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데 싫은 친구

너도 나 모두 변해서, 오래된 사이의 불편함

by 현해

네○버에서 '40대 이후 점점 더 잘 풀리는 여성의 특징' 이런 류의 제목을 만나면 (이제는 책 광고인 걸 알면서도)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곧잘 낚입니다.

점쟁이로부터 "올해 운수대통하겠다!"라는 말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난 몇 개쯤 해당되나 세어보곤 하지요.


사람을 만나는 방식에서조차 일종의 유행이 있나 봐요.

저런 글에 요즘 들어 빠지지 않는 항목이 '외로움에 떨기보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긴다'는 내용이더라고요.

혼자 놀기의 달인으로서 '나처럼 살아도 괜찮구나', '나도 잘 살고 있는 거구나' 위안을 받으면서도 씁쓸합니다.

함께 어울려 사는 게 인간이라는데 이렇게 혼자 있는 시간이 더 편하고 즐거워도 괜찮은 것인가, 은둔형 외톨이와는 뭐가 다른가 한 번씩 고민하거든요.

(아직도 명쾌한 답을 찾진 못했습니다만)



막상 만나면 또 잘 어울리긴 해요.

아무리 생각해도 전 MBTI 시작이 'I'여야 하는데 'E'를 벗어난 적이 한 번도 없고, 그 누구도 'E'임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낯가림이 없고 오지랖도 좀 넓어서 그런지...?


제 친구들은 다른 지역에 뿔뿔이 흩어져 있어서 자주 만나기 어렵기도 하고, 오히려 가끔 면 더 반갑고 좋더라고요.

갈수록 내 친구보다 신랑 친구의 아내와 어울리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기대하는 바가 없으니 차라리 이 관계가 더 편해요.



친구들을 만나고 와도 씁쓸한 경우가 생기곤 하니 약속 잡기가 조심스럽습니다.

추억 속에 묻혀 있던 기억과 현재 모습 간의 괴리 때문에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변한 모습이 제가 추구하는 방향과 다르면 슬프기도 하고요.


서울 가더니 무 자르듯 거절을 잘하네. 냉랭하게..

왜 이렇게 말끝마다 돈, 돈, 돈타령이람?

쟤가 원래 저렇게 비관적이었나? 시쳇말로 진짜 인생 다 산 노인네 같네.


함께인 시간이 세상 무엇다 중요하던 때도 있었건만,

기껏 나갔다 왔는데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까지 들면 그 허탈함이란..


숫자는 적지만 갈수록 진국인 친구도 있습니다.

그러면 좋은 자극을 받고 오지만 매번 그런 친구들만 만나게 되는 건 아니거든요.

한편엔 그런 친구에게서조차 실망감이 들까 봐 불안한 마음도 있어요.



그리고,

제가 상처를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랜 수험 생활을 거쳐 마흔 즈음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친구가 있거든요.

20대, 30대에 품었던 낭만과 고민을 지금 나누려니 솔직히 공감되지 않더라고요.

머리론 이해하면서도 뚱한 반응이 튀어나가 버렸습니다.

심지어 다독거리며 한두 번 눌러 담았다 터진 거라 분기탱천.


제 기준에선 철없는 푸념 같지만 그 친구 입장에선 중차대한 문제였을텐데..

직언이랍시고 마구 튀어나가는 말을 막지 못했어요.

독한 말 내뱉지 않으려고 일부러 거리를 두었더니, 오늘 생일 축하한다고 연락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네요.


다른 이에겐 모르는 사이에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겠죠.

제 고민이 애 없는 사람의 배부른 투정으로 들릴 수도 있고요.




주고받는 상처 속에 오랜 친구를 다 잃을까 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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