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조금씩 뛰어도 될 것 같아요
이사를 한 집은 바닥색이 어둡습니다.
바닥이 좀 더러워져도 잘 안 보이니 청소기를 덜 밉니다.
느낌으로 슥슥 밀고 보면 청소를 했다기에 무색할 만큼 지저분한 구석이 남아있습니다.
아무래도 유심히 자주 들여다봐야 할 것 같아요.
제 마음도 어두컴컴하고 때가 타진 않았는지 자주 들여다볼 일입니다.
장기적으로 준비해 연착륙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교습소 폐업을 하고 보니
그동안 제가 한 일이 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보다도 가늘게만 보이더라고요.
파이어족도 아니고 놀고먹으려는 것도 아니니 경험을 바탕으로 뭔가 새로운 일을 하고는 싶은데 설렁설렁, 찔끔찔끔.
전력질주를 못하고, 챗gpt와 마주 앉아 방향만 계속 고치고 있습니다.
요즘 남편과 함께 집 근처 근린공원 트랙을 4.4km씩 돕니다.
처음엔 10바퀴를 걷기만 하자더니,
좀 익숙해지니 한 바퀴 걷고 한 바퀴 뛰기를 반복하자고 했다가
슬금슬금, 은근슬쩍 뛰는 양을 늘리고 있습니다.
팔랑귀를 가진 저는 "할만하네?" 신기해하며 쭐래쭐래 뜁니다.
지난 월요일에는 뛰지 않고 걸으면서 진로 고민을 나눴습니다.
이제 곧 3개월 차에 접어드는 백수 생활을 지켜만 보던 남편도 갈피를 못 잡고 제자리를 맴도는 게 안타까웠나 봐요.
"정보 수집 그만하고 이렇게 해보면 어때?", "이런 건 어때?"
이런저런 제안을 해주었는데 제가 생각한 것과 방향이 달랐어요.
몸은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는데, 생각은 점점 멀어졌습니다.
하마터면 인조잔디 밟고 한바탕 싸울 뻔했습니다.
그런데
독서를 통해 성장 마인드셋을 심어주고 싶다는 제 이상과 달리,
현실의 저는 이미 한계를 만들고 포기하는 고정 마인드셋을 장착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자기가 직접 글을 써서 그걸로 독후활동 수업을 해 보는 건 어때?
못 그린다고 미루지만 말고 그림도 그리고.."
하면서 '발그래'라는 필명도 지어주네요.
발그래?
'발로 그리는 애'랍니다....!!
아- 고마워라.
꼬박 하루를 고민하다 '브밍아웃'을 했어요.
"사실, 나 브런치에 쓴 글 있어..."
블로그와 달리, 브런치는 약간의 비밀 공간처럼 두었었거든요.
'어른이를 위한 우화' 매거진의 글 네 개만 살짝 보여주었습니다.
저희 부부의 일을 각색한 거라 어떤 반응일지 초조했는데 다행히 반응이 좋았어요.
다른 소재들을 마구 던져주며 더 써보라고 성화입니다.
데이터가 너무 적으니 일단은 기를 살려주는 전략일까요?
저는 그렇게 또 속는 척, 시키는 대로 해봅니다.
지금은 눈앞의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미뤄왔는데
이제 글쓰기를 눈앞으로 데려오려고요.
앞으로 자주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