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고 궁금하고 고맙고 찔리고 부럽고 부럽고 부럽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는데 맛있는 냄새가 납니다.
주방이 왜 현관이랑 가까워서는!
먹을 일은 없지만 냄새만으로 메뉴를 짐작해 봅니다.
옆집 아저씨랑 수빈이(옆집 고등학생 숙녀)는 좋겠다...
입맛만 다시며 하릴없이 도어록 버튼을 누릅니다.
우리 집에 들어오니 호박마차 펑!
기대할 게 없다는 걸 알았으면서도 왠지 아쉽습니다.
냉장고에 뭐가 있더라...?
2~3일 동안 시도 때도 없이 엄청난 음식 냄새가 풍겼습니다.
꽈리고추 멸치 볶음. 이건 확실하다!
신랑은 퀴즈라도 맞힌 듯 의기양양.
며칠 뒤에 엘리베이터에서 옆집 아주머니를 만났습니다.
입주 전 리모델링 공사를 할 때부터 얼굴을 터서 벌써 만 6년이 되어가니 나름 친해요.
농담 삼아 요즘 뭘 그리 맛있는 걸 많이 해 드시냐고 여쭈었습니다.
40인분 반찬 봉사를 하셨다더라고요.
WoW!
영 냄새만 풍기시는 건 아니고 가끔 맛난 걸 주시기도 합니다.
"운동 갔다 와? 집에 들어가지 말고 잠깐만 기다려 봐요.
집에 있는 거 넣고 그냥 만든 건데 맛있을지 모르겠네."
식빵 사이에 불고기랑 상추, 치즈 등등이 들어있었어요.
샌드위치인지 햄버거인지 고기쌈인지 정의하긴 어려웠지만 겁나 맛있게 먹었죠.
친구들이 놀러 와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든 적이 있습니다.
벨 누르는 소리에 시계를 봤더니, 자정 즈음?
"시골에서 오늘 온 건데, 먹고 재밌게들 놀아요~"
커다란 웍에 넘칠 듯 담긴 따뜻한 석화.
얼굴 붉히며 화내지 않고도
떠드는 이웃을 한방에 제압하는 우아한 방법이었죠.
'너네 이거 먹으면서 이제 조용히 놀앗!'
옆집 아주머니가 요리를 잘하셔서 부러운데,
정말 부러운 게 그 음식 솜씨인지
큰손보다 더 커다란 마음인지 모르겠습니다.
거창하게 위인이나 의인에게서만 배울 점을 찾을 일은 아니에요.
#이웃 #이웃사촌 #인사 #인싸 #선한영향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