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도파민 덜어내고 슬기로운 스레드 생활 시작
감성 그득한 싸이월드 글들에 이불킥했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더 이상 흑역사를 남기지 않겠노라.
SNS에 저를 드러내는 것에 꽤 오랜 시간 부정적이었습니다.
인스타 속 편집된 남의 일상을 구경하는 건 한 달이면 족했고요.
불특정 다수에게 질타 받을까 두려워 조심조심 살았는데 제가 크게 간과한 것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내 SNS를 찾지 않는다는 것.
어차피 나에게 관심이 없다!
학원 선생님으로 제 커리어를 마무리하긴 아쉬워 폐업 연착륙 중입니다.
새로운 재밌는 일을 찾으며 일상을 기록할 겸 올봄에 블로그를 대대적으로 개편했어요.
그동안은 십 년이 넘도록 독서 퀴즈 메모장과 비공개 사진첩 으로만 이용하고 있었거든요.
저의 일상이 더해지면서 일명 잡블로그가 되고 말았지만 그래도 정보글에 다채로운 경험을 담는 재미가 제법 좋아요.
그러던 중, 스레드를 알게 되었습니다.
벌써 2년간 운영하신 분들도 있던데 저는 스레드의 존재를 안 지 고작 2개월.
인스타와 스레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인스타는 여전히 싫더라고요.
스레드는 휴대폰 연락처 동기화도 안 된다고 하니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 볼까?
페이스북에서 계정을 만들고, 인스타를 거쳐 스레드로 힘겹게 입성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너무 재밌지 않겠어요?
블로그는 하루 방문자 수가 백 명,
브런치 구독자를 싹싹 끌어모으면 백 명.
그런데 지난 9월 30일에 처음 시작한 스레드는 2주가량 분위기 살피며 설렁설렁 백 명 돌파.
한 달이 조금 넘은 시점엔 5백 명이 코앞.
이번에야말로 나도 '영향력 없는 인플루언서'를 벗어날 기회일지 모른다! 점점 공을 들였습니다.
점잔 뺄 필요 없이 반말로 으쌰으쌰,
어릴 때 구슬 들고 연립주택 마당에서 놀던 그 시절처럼 까불거리는 부캐로 돌아댕겼을 뿐인데 스레드 알고리즘에 몇 번 걸렸어요.
너! 스캠 사기꾼이지?
뭐래~
어쩌다 댓글이 삭제되었다고 해도 크게 개의치 않았는데
말로만 듣던 계정 막힘, 소위 입뺀이 저에게도... 띠로리~
뭐가 문제였는지 모르겠습니다.
몇 백 원 수준의 깜찍한 블로그 애드포스트 수익 화면을 공개하며 원(₩)이 아니라 달러($)였으면 좋겠다는 돈 얘기를 함부로 나불거린 탓인지,
일정한 시간에 드나드는 패턴 없이 짬 날 때, 가끔은 온종일 우르르 (댓)글을 쓰는 게 문제였는지...
스레드가 없을 땐 어찌 살았나 싶을 정도로 2주가량을 스친자(스레드에 미X 자)로 살았거든요.
이번 의심은 너! 로봇이냐?
휴우.. 180일 안에 이의 제기를 하지 않으면 스레드 무덤을 파게 생겼으니 목마른 제가 우물을 파야죠.
셀카 인증을 하고 담담히 기다렸습니다.
계정이 삭제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무슨 배짱인지 조만간 풀릴 거라는 믿음은 있었거든요.
스스로 자제하는 것과 달리, 아예 막혀버리니 허전하기도 하지만 오랜만에 찾아온 고요가 솔직히 반갑기도 했습니다.
아.... 즉각적인 반응을 주고받으며 도파민에 절여지고 있었구나-
만약 계정이 막히더라도 새로운 계정을 만들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걸 깨닫고 나니 이 시점에 계정을 잠시 막아준 메타가 고마울 지경이었습니다.
마침 지난주는 친구와의 약속, 시사촌 결혼식, 묘사 등등 현생이 바빴거든요.
어쩌다 보니 9월 말부터 꼬박꼬박 해온 블로그 1일 1포스팅도 약간 버거워져서 하루씩 쉬어야 하나 고민하던 참이었고요.
좋은 타이밍에 숨고르기 할 기회를 얻은 셈.
4일하고도 20시간가량 지난 뒤 갑자기 스레드가 요란해졌습니다.
의심해서 미안하단 사과 한 마디 없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시치미를 뚝 떼고 계정이 살아났어요.
스레드 알람을 껐습니다.
개인 사업자라 좋은 것 중 하나가 출퇴근 시간을 내가 직접 정할 수 있다는 거거든요.
이제는 SNS 따위가 오라 가라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제가 원할 때만 드나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인플루언서가 안 되면 어때요?
강력한 나의 무기 존버력이 있으니, 마지막엔 웃을 테다!
애증의 스레드.
생활 속 모든 것이 글감이라는 걸 깨닫게 해준 곳,
얼굴 한 번 본 적 없고 이름, 나이, 직업, 사는 곳 모두 대~강만 아는 스치니들로부터 응원과 격려를 받는 곳,
그 응원과 격려는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이 오히려 해주지 않는 것.
더 이상 브런치와 비교하지 않고 온탕, 냉탕 오가듯 혈액순환시키면서 슬기롭게 즐겨보려고요.
브런치 작가님께서 스하리 와주시면 반하리, 또하리 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