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를] 북커버 왜 사지? 했는데

도서관과 나를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되어줘

by 현해

문구류에 관심이 많은 제가

'저걸 왜 사지?' 하는 품목이 있었습니다.

바로 북커버.


아니, 책마다 크기와 두께가 다르고

북커버가 부피와 무게를 더할 텐데 굳이?


초등학교 때 새 교과서를 받아오자마자

빳빳한 달력의 하얀 뒷면으로

커버를 씌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학기가 끝나고 벗겨보면

책에는 사용감이 남아있지만

표지는 빤들빤들 깨끗했죠.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교과서 표지를 보호할 필요가 있었나 싶고,

그래서 더욱 북커버를 받아들일 수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교과서는 한 학기를 쓰지만

읽는 책은 길어도 한 달 남짓...?


어지간히 이해가 되지 않았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들이야 사건 말건 관심은 어찌나 많았는지

제품 상세페이지를 들어가 본 적도 있습니다.

셀링포인트가 남들의 구매 이유일 테니까요.

단지 예뻐서만은 아닐 것이야...


책을 보호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내가 무슨 책을 읽는지 가리는 용도가 큰 것 같더라고요.

아...!


대개 집에서 읽는 제 생활패턴에는

도통 북커버가 끼어들 자리가 없었던 거죠.


그러던 제가,

최근 들어 북커버에 대단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도서관에 대한 관심과 정비례.


소신발언을 하나 하자면,

저는 도서관 책이... 싫어요.

(사지 않을 새 책을 서점에 앉아 몽땅 읽는 사람은 더 싫어요!)


최근에 모 배우가 도서관 책에 밑줄 그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뭇매를 맞은 것처럼,

여러 사람의 손을 타는 물건이다 보니

아무래도 좀 찜찜하달까요.

특히, 젖었던 흔적이나 얼룩 같은 건...

네, 싫습니다.


공공화장실을 잘만 이용하고

친한 사람들과는 찌개도 함께 퍼먹을 수 있어요.

하지만 책은 사거나 전자책으로 대체할 수 있으니

도서관이랑은 거리를 두고 지내왔죠.


이 생각이 무너진 것도 이번 이사 때문입니다.

교습소 공간이 사라지니

집에는 도통 그만큼의 책을 둘 공간이 없겠더라고요.

언젠가는 천장까지 한 면 가득 책을 채운

서재를 갖겠노라 했지만 당장 현실은...ㅠ

4백 권 정도만 남기고 3천 권쯤 처분했습니다.



막상 큰맘 먹고 정리를 하려고 드니

그리 아쉽지는 않았어요.

책장만 차지하고 앉아 먼지만 먹었지,

1년에 제 손에 다시 닿는 책이 몇 권이나 될까 싶더라고요.

이번에 데려온 책들도

책등에 눈 맞추며 가끔 저에게 위안을 줄 뿐, 빛은 더 바랄 테지요.

제가 떠나보냈다고 해서 가치가 없는 책인 건 아니고요.


지금까지는 추천을 받든 검색을 하든

책을 정해 놓고 구입을 하거나 전자책을 펼쳤거든요.

유명하니까, 이왕 샀으니까 꾸역꾸역 읽는 경우도 많았고요.


바빠서 진도가 안 나가는 줄 알았는데,

시간 여유가 늘어도 마찬가지네요.

그래서 새로운 전략을 구상 중입니다.


도서관에서 15~30분 찬찬히 읽어본 뒤에

더 읽고 싶으면 빌려오기!

읽고 나선 짧게라도 블로그에 기록 남기기.

냉장고와 팬트리에 음식을 꽉꽉 채우는 대신,

잡식성 미식가가 되어보겠습니다.


도서관 책을 패브릭 소파에 올리는 게

아직은 타협이 되지 않아서

다이소 북커버라도 사볼까 해요.

펜홀더와 수납공간도 있어서

책 읽다 바로 메모를 할 때도 유용하겠더라고요.


외출복으로 침대에 들어가기 싫은 마음에 비유해도 유별난 걸까요^^;

어쨌거나 '도대체 북커버를 왜 사지?' 했던 사람은 이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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