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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펭귄 Dec 18. 2023

낭만파 기타리스트 - 직장인 통기타 205일 차

맨 처음에 기타를 배우기 시작한 이유는 연습실이 필요해서였다. 약 3개의 악기를 배우고 있기 때문에 자유로운 연습실이 필요했고, 연습실을 대여하는 경우에는 돈이 너무 비싸서 고민하던 차에 실용음악 학원을 다니면 자유롭게 연습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새로운 악기도 배우고 연습실도 사용할 겸 통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주 좋았다. 다른 악기들처럼 까다롭지 않고 약간의 틀린 정도가 있어도 전체적인 소리가 괜찮으면 좋다는 그 개념이 다른 악기들에 비해서 쉽게 느껴졌다.

최근 연습곡인 봄봄봄과 일어나

다른 악기들에 비해서 진도도 빠르게 나갔다. 아마 작곡 학원에서 화성학을 미리 공부한 것도 영향이 있었다. 무엇보다 재미가 있었다. 바이올린의 경우에는 힘의 조절이나 왼손 컨트롤에 너무 민감해서 잘 맞지 않아서 고생을 많이 해야 했는데 통기타는 훨씬 쉬웠다. 물론 악마의 F코드에서는 고생을 많이 했었다. 손목과 손톱이 아파서 제대로 연습을 하지 못하는 날도 많았다. 그래도 다른 악기에 비해서 노력에 대한 보상이 확실했다. 아마 기타가 없었다면 다른 악기들의 슬럼프를 견디지 못했을 것 같다.


문제는 이제 통기타가 슬럼프에 빠졌다는 것이다. 스트로크 연주법에서 아르페지오로 연주로 업그레이드 하자 그동안 주의 깊게 잡지 않았던 왼손이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아르페지오는 한 줄씩 튕기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소리가 안 나기 때문에 정확히 줄을 집어야 했다. 그리도 오른손 자체의 난이도도 많이 올라서 김광석 님의 ‘서른 즈음에’ 곡을 거의 한 달 동안 연습을 해 보았지만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 결국 참지 못하고 선생님에게 요청해 다른 곡인 ‘여수 밤바다’를 연습하고 있다.


아르페지오를 연습하는 동시에 오픈 코드를 연습하고 있다. 선생님이 알려준 방식으로 기타 교본을 펼쳐서 나오는 아무 곡을 오픈 코드로 연습하는 연습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처음에는 코드를 찾는데 오래 걸리지만 그래도 한 곡을 몇 번 치고 나면은 바로 칠 수 있게 되는 게 너무 신기했다. 처음에 코드 연습을 하면서 고생했던 시간들이 보답을 받는 느낌이었다. 아르페지오는 아직 답답한 부분이 있어서 하다가 힘이 들면은 오픈 코드를 연습하는 방식으로 연습하고 있다.


스트로크와 코드 잡는 게 어느 정도 되니 이제 선생님이 다양한 스트로크와 더 찰지게 치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고음부와 저음부를 나눠서 치는 것과 모든 비트에 스트로크를 하지만 곡의 구성에 맞춰서 강약을 조절하는 방식을 통해서 곡의 느낌을 살리는 방법 등이었다. 확실히 아직은 아르페지오보다는 이런 방식이 더 재미있다. 하지만 결국 도망쳐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완벽한 왼손 파지법과 어려운 오른손을 연습하는 방법 밖에 없다. 아마 시간이 올래 걸리지만 그래도 도전할 예정이다.

원래는 맨 처음에 배우지만 이제야 배우는 로망스

이런 식으로 배우는 과정에서 갑자기 난이도가 오르는 경우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단계를 포기하고 그전 단계에 만족하고 멈추던지 아니면 아예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리 연습해도 재미도 없고 실력도 잘 늘지 않기 때문인데 이 경우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기본기를 연습하는 방법이 정답인 경우가 많다. 진도가 비약적으로 나아가는 걸 견디지 못하는 이유는 근간이 되는 기초가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인데  여태까지 한 세월이 있기에 다시 돌아가는 건 자존심, 돈, 시간 모든 게 아깝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기본을 다지는 건 예술 분야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결국 몸을 쓰는 일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스킬이 쌓이면 다시 기본부터 시작해야 하는 메커니즘은 운동과 비슷하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운동이나 다른 것의 경우에는 성과가 눈에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음악의 경우에는 본인의 체감으로만 해야 하기 때문에 막막한 느낌이 들면은 답이 안 나온다. 그러다 보니 예술은 결국 재능빨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본인을 믿고 경험치가 계속 쌓인다는 확신을 가지고 나아간다면 재능의 유무와 상관없이 결국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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