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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이 Nov 20. 2020

아빠와 로또

아낌없이 주시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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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코칭 수업을 듣는 동료가 수업 과제로 '부모님 하면 생각나는 사물'에 대해 적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 과제명을 보고 나도 잠시 부모님 하면 떠오르는 사물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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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빠 하면 로또와 지갑이 떠오른다.
동료는 의외라고 했다.
일확천금의 상징인 로또가 동료가 생각하는 우리 아빠의 이미지와 잘 맞지 않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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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언젠가부터 꾸준히 로또를 샀다.
나는 그것의 많은 의미를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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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돌아가시기 전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미안하다.' 였는데,
나는 그것이 아빠의 사랑을 담은 가장 아빠다운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아빠는 우리에게 늘 많이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있으셨던 것 같다.

낳아주시고, 먹여주시고, 입혀주시고 재워주시고,
교육시켜주시고
사랑해주시고, 닮고 싶은 성품과 많은 좋은 유전자를 물려주시고....
많은 것들을 해주시고도 아빠의 마음은 늘 미안하고 부족했나 보다.

아빠의 생각에는 우리가 알아서 잘 커주었고,
그 성장과정에서 더 많은 것들을 지원해 주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한 아쉬움이 많으셨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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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내가 돈을 번 이후에도 종종 용돈을 주셨다.
병상에 있을 때도 가끔 용돈을 주셨다.

늘 그렇게 주고만 싶은 아빠의 마음
투박하고 무뚝뚝하지만 아빠는 그렇게 늘 우리에게 아빠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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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커갈수록 아빠도 나이 들어가셨다.
언제가부터 어깨와 허리가 조금 굽은 주름살과 흰머리가 많은 나이 든 아빠가 우리 곁에 있었다.

새롭게 무엇을 변화시키거나 상황을 역전하는 일은 아빠에게 이제는 더는 꿈 꿔보기 어려운 것이었을지 모르겠다.


그런 아빠가 매주 로또를 사며 잠시 바라셨나 보다.

로또가 될 확률은 정말 적지만
아빠는 그 작은 확률을 알면서도 잠시 꿈을 꾸셨던 것도 같다.


지금보다 더 많은 용돈을 주는 상상을
지금보다 더 자주 용돈을 주는 상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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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은 고백이 되어버렸지만
아빠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충분히 주셨다고.
미안해하지 마시라고.
항상 감사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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