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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펭귄 Jul 04. 2023

그림 클래스 16개월 후기

낭만 펭귄의 4번째 낭만 - '그림 그리기'

이 글은 제가 약 1년 넘게 직장인 취미 그림 그리기 클래스를 배운 후기 입니다.



내가 여태까지 들은 수업중 가장 오래들은 수업 1등은 그림 그리기이다.

그림은 나의 평생의 과업으로 나를 항상 따라다녔다.

직업의 특성상 그림을 그릴 줄 아는 것이 큰 장점이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총 3명의 선생님을 만났고 총합 16개월 정도 배웠고 지금은 혼자서 하루에 적어도 한 장의 크로키를 그리기 시작한 지는 약 2달 정도 되었다.



1, 시작 (0개월) - 첫 번째 선생님

처음에는 내가 다니던 영상 학원에서 부가로 남은 시간에 선 그리기와 육면체 그리기 등을 시켰다. 사실 이때까지는 딱히 그림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다. 그저 기본적인 도형의 왜곡에 대해서만 공부했다.



2, 진짜 시작 (1개월차) 

아카데미에서 봉준호의 이름과 기생충의 이름이 불리며 유튜브에서 봉준호의 인터뷰가 알고리즘에 가득하던 시기 많은 영상 관계자들이 자신이 직접 콘티를 그린 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걸 본 나는 나도 언젠가 내가 원하는 영상을 만들 때 내가 콘티를 그려서 완벽한 구도와 장면을 찍어서 만들겠다! 라는 마음을 먹으며 그림 수업을 알아보았다. 우선 당시 가장 유명했던 '숨고'와 '탈잉'을 통해서 알아보았는데. 나의 두 번째 선생님은 '탈잉'을 통해 만난 휴학 중인 미대생 선생님이었다.                     

봉준호와 봉준호의 콘티


3, 인물 크로키(2개월 ~ 5개월) - 두 번째 선생님

두 번째 선생님에게 얼굴의 구조, 따라 그리기 할 때 분할 방법, 머리카락, 눈 등 여러 가지 디테일한 소묘에 대해서 배우기 시작했다. 근데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의 난이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점점 깨닫기 시작하면서 마음의 불안과 하기 싫다는 싫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간간이 시간을 때우며 배우기 좋은 취미이기도 해서 시간 때우기 겸 나의 꿈을 위해서(?) 계속했다


도형과 정밀 묘사에 대해 그린 과거의 그림

4, 휴식기(공백의 1년)

두 번째 선생님의 대학교 휴학 기간이 끝이 났고, 나도 서울로 상경을 하게 되며 자연스레 수업을 그만두었다. 서울에 올라와서는 적응을 위해 사느라 급급해 무언가를 배운다는 걸 생각조차 못 하고 있다.  약 1년 정도 지나고 나서 어느 정도 적응을 하자 배울 시간이 생겼다. 그러자 바로 떠오른 것은 고향에서 배우다가 온 그림이었다. 서울의 그림 선생님 물가가 무섭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시 선생님을 알아보았다.



5, 정확한 지표를 두고 다시 시작!(5개월~10개월) - 세 번째 선생님

새로운 선생님에게 내가 그리고 싶은 것들 (영화 콘티와 인물 크로키)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고 집중 공략에 들어갔다. 운이 좋게도 선생님은 인물 크로키나 콘티 그리기를 가장 자신 있어 하고 정말 많은 연습과 인고의 세월이 느껴지는 베테랑이셨다(나이는 정말 젊으셨지만) 물론 다시 선부터 시작해서 기본기를 다시 해야 했지만 그래도 '아 이 선생님에게 계속 배운다면은 내가 원하는 수준까지는 가장 빠르게 올라올 수 있을 것 같은데?' 라는 확신을 주시는 분이었다.



6, 암흑기(10개월~12개월)

사실 그림 그리기는 내가 배운 클래스 중에 다시는 배우고 싶지 않은 수업 1위이다. 여태까지 재능이 없는 분야를 많이 배웠지만 그림은 그중에서 가장 심했고 무엇보다 내가 너무 우울해지는 특성이 있었다. 못 그리는 내가 싫고 잘 그리는 감이 오지 않는 내가 너무 힘이 들었다. 선생님은 우울하게 그림을 그리지 말라고 그림을 좀 더 즐기면서 그리라고 다독여 주셨다. 지금은 많이 깨달았지만 당시에는 내가 배우는 첫 클래스여서 어떻게든 빨리 실력이 늘고 싶기도 했고 답답한 나 자신을 컨트롤하는 능력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나를 잘 다독여 주신 선생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냅니다)



봉준호 감독님 영화를 따라 그린 나의 콘티




7, 안녕 선생님(12개월~14개월)

세 번째 선생님과는 약 10개월 가까이(정확한 기간은 기억나지 않는다) 하면서 정말 많은 걸 배웠다. 하지만 나에게 오신 능력자 선생님은 바빠진 스케줄로 인해서 수업을 더 이상 진행이 어려워지셨다. 아쉽지만 선생님을 보내 드려야 했다. 그래도 이제는 나 혼자 그림을 그릴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라고 생각이 드셨는지 헤어지는 날 선생님이 "그래도 계속 그림을 그리 실 것 같은데요?"라는 말로 인정해 주셨을 때는 정말 감사했다. 그리고 실제로 선생님이 가신 후 이제는 어느 정도 혼자 그릴 수 있는 실력이 완성되었다



8, 혼자서도 잘해요 (14개월 ~ 17개월)

이제는 영화의 한 장면을 캡처한 뒤 그것을 약 3분 안에 빠르게 그리는 방법을 연습하는 중이다. 처음에는 계속 따라서 그리려고 했지만 결국에는 혼자서 그려야 하는 순간을 위해서 어느 정도의 구도만을 파악한 다음에 내 상상으로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 하루에 3장 정도 그리려고 하지만 스케줄에 따라 한 장을 그리는 날도 있고 들쑥날쑥이다. 그래도 비는 시간이 생기면은 최대한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9. 느낀 점

사실 그림이란 사람의 호불호가 많은 분야이다.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나 같이 싫어하는 사람도 많아서 바로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제일 좋은 건 요즘같이 카페에서 시간을 때우는 경우가 많아지는 사회에서는 핸드폰을 보는 것보다는 풍경이나 눈앞에 놓인 물건을 스케치하면서 시간을 보내면은 생각보다 시간도 잘 가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다. 그리고 여행을 가서 사진을 찍는 것보다는 그림을 그려서 남기면은 더욱 기억에 오래 남고 좋다.



최근에 내가 그린 영화 장면 크로키



TIP 클래스 고르는 기준!(커리큘럼, 선생님, 가격)


1) 커리큘럼

커리큘럼은 선생님에게 제시를 해주면 대부분이 맞춰주는 방식이다. 나는 영화 콘티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인물과 장소 크로키를 하는 것에 대한 목적이 있었고 운이 좋았는지 인물 크로키를 제일 잘하는(내가 본 사람 중에선 그렇다) 분이 선생님으로 오셔서 많이 배웠다. 여행 장소 그리기를 원하거나 패드 드로잉, 동물 드로잉 등 원하는 방식에 맞춰 구하면 쉽게 선생님을 구할 수 있다.


2) 선생님

사실 커리큘럼을 먼저 정하면 선생님이 거의 정해진다. 선생님들 프로필에 무엇을 잘 그리는지 많이 가르쳤는지 나오기 때문이다. 패드 드로잉인지 수채화인지 조소인지 등등 그리고 제일 중요한 선택의 기준은 선생님과의 수업 장소이다. 그림 수업은 다른 클래스와 다르게 장소의 자유도가 높아 간단한 카페에서도 가능하다. 당연하게도 본인 장소와 가까운 곳에서 하는 게 제일 좋지만 그에 따른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시간과 비용 중 본인에게 더 중요한 요소를 잘 골라야 한다. (장소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3) 가격

우선 수업 장소가 카페라면 커피 비용도 생각해야 한다 커피갑x4회 비용은 별도! 

적정선은 수강생이 선생님의 장소까지 간다면 15 정도이고 선생님이 오신다면 20 이하 가격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시간은 60분) 

내가 받은 수업은 운이 좋게도 선생님이 와주시지만 16 정도였던 것 같다(오래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


p.s 그림 그리는 게 무섭고 망설여진다면

그림 수업의 가장 좋은 점은 그리면서 선생님과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주일의 스트레스를 서로 이야기하기도 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서로 나누기도 한다. 나도 가끔 너무 우울한 하루가 있던 날에는 선생님에게 오늘은 좀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고 하면 마음대로 막 그릴 수 있는 도구를 가져와 주시기도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끄적거리고 만들기만 해도 많은 마음에 응어리가 사라지기도 하는 그림 클래스를 적어도 3달 정도는 그래도 들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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