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통기타를 연주하면서 노래 부르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 하지만 공포의 F코드에 포기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나머지는 그냥 치기도 어려운 기타를 노래까지 부르면서 쳐야 한다는 높은 장벽에 부딪쳐 좌절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기타 인생의 시작은 어느 것도 아니고 그냥 연습실이 필요해서였다. 당시 배우고 있는 악기가 여러 가지 있었고, 연습실을 알아보다가 집 근처 실용음악 학원을 등록하면 연습실보다 저렴한 가격에 통기타도 배울 수 있다는 혜택에 혹해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팔목과 손가락이 너무 아파서 다른 악기로 바꿀까 생각했지만(실용음악 학원의 과목 중 아무거나 하나만 배워도 괜찮았다.) 다른 사람들처럼 F코드도 배우기 전에 무너지면은 너무 뻔한 연약한 과거의 내 모습으로 돌아갈까 무서워서 오기로 계속 배워 나갔다. 하지만 진짜로 어려운 건 F코드 보다도 아르페지오였다.
키가 작은 만큼 손도 작은 나는 슬프게도 기타 주판을 완벽히 커버하기에는 부족했고, 그러다 보니 왼손이 정확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적당히 좋은 소리를 스트로크로만 내는 상태였는데, 줄을 하나씩 튕기는 아르페지오로 들어가자 그 현실이 여과 없이 드러나 버렸고, 그 현실을 아직은 극복해 내지 못해 요즘은 절망의 연속으로 연습만 하고 있습니다. 마음 같아서 느 그냥 아르페지오를 포기하고 스트로크로만 곡들을 연습해도 남들 앞에서 연주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을 것 같다는 악마의 유혹을 계속 뿌리치면서...
최근에 직장인 밴드 프로젝트에 참여를 하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합주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과연 남들과 같이 연주를 만들어 내는 건 어떤 느낌일지 너무나 궁금해서 참여 신청을 하게 되었고, 리듬 기타 포지션으로 배정이 되어서 최근에는 처음으로 일렉 기타를 연주해 보게 되었다. 일렉 기타는 통기타보다는 더 쉬웠다. 소리도 더 쉽게 나고 줄도 억세지 않아서 손가락도 덜 아팠는데, 아직은 합주를 해보지 않아서 감이 오지는 않는다.
정말 우연히 얻어걸려서 배우기 시작한 통기타이지만 흐르고 흘러서 어느새 밴드 합주까지 오게 되었다. 사실 대부분의 일들이 그런 것 같다. 어떤 일은 하고 싶어서 발버둥을 쳐도 하지 못하는 것도 있고, 어떤 일은 아무런 생각 없이하다 정신을 차려 보면은 높은 곳에 올라와 있기도 한다. 힘을 뺀다는 것이 그래서 중요한 것 같다. 너무 힘을 주어도 안되고 적당한 힘을 주고 계속해서 텐션을 유지하는 게 아마 무엇인가를 오래 해 나아가는 비결인 것 같다.
힘을 뺀다는 것, 사실 이 힘 조절을 제일 못하는 것이 나의 최고의 단점이었다. 무엇이든 빠른 시일 내에 승부를 보려고 힘을 많이 주기도 하고, 그 외에 것은 아예 힘을 주지 않아서 놓쳐 버리게 된다. 그러다 최근에 다양한 악기와 재능이 없는 것들을 배우면서 이 감각을 알게 되기 시작했다. 특히 바이올린과 발레를 배운 것이 힘을 빼는 것에 도움이 많이 되기 시작했다. 힘을 뺀다는 것은 힘을 없앤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도 힘을 분다는 것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인데.
예를 들어 헬스라면은 가슴 운동은 최대한 가슴에 자극이 오도록 힘을 주는 것이 좋지만, 발레는 반대이다 다리를 들고 있지만 몸 전체에 힘을 밸런스 있게 주어야지 넘어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서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원리로 새로운 걸 배우거나 힘든 프로젝트가 온다면은 넘어지지 않을 정도의 신경을 집중해서 삶에서 배분해 나아가는 요령을 발휘한다. 여러분도 삶의 무게를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밸런스를 잘 조절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