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가의 엉덩이는 또 들썩들썩
연말까지, 길면 내년 2월을 끝으로 제가 운영하고 있는 독서토론 교습소를 정리할까 생각 중입니다.
26년 2월이면 결혼할 때 낸 10년짜리 대출도 딱 만기거든요. (모든 빚을 청산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적은 한번도 없는데 사람 일 참 모르는 거죠.
17년을 선생 소리 들으며 살았네요.
철 모르는 고등학생 때야 그렇다 쳐도, 대학생 때마저 제 꿈은 '말하는 직업'을 갖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대책없지만 학점 관리하고 방송 아카데미 6개월 다닌 게 전부였고요.
노느라 바빴죠.
대학 가면 실컷 놀 수 있다며 10년 넘게 참으라 했으니 보상 심리 발동.
그래도 운좋게 방송국 물도 2년 가까이 먹었어요.
순발력 꽝에 방송 재질이 아닌 걸 일찌감치 깨닫고, 미디어 교육 쪽으로 전향을 시도했어요.
독서토론 배워 접목하려고 알바처럼 시작한 일을 여태 했습니다.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공부방을 하면 살림하고 애 키우면서도 일할 수 있겠다는 계산이 있었어요.
그런데 남편의 꾐에 홀랑 넘어가 딩크족.
애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버린 직업병 탓도 있고요.
사람 일은 참 모르는 거라니까요.
수업을 하면서 책이랑 친해졌고, 잘 쓰진 못하더라도 글쓰기에 대한 심리적 부담도 낮췄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건 저의 내면아이가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다는 겁니다.
어릴 때 제가 듣고 싶었던 말을 아이들한테 하면서 제 속에 웅크린 어린이를 위로한 셈이죠.
그런데 그 치유 과정이 끝났나 봐요.
이제 그냥 잔소리쟁이.
많을 땐 80명까지 수업하다 재작년부터 주 4일, 올핸 주 3일로 연착륙을 시도하고 있는데 막상 끝이 다가오니 설렘보다 걱정이 앞서요.
현실적으로 경제적 타격을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지금은 시스템을 다 만들어 놨으니 수업 시간만 할애해도 따박따박 월급이 들어오는데 그걸 포기하려니 아쉽습니다.
힘드네 어쩌네 해도 남의 돈 벌기가 어디 쉽나, 이 정도 스트레스는 감수할 만하고요.
그래도~
내 인생 마지막 커리어를 학원 선생으로 마감하고 싶진 않다, 학부모 나이를 역전하고 싶지도 않다, 50살 전엔 학원을 정리하겠다...
사실 지난 2년은 파이어도 아니면서 막연히 은퇴만 꿈꿨어요.
그리고 올 봄부턴 블로그에 심혈을 기울였어요.
블로그에 이것저것 올리다보니 제 일상이 다채롭게 느껴지더라고요.
필라테스 체험단에도 선정되어서 다음주에 가요.
가을엔 필라테스 꼭 하고 싶다 했더니, 이런 기회가 찾아오네요? 말하는대로~
전 한번의 멋진 여행보다 일상이 재밌는 게 좋거든요.
단톡에서 이 얘길 했더니 친구가 일상이 어떻게 재밌냐고 묻더라고요.
전 그냥 평일 오전에 운동 삼아 대공원 산책하고, 집에서 커피 내려 마시고, 책 쌓아두고 읽다 졸기도 하고, 도통 무슨 노래인지 알아들을 수 없대도 진지하게 기타 뚱땅거리고, TV 보면서 남편이랑 맛있는 거 먹고, 실없는 장난치면서 깔깔대고, 가끔 친구 만나서 술도 한 잔 마시고. 이런 게 다 재밌는데...?
그래서 많이 벌고 많이 쓰지 않는 삶도 행복하다는 걸 사람들한테 알리고 싶어요.
음, 써놓고 보니 돈 때문에 폐업 고민한다는 게 아이러니 같지만 기본적인 경제력은 필요하니까요.
의미 있으면서 재미도 있는 일을 하며 수입까지 얻으면 좋겠는데 욕심이 과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