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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이 미웠고, 나는 나쁜 아들이었다.

7화. 가난이 미웠고, 나는 나쁜 아들이었다.

by 무명 흙


그렇게 나는 알바를 시작하고, 내 삶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꿈만 꿨던 일들. 피시방에서 간식을 사 먹고, 새 옷을 사고, 갖고 싶었던 메이커 지갑도 샀다.
부자가 된 것 같았다.
내가 친구들 사이에서 돈이 제일 많았으니까.
애들은 용돈 받아 쓰며 살았지만, 나는 직접 돈을 벌고 있었고, 그게 너무 행복했다.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하루를 보내고, 늦은 밤 집에 들어오면…
묘하게 기분이 가라앉곤 했다.
나는 분명 내 힘으로 돈을 벌고, 내가 먹고 싶은 걸 먹고, 갖고 싶은 걸 살 수 있게 되었는데…
우리 집은 여전히 가난했다.
그 사실이 나를 다시 조용히 가라앉혔다.

우리 집이 가난하다는 건 아주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난, 그 가난이 싫었다.
가난한 집에서 날 태어나게 한 부모님이 원망스럽고, 미웠다.
그래서 그때의 나는,
‘집이 어려우니까 내가 돈을 벌어 보태야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엄마 아빠는 나한테 해준 게 없잖아.’
‘어릴 때부터 못 먹고, 창피하고, 기죽으며 살았잖아.’
‘이 돈은, 그 시간들에 대한 보상이야. 나 혼자 견뎌온 날들에 대한 보상.’

그래서 정말로, 집에 돈을 보태지 않았다.
맞다.
나는 나쁜 아들이었다.

내 일상은 학교에 갔다가, 하교 후엔 곧장 알바를 하고 밤늦게 집에 들어오는 게 전부였다.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친구들과 어울렸다.
가난한 우리 집을 보기 싫어서, 최대한 늦게 들어가려 했다.

그리고 친구들과 놀 때면, 내가 제일 돈이 많았으니까 잘 사주기도 했다.
정작 부모님이나 형제들에겐 단 한 푼도 쓰지 않으면서 말이다.

친구들은 나를 힘들게 하지 않았으니까.
친구들과 있을 때는 행복하니까.
이제는 돈 때문에 숨지 않아도 되고, 주눅 들지 않아도 되니까.

그렇게, 당당한 내 모습에 취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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