 뻔했다. 재밌는 영화를 보다가도 졸리면 잠들어 버리곤 하는 나니까^^ 그때가 새벽 4시쯤? 재밌는  재밌는 거고 일단 잤다. 일요일 오전에 등산을 가기로 했던 터라 산에 다녀오자마자 마저 읽었던 기억이 있다.




1. 선한 영향력

나라면  여사처럼   있을까? 인상이 찌푸려질 만큼 냄새나는 알코올 중독 노숙자를, 이미 례도 했는데, 100만 원을 가불해 주면서까지? ‘오랜 시간 교단에 있으며 몸에 밴, 학생들의 행동에 대한 피드백’이자 모태신앙으로 평생을 살아온 크리스천이라지만 모든 크리스천 교사가 그러진 않을 것이. 자신은 연금으로 살면 되는데 직원들의 생계를 위해 편의점을 접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 실리를 따지자면 편의점을   이상으로 늘리거나 아예 사업을 으라는 동생 말이 .

한편 민식 씨는  나이 먹도록 아직 인간이    보면 자기 자식 키우기는 그만큼 어렵거나,  여사도 젊은 시절엔  그릇이 않았을  있겠다.


2. 가진 게 없어서 좋은 점

세상은 넓고 제이에스는 많다. 독고 씨가 편의점 제이에스와 지하철 민폐남에게 그 느려 터진 말투로 뼈 때리는 장면에서 그야말로 빵 터졌다. 통쾌해서 어찌나 속이 시원하던지!

나도 가진 게 별로 없어서 새로운 일에 겁 없이 도전하는 편이지만 그런 몰상식한 사람한테 옳은 소리를 하는 건 솔직히 자신 없다.

독고 씨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서 잃을 것도 없으니 그렇게 용감할 수 있었나 보다.


3. 가벼워서 끈끈한 관계

가족이나 친구 때문에 버거울 때가 있다. 그럴  생판 모르는 남이 차라리 싶다. 올웨이즈 편의점에서 독고 씨가 맺은 관계도 마찬가지다. 기대하는  없으니 서운할 것도 없고 함께 하는 지금이 중요할 . 미래를 약속하지 않은 느슨한 관계라 부담 없다. 그런데 오히려 끈끈하다. 그게  따뜻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자체가 자기 계발서보다 더 직접적이고 힐링 에세이보다  위로를 주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4. 독고의 잘못

노숙자 독고 씨의 사연에 대한 궁금증이 책장을 쉬지 않고 넘기게 만들었지만, 암기력이 뛰어나고 일머리도 좋다고는 했지만, 비밀이 밝혀졌을  약간은 배신감이 들었다. 만만한 사람인  알고 마음을 열었는데 그런 사람이었어?

그런 독고의 삶은 언제부터 잘못되기 시작한 걸까? 첫 단추가 어린 시절 가정환경이라고 하면 그로서는 억울할 것 같다. 주어진 환경에서 벗어나려고 스스로 노력한 건데 너무 멀리 가버렸을 때 잡아줄 사람이 없었던 건 나쁘다거나 잘못됐다기보단 오히려 슬픈 일이다. 그런 점에서 원장은 물론이고 부인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

그런데 방향은 잊고 속도에만 신경 쓰는 게 비단 독고뿐인가?


5. 알바생에게 마음이 쓰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인물은 알바생 시현. 무원에 합격한 것보다 독고에게 준 도움을 발판으로 스카우트까지 된 설정이 몹시 좋았다. 그래서 2권에서 코로나 시국에 오래가지 못했다고 하니 굉장히 씁쓸했다. '우연한 실행'이 아니라, 스카우트된 일을 징검다리 삼아 자기가 원래 꿈꾸던 길로 갔더라면 더욱 좋았겠다.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같은    내가 먹고 싶은 게 폐기 시간과 가까우면 괜히 알바생을   쳐다보게 되었다. 혹시 조금 이따 먹으려고 찜해 놓은  아닐까 해서.




책에 대한 메모나 감상은 주로 블로그에 남기는데 이번 독서모임을 준비하면서 내가 이 책에 애정이 많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영화나 넷플릭스 시리즈 등에서도 속편이 종종 나오지만 인기몰이 때문에 급조한 거란 생각이 들어 후속작엔 그다지 호의적이 않다. 그래서 첨부터 2권에 대한 기대치를 낮췄다. 1권에 뿌려 놓은 걸 야무지게 주워 담았는데 난 그게 오히려 좀 아쉽기도 했다. 새로운 인물도 나왔지만 1권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오진 않았고 대구로 간 독고 씨는 어떻게 됐을까 내내 궁금했는데 우정출연 정도로만 언급된 것도 김 빠졌다. 그래도 몰입도 있게 잘 넘어가긴 한다(근배 씨가 독고만큼 말을 더듬지 않은 덕도 있다).


그리고 2권에서도 빠지지 않는 옥수수수염차. 이 정도면 PPL이 확실하다ㅋ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