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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펭귄 Nov 06. 2023

직장인 바이올린 13개월 - 학원을 그만두다

모래성 위에 쌓은 실력

이제 어느덧 바이올린을 배운 지 1년이 넘어갑니다. 현재 진도는 스즈키 3권의 마지막 곡인 바흐의 부레를 연습을 마친 상황인데요. 마지막 곡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데. 더 이상 학원을 다녀도 의미가 없겠다. 아니 오히려 더 안 좋을 거라는 판단이었습니다.  그동안 조급한 마음을 가지고 음악을 하느라 남들보다 빨리 진도를 나갔는데. 근데 그게 패착이었죠. 음악이란 분야. 게다가 클래식 음악이라는 분야는 절대 조급한 마음을 가지고 임해서는 안 됐는데요.


제가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클래식에서의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기인데. 그동안 조급한 마음 때문에 다른 일반인들보다 더 빠른 진도를 내려 했고, (심지어 재능은 다른 사람들보다 없었다.) 그러다 보니 연습곡은 이미 나의 실력으로는 커버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동안 넘어온 진도의 곡들도 제가 할 실력이 된 것이 아니라. 그저 연습량으로 그 곡만 칠 수 있는 상태를 만든 것에 불과했습니다.


그렇게 1년이 되어서야 제 모래성과 같은 실력들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스즈키 4권으로 넘어가면은 서드 포지션을 연습을 해야 하는데 이 상태에서 서드 포지션으로 넘어가는 건 자살 행위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학원을 다닌 지 1년 만에 그만 다니기로 결심했습니다. 사실 학원에서 다시 기본기부터 배우면 된다는 걸 잘 알지만, 시간과의 싸움이 제일 중요한 기본기를 돈을 내면서 하기에는 저의 조바심이 견디지 못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바이올린 학원을 그만두고 시작한 것은 스즈키 3권을 다시 연주하는 거였습니다. 그것도 1번부터 7번까지 각각 100번씩 총 700번의 연습을 할 예정인데, 최대한 기본기를 올리기 위해 사용하지 않은 자세 교정기를 한 상태로 총 700번의 연습을 할 겁니다. 현재 예상은 모두 연습하는데 4개월 정도를 잡고 있는데, 하루에 보통 1시간을 연습하면 15회 정도 연주가 가능하기 때문에 4개월이면 연습이 가능하다고 계산했습니다.

학원에서 연습 할 때 찍은 인증샷

어느 분야든 도전을 하게 되면 슬럼프가 찾아오게 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너지고 포기를 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을 이기는 방법은 오직 하나 연습 밖에 없죠. 단순 반복 연습을 통해서 기본기가 길러지지 않으면 결국에는 한계에 부딪히게 되고 그것이 바로 슬럼프로 이어지는 것인데. 저는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대부분의 슬럼프와의 싸움에서 승리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저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자기 계발을 통해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의 인사이트를 들으면서 성장을 해서 이제는 어느 정도 슬럼프를 이기는 요령을 알게 되었고, 때문에 지금의 바이올린과의 싸움은 달라진 저의 첫 증명입니다. 만약 여기서 또 패배한다면, 아직도 저는 성장하지 못한 상태인 거지만 여기서 이겨낸다면 더욱 자신감을 얻고 다양하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발판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자신이 싫어하는 분야지만 반드시 연습하고 준비해야 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저에게는 바이올린과 그림이 그런 경우인데요. 싫어하는 일을 하는 연습은 사실 자기 계발에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리더가 되기 위한 중요한 덕목 중에 하나 이기도 하죠. 전 아직 그것에 대한 증명을 이뤄냈다고 말도 못 할 정도의 스펙에다가, 바이올린 좀 연습하는 게 뭐가 대단한 일이냐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이 700번 연주를 해내는 건 저에 대한 많은 증명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니 반드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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