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남기신 것
아빠는 나에게 좋은 것을 가까이하고, 배우고, 성장하려는 태도를 남기셨다. 나는 지금도 그 태도를 따라 살고 있다.
아빠는 많은 것을 남기고 가지 않으셨다. 유산도 없었고, 값비싼 물건도 없었다. 하지만 살아갈수록 깨닫는다. 아빠가 내게 남긴 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말이다.
아빠는 늘 삶에서 좋은 것을 가까이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것은 단순히 비싸거나 화려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으며 무엇을 선택하든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삶을 대하는 태도와 선택의 기준은 결국 좋은 것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고 믿으셨다.
"좋은 걸 고르는 건 네 인생을 대하는 태도와 같다."
어릴 때는 그 말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옷을 사거나 전자 기기를 고를 때도 아빠는 늘 “제일 좋은 걸로 해야지.”라고 하셨다. 그 말이 때로는 까다롭게 들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선택한 결과물은 가끔 우리의 형편에 맞지 않는 과소비를 요구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아빠에게 좋은 것을 선택하는 일은 단순한 소비의 기준이 아니라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과정이었다.
살아가면서 나는 점점 아빠를 닮아가고 있다. 늘 더 나은 것을 고민하고, 더 좋은 방향을 찾으려 애쓰고 있다. 조금은 과하다고 느꼈던 아빠의 선택이 이제는 내 삶의 방향을 잡는 기준이 되었다.
아빠는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셨다. 그냥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을 맛보고 경험하는 과정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고 생각하셨다. 경제적으로 대단히 풍요하지 않았음에도 아빠는 외식을 하면 늘 가장 맛있고 좋은 곳을 찾아가셨다. 평양냉면이든, 삼계탕이든, 한정식이든, 한 끼를 대하는 태도가 곧 삶을 대하는 태도라고 믿으셨다.
우리 집이 어렵던 대학생 시절, 나는 유럽 배낭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모르지 않았지만 비용을 지원해 주실 수 있는지 부모님께 여쭈었다. 외벌이였던 우리 집 가장이었던 아빠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말씀하셨다.
"다녀와라. 넓은 세상 보고 와라."
그때 아빠는 여행을 보내주는 것이 부담이 되셨을 텐데, 그것이 나에게 필요한 경험을 쌓아주는 일이라고 믿으셨던 것 같다. 세상을 보고 배우는 것은 언제나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하셨다.
그 여행은 내 인생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여정이었다. 나는 힘들고 우울한 날이면 그 여행을 떠올린다.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넓다고, 그리고 나는 세상에서 매우 작은 존재라고, 그러니 나의 고민과 걱정은 먼지와도 같이 작은 것들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나면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리고 다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빠의 선택과 가치 덕분에 나는 더 나은 것을 고민하고,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었다.
아빠는 내가 세상을 넓게 보고 배우도록 해주셨다. 그 선택들이 쌓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아빠는 나에게 좋은 것을 가까이하고, 배우고, 성장하려는 태도를 남기셨다. 나는 지금도 그 태도를 따라 살고 있다.
나는 항상 더 나은 것을 찾으려 한다. 더 좋은 책을 읽고 싶고, 더 나은 교육을 받고 싶고,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 그것이 결국 내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는 것을 안다.
어릴 때는 미처 몰랐다. 아빠가 내게 남긴 것이 이렇게까지 깊이 스며들게 될 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