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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펭귄 Nov 03. 2023

직장인 그림 그리기 21개월 차 - 공백 후 다시 시작

다시 콘티 그리기

누가 가장 싫어하는 일이 뭐냐고 물어보면은 그중 하나가 그림 그리기이다. 자기 계발을 하면서 제일 오랜 시간을 공들여 배워 왔지만 아직도 일반인보다 못 그리는 수준의 그림 실력을 가진 나는, 과연 이걸 계속 공부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펜을 잡고 그리을 그리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다.


그림을 맨 처음에 배운 시기는 2021년이었다. 영상 분야에 종사하는 나는 콘티를 그리는 것이 중요하고, 거장 감독들이 직접 영화 콘티를 그리는 걸 보고 나도 직접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숨고 어플을 통해 다양한 선생님을 알아보다 포트폴리오에 인물 그림이 제일 많은 선생님을 선택해 클래스를 진행했다.


그림을 배우기 시작하고 첫 3개월은 정말 많이 괴로웠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가 아예 맞지 않았는데, 연습을 하는 동안에도 하기 싫어서 대충 그리는 경우도 많았고, 수업 시간에도 그리기 싫고 잘 안 그려져서 선생님이 몇 번이나 "너무 우울하게 그림을 그리시는 것 같아요. 괜찮으세요?"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민폐를 끼쳤다.



계속해서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단순했다. 첫 째, 계속 그림을 그리다 보면은 결국 실력이 좋아지겠지. 노력 앞에는 장사 없으니 결국 원하는 수준까지 실력을 올릴 수 있다고 믿었다. 둘째, 원하는 수준이 높지 않았습니다. 사람을 정밀 묘사를 하려는 것도 아니고, 전체적인 화면의 구도와 사람의 형태만 그릴 수 있기를 원했기 때문에 재능이 없어도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경지라고 생각한 거죠.


그렇게 첫 번째 선생님에게 1년 동안 수련을 받으니 혼자서 연습할 정도의 실력을 가지게 되었는데요. 아직은 얼굴 묘사나 디테일 묘사는 못하지만 그래도 속으로 '이 정도면은 좀 만 연습하면 원하는 수준이 될 것 같은데?'는 수준으로 올라왔습니다. 물론 이 정도가 되기까지 매일매일 4장씩 콘티를 그려가며 선생님과 같이 피 땀 눈물 흘리며 똥손을 일반인 손으로 만드는 과정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ㅠㅠ.


그렇게 독학의 단계에 들어서고 몇 달간 혼자 공부하는 건 정말 보통 정신력으로 하기 힘들었습니다. 원래는 선생님이 있고 학원을 가야 한다는 생각에 연습을 했지만 그게 없으니 정말 자기 컨트롤이 아예 안되더라고요. 그렇게 연습하는 날들이 조금씩 줄어들다가,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하다 보니 어느새 그림 그리기는 우선순위 맨 뒤로 밀려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림을 멈춰 버리면 안 그래도 못 그리던 손이 금방 다시 원상태로 돌아갈 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최근 직장에 적응을 완료해서 시간이 조금씩 남기 시작하자 다시 하루에 3장씩은 그리자 라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대신 이제는 옛날만큼 까다롭게 그리려 하지 않고 최대한 즐거운 마음을 가지려고 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화면 비율이 조금은 달려져도, 디테일이 좀 많이 이상하게 나와도 별로 개의치 않고 내가 그리고 싶은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니 확실히 예전보다는 그림 그리는 시간이 즐거워진 건 사실입니다.


아이패드에 그린 콘티 연습


가끔씩 본인이 정말 하고자 하는 일이지만 재능이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경우 포기를 하죠. 하지만 재능 없는 일을 기본 이상의 실력으로 올려놓는 건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재능이란 걸 나눠 가지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는 건 자신이 잘하는 분야의 반대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경쟁을 할 때 1개 이상의 능력적 가치를 가지게 됩니다. 마치 힘만 좋은 줄 알았던 사람이 섬세하기까지 해서 다양한 일들을 쉽게 해결해 나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러니 재능이 없더라도 꼭 하고 싶은 일이라면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도전해 보는 연습을 해보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러면 재능이 있는 일을 할 때는 몇 배로 더 신나서 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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