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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펭귄 Jan 03. 2024

인생의 절반을 낭비했다 - 왼손사용 16일 차

어릴 때부터 심각할 정도로 오른손 오른발을 많이 사용하면서 살아온 것에 대해 의식은 있었지만 어떻게 바꿀지, 필요조차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전 직장에서 무거운 짐을 너무 오른쪽으로만 들다 보니 오른발 십자 인대에 무리가 와서 제대로 걷지 못하게 된 경험을 하고 난 이후부터는 최대한 중량은 좌우 대칭을 맞추려고 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인 왼손의 숙련도를 올리는 연습을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왼손의 숙련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만 하다 까먹고 있었는데 어느 날 친구가 단톡방에 블로그 하나를 올렸다. 어느 성형외과 선생님이 운영하는 블로그였는데, 자신이 왼손을 어떻게 단련을 했는지에 대한 글이 있었다. 그분은 왼손만 사용해서 종이학을 접는걸 엄청 많이 했다고 하면서 본인이 왼손만으로 종이학을 접는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그 영상을 보자마자 바로 내가 원하는 새로운 자기 계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왼손으로 종이학을 접는 방법을 익히는 데에만 거의 1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생활 속에서 왼손으로 연습할 수 있는 것들을 골랐는데, 양치하기, 숟가락질, 간단한 도구 사용들을 최대한 왼손을 사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왼손만으로 접은 종이학들

처음에는 까먹는 게 문제였다. 평소에 오른손을 사용하던 걸 의식적으로 왼손으로 바꿔야 하니 계속 머릿속에 생각하지 않으면은 나도 모르게 오른손으로 이미 행동을 해버린 후가 많았다. 왼손을 써야 한다고 생각을 했지만 이미 식사나 양치를 마친 후가 있었다. 그다음은 답답한 게 많았다.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자 그냥 오른손으로 잠깐 하면은 될 텐데 라는 순간이 올 때마다 참고 왼손으로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하는 인내심이 많이 필요했다.


약 1주일이 지나면은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을 수는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왼손으로 종이학을 평일동안에 매일 5마리 이상을 접었고 샤워부터 간단한 일까지 최대한 왼손으로 사용하려 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수 있다. 이런 노력을 통해서 익숙해진다면은 다음은 어느 정도 재미가 있어지기 시작한다.


그동안 써보지 않은 방식으로 하니 정말로 뇌의 안 써본 부분을 쓰는 느낌이 들어서 찌릿찌릿하면서 재미있다. 그리고 뭔가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한다 (왜 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가 다 가능해질 것 같고 왠지 손흥민 마냥 어디서든 무엇이든 잘할 것 같은 자신감도 생긴다. 이 타이밍부터는 왼손을 쓰는 게 재미있어지기 시작하는데 그러면서 하루에 5마리 접던 종이학도 7마리 정도 접기 시작했다.


항상 오른손 위주의 삶만 살다가 두 가지를 다 사용하고 새로운 손을 사용하는 재미를 알게 되니 생각보다 많이 재미있었다. 처음에는 정말 답답하지만 어느 정도 숙련도만 오르면은 오히려 다재다능 해지는 감각을 느낄 수 있으니 꼭 추천드린다. 게다가 생각보다 머리를 많이 써야 해서 점심을 먹은 후 잠이 올 때 종이학을 접으면서 잠을 깨는 방법을 개인적으로는 가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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