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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해 Jul 26. 2024

7. 사람이 죽은 마당에도 그놈의 돈, 돈, 돈

제 인생에서 가장 처음으로 큰돈을 써 재낀 건 결혼을 앞두고입니다.

간소하게 한다고 했는데도 신랑과 제가 각자 천만  썼어요.

경사를 준비하느라 돈을 쓰면서도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던 기억인데 장례식은 허 참!


돈이 들 수밖에 없고 그것도 겨우 2~3일 사이에 목돈을 써야 하는 일이긴 하지만 상주에게 수시로 영수증을 들이미는 건 그야말로 지독한 현실이더군요.

영정사진 주변에 둘러진 꽃장식이 무슨 소용이람.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에도 이미 돈이 들어갔고, 조문객께 대접할 음식도 추가하느라 수시로 이건 얼마, 저건 얼마.

일부러 더 후줄근해 보이게 하려는 의도인지 절 하기 좋게 펑퍼짐하고 옷맵시는 엉망인 상복을 빌리는 것도 그 숫자대로 모두 값을 매겼고요.

제가 깊이 관여한 부분은 아니지만 아마 수의, 관, 유골함에도 모두 선택사항이 있고 금액에 따른 차등이 있었겠지요.


사돈 어르신은 본인이 자주 다니등산로 잘 생긴 나무 아래에 유골을 묻고 싶어 하셨지만 리가 있나요.

친정과 시댁이 있는 고향으로 오지도 못하고, 던 집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추모공원으로 목적지가 해졌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선 항상 꼿꼿하게 섰을 때 딱 보이는 칸에 있는 유골함을 바라보며 눈물짓고 혼잣말하잖아요.

그런 장면에 익숙해서 바닥에서부터 거의 천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높이 유골함이 안치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잊고 있었어요.

눈높이인 5단 500만 원을 기준으로 한 칸씩 아래나 위로 갈수록 100만 원씩, 50만 원씩 저렴해지더라고요.

결국 납골당 위치마저 돈이었습니다.


아주버님은 문이 열렸을 때 바깥이 보였으면 한다며 납골당 입구 정면에 있는 칸을 원하셨어요.

저희 신랑은 누나와 출생 연도가 비슷한 유골함 근처면 좋지 않을까 하며 두리번거렸요.

그렇게 구경 아닌 구경을 하다 4단에 놓인 2개의 부부칸에 걸쳐 유골함 하나와 웬 장난감이 가득한 걸 발견했습니다.

네 분을 모실 수 있는 그 자리에는 예닐곱 살에 떠난 꼬마 숙녀가 머물고 있었요.

그 유족도 돈이 남아돌아서 무려 1500만 원을 들이신 건 아니겠지요.

유족의 마음은 그런 건가 봅니다.


이럴 때 돈 걱정일랑 마시라고 쾌척할 수 있도록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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