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펭귄 첫 번째 이야기 - 바이올린
악기를 배우기로 결심을 하고 인터넷으로 어떤 악기를 배우면 좋을지에 대해서 많이 알아봤습니다. 기타를 배워야 하나. 아니면 보컬 트레이닝을 받을까 등등 간단한 악기부터 복잡한 악기까지 알아보던 중 갑자기 마음속에 어떤 간절한 외침이 들렸습니다. '지금 바이올린을 배워야 한다.' 엥? 바이올린? 처음에는 당황했습니다. 한 번도 생각한 적 없는 악기이고, 효율적으로나 여러 가지 측면으로 효율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근데 계속해서 들리는 마음의 소리 '지금 배우지 않으면 평생을 후회하며 살 것이다.' 하지만 계속 무시하고 다른 악기를 고민하다가 약 3개월 동안 이 마음의 소리가 줄어들지 않자 어쩔 수 없이 학원에 등록했다.
우선 악기의 경우 제일 중요한 건 연습실이 가까운지가 중요하다. 자고로 헬스장과 연습장은 집과 가까워야 자주 가는 법, 그래서 최대한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등록을 하고 배우기 시작했는데...
배우기 시작하자 너무 나도 당황스러웠다. 입문의 턱이 내가 생각 한 것보다 훨씬 높았다. 여태까지 정말 다양한 클래스들을 통해 배웠는데 바이올린처럼 입문의 턱이 높은 악기는 처음이었다. 악기는 너무 예민하고 자세는 조금만 틀려도 소리가 이상하게 난다. 간단히 1~3개월 배워야지라는 생각으로 등록하는 건 정말 큰 실수이다. 내가 느끼기에는 적어도 3년은 배워야 남들 앞에서 연주할 수준이 될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장 많이 느낀 건 나에게 재능이 없다는 것이었다. 몸에서 힘을 빼는 것도 너무 힘이 들었고, 필요한 곳에는 오히려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섬세한 컨트롤은 이미 포기한 상태였다. 연습을 적게 한 것도 아니었다. 하루에 1시간 이상은 매일 했다. 하지만 내가 투자한 대비 결과물이 너무 안 나오는 게 온몸으로 느껴졌다. 매일매일 연습을 하면서 그만두어야 하나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어떠한 타당한 이유가 있어서 시작한 것도 아니고 그저 마음이 외친다는 이유로 시작 했으니 지금 그만둔다고 해도 잃을 게 전혀 없었다.....
5개월 차에 드디어 스즈키 1권이 끝이 났다. 스즈키는 바이올린 기본 교과서라고 보면은 된다. 드디어 첫 책을 끝내고 나서 선생님에게 다른 5개월 차 들과 비교한 나의 수준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과연 나는 어느 정도 실력일까? 선생님의 말은 '평균'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뭔가 공허하면서도 씁쓸했다. 취미 바이올린 하는 사람 중 상당한 노력을 투자한 편이라고 생각은 했는데 평균 수준이라는 게 슬프면서도 노력이 있었으니 그나마 평균이 가능했던 걸까? 싶어서 내가 남들 만큼 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욱 많은 노력일 필요할 것이란 걸 느꼈다.
8개월을 다 되어 가지만 누구 앞에서 바이올린을 배웠다고 말하지도 못할 수준인 나 자신에 너무 슬펐다. 과연 누군가 나에게 바이올린을 쥐여주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심지어 나는 외우고 있는 노래 하나도 없는데. 일단 자신감을 가지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 하나를 외워서 만약 남들 앞에서 연주를 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한 곡이라도 연주해 보자! 라는 생각으로 '쇼스타코 비치 왈츠 2번'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일단 악보를 외우는데 노력을 하고 연주를 하자 갑자기 바이올린이 새롭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이 악기를 얼마나 사랑했을까? 단 한순간도 없었다. 우연한 계기로 시작을 했고, 단한순간도 재밌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노래와 악보를 보지 않아도 되니 이 악기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너무 한 음 한 음 숙제를 하듯이 해 오던 나의 지난날이 아쉬웠다. 조금은 더 연주를 하면서, 같이 놀면서 연주를 했어도 좋았을 것을. 만약 바이올린에 지루하거나 지친 순간이 오면은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외워 연주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의 바이올린 시작 계기는 정말 간단했다. 그저 '지금 바이올린을 배우지 않으면 후회한다'라는 이 마음속 외침이 갑자기 찾아와서였다. 하지만 시작하고 나서 너무 높은 입문의 턱에 좌절을 하고 재능의 부재에 한탄을 많이 했다. '그만둘까?'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하지만 이 배움의 끝에 있는 것, 나의 감이 말을 해주었던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 끝까지 가서 확인하지 않으면 나는 절대 그것을 알 수 없다. 99개의 걸음을 가도 1을 가지 않으면 끓지 않는 물처럼 나도 마지막에 다다라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전까지는 멈추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현재 다니고 있는 학원은 1회 45분 4회에 16만 원에 배우고 있다. 선생님도 상당히 좋으시고 만족도는 높다. 연습실을 사용하는 데 예약을 해야 하는 약간의 제약이 있는 것만 제외하면은 만족하고 있다.
장비는 맨 첫 바이올린 - 3만 원(당근), 두 번째 바이올린 - 15만 원(당근), 이지페그 - 8만 원, 예비 E현 - 4만 원 해서 총 30만 원을 투자했다. 적게 쓴 편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투자했는지를 몰라서 확인은 불가능하다
취미, 직장인 바이올린 관련해서 질문 있으시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입문의 턱이 높은 만큼 수준이 오르면 그만큼 재미있는 게 바이올린입니다 너무 무서워하지 말고 다들 도전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