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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 4,320원의 세상, 그 처음의 자립"

6화."시급 4,320원의 세상, 그 처음의 자립"

by 무명 흙



그렇게 시간이 또 흘러, 나는 중학교 2학년이 되었다.
알바를 할 수 없는 나이였지만, 다행히 햄버거집에서 일하던 형의 도움으로 나도 일할 기회를 얻었다.

중학교 2학년, 열다섯.
처음으로 '돈을 번다'는 말이 내게도 해당되는 순간이었다.
먹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이제는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게 너무도 기뻤다. 신이 났다.

학교가 끝나면 곧장 햄버거집으로 향했다.
그 당시 시급은 4,320원.
오후 5시부터 밤 11시까지 하루 6시간,
그중 10시부터 11시까지는 야간수당까지 붙었다.

나는 돈을 더 많이 벌고 싶었다.
그래서 다른 알바생이 갑자기 못 나오거나 인원이 모자랄 때면 항상 내가 대신 들어갔다.
학생 신분이지만, 새벽 2시까지도 일했던 날도 있었다.
그렇게 노력한 덕분에 받은 첫 월급은 무려 70만 원.
알바생들 중에서도 내가 제일 많았다.
일도 성실하게, 잘했으니까.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부모님께 선물을 사드리지는 못했다.
그동안 내가 참아왔던 것들, 못 샀던 것들, 먹고 싶었지만 꾹 참았던 것들.
그걸 먼저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제일 먼저 교복을 새로 맞췄고,
먹고 싶은 것도 마음껏 먹고, 친구들과 놀며 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하나 해봤다.
세상에 나를 위한 선택이란 게 있다는 걸 그제야 처음으로 실감했다.
그 순간만큼은 너무도 행복했다.

그런데 그때부터 부모님은 말씀하셨다.
"이제 네 용돈이랑 생활비는 네가 알아서 해."

나는 아직 중학교 2학년, 겨우 열다섯 살이었다.
보통이라면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고, 케어받으며 살아야 할 시기.
하지만 나는 그 시기에, '받는 사람'이 아니라 '책임지는 사람'이 되었다.

물론 내 인생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은 잘 안다.
하지만…
너무 일찍 시작해버린 건 아닐까.
다른 친구들은 아직 보호받고 있을 나이에,
나는 스스로를 돌봐야 했다.
누가 대신해줄 수 없는 삶,
그 무게가 그 어린 나이에 이미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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