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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펭귄 Nov 10. 2023

작곡은 천재만의 것인가? - 직장인 작곡 학원 9개월차

과연 작곡은 천재만 하는 것인가

작곡을 배우기 시작한 지 벌써 9개월을 지나 1년을 향해 가고 있다. 음악이란 재능의 영역이라는 말로 회피만 하던 일상에서 노력으로 한 번 극복해 보고자 정면 돌파를 해 보고 있지만 아직까지 결과는 판정패이다. 첫 곡을 완성시키는데 6개월 정도 걸렸고, 지금은 2번째 곡의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하지만 확실히 공부를 하고 노력을 하니 미지의 영역으로만 여겨지던 음악도 조금씩 그 형태가 보이기 시작했다. 절대로 할 수 없는 일, 천재들이나 하는 일들을 직접 해 나아가니 기분이 신선하고 좋은 건 확실했다.


첫 번째 곡은 EDM을 만들었는데, 아마 모두 전자 악기이기에 미디로 찍어내기에 편하고 간단한 송폼으로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선생님이 커리큘럼상 항상 첫 번째 곡으로 하시는 것 같았다. 원래의 커리큘럼이라면 두 번째 곡은 영상 음악을 한다고 하셨지만, 개인적인 요청으로 영상 음악이 아닌 피아노와 현악기로 이루어진 간단하면서도 다양한 아르페지오를 섞어서 곡을 만들고 싶다고 요청을 드렸다. 레퍼런스로는 김동률의 ‘희망’과 스텔라장이 커버해서 유명한 ‘L'Amour, les Baguettes, Paris'였다.


우선 이런 곡들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건반 스킬이었다. 한동안 직장을 옮기면서 독학으로 하고 있던 피아노를 놓고 있었는데, 이 레퍼런스로 곡을 만들기로 생각하고 다시 피아노를 시작했다. ‘윤쌤의 피아노 교실’이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피아노를 단계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는데, 그곳의 악보를 100번씩 연주하며 연습을 하고 있다. 이는 최근에 음악의 기본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서 만든 연습법인데, 아무리 간단한 기초곡이어도 100번씩 연습하며 최대한 연습량을 늘려서 기본기를 탄탄히 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이다.


2번째 곡이 되자 선생님이 다양한 화성학 이론을 접목한 새로운 작곡 방법을 알려주셨는데, 그전에는 다이아 토닉 안에서만 작곡을 했으면 이제는 텐션, 토닉, 종지, 모덜 인터체인지 등 단순한 코드 진행을 새롭게 만들어 내는 방법 등을 알려주셨다. 덕분에 작곡에 대한 재미가 훨씬 더해짐과 동시에 난이도도 많이 올라갔다. 새로운 방식을 알게 되니 모든 소리들이 좋아 보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모든 소리들이 이상하게도 들리는 신기한 현상이 생겼다. 분명 예전에 만드는 것보단 좋은 소리지만, 왠지 더 좋은 소리가 숨어 있을 것 같은 느낌?


코드 진행을 완성시킨 후 가장 큰 문제인 아르페지오로 코드를 풀어내는 것이 문제였다. 이 단계에서는 피아노 실력이 중요한데, 그동안 피아노 독학을 게을리 한 덕에(?) 굳어 버린 손 때문에 자유롭게 아르페지오를 구사하지 못하고 하나하나 간신히 쳐내며 좋은 진행을 찾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선생님에게 피아노를 배우기도 하고, 코드 진행을 어떻게 하면은 다양하고 예쁘게 풀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론적으로 배우기도 했지만, 아쉽게도 다양한 선택지보다는 쉬운 선택지를 골라야 하는 슬픈 상황이 발생해 버렸다.




작곡은 어쩌면 정말 재능의 영역에 있는 분야일 수 있다. 다양한 악기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하고, 절대 음감도 있으면 너무 좋을 것이고, 피아노 스킬도 있으면 좋은 건 확실하다. 때문에 직장인이 작곡을 배운다고 해서 노력만으로 어느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말은 못 할 것 같다. 현재 나도 악기 학원만 3군데에 피아노 독학을 하고 있으니 간신히 따라잡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지만 음악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 줄 수 있는 건 확실하다. 평소에 듣던 음악들에 숨어진 비밀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좋은 음악이 뭔지에 대한 깊은 고찰이 생기는 건 상당히 귀가 즐거워지는 일이다.


현재 만들고 있는 곡은 이제 코드 진행을 완성하는데 이론 공부 포함 1달 정도 걸렸다. 그리고 이제 아르페지오로 코드 진행을 푸는 단계로 넘어가는데, 과연 작곡 학원에서 제대로 된 곡 만들기 2번째는 얼마나 걸리는지 배워보고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개인적인 차이가 심한 부분이라서 본인에게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그래도 평범한 직장인이 작곡을 배우는 방식을 어깨너머로 보고 대충 이런 식이 구나 라는 생각으로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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