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교복은 물려받고, 마음은 밖으로만
5화.
5화. 교복은 물려받고, 마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되었다.
삶이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지만, 시간은 멈추지 않았다. 그저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큰누나는 예전 경원대학교, 지금의 가천대학교를 다녔다.
등록금이며 생활비며 뭐 하나 쉬운 게 없었을 텐데, 결국 혼자 힘으로 졸업했고,
졸업 후에는 SK라는 대기업 본사에 당당히 입사했다.
정말 대단했다. 어쩌면 우리 가족 중 가장 먼저, 가장 멀리 달려간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이제 큰누나에게 손을 벌릴수도 없었다.
학자금 대출도 내야했고 누나 집 월세.. 누나 생활비 그리고 우리는 몰랐던 아빠의 빚까지 누나가 갚고있었으니까...
작은누나는 집을 나간 지 3년 만에 돌아왔다.
스무 살, 임신한 몸으로. 지금의 매형과 함께였다.
말이 많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매형은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바로 결혼했고, 그렇게 다시 집을 나가 따로 살게 되었다.
형은 고등학생이 되자마자 햄버거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우리 집의 사정은 어릴 적부터 모두가 알았고, 누구나 조금이라도 짐을 덜어야 했다.
형도 조용히, 묵묵히 자기 몫을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 가난한 집이 너무 싫었다.
방 안의 공기마저 무겁게 느껴지는 그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친구들이랑 늦게까지 놀다가 들어오곤 했다.
결국 혼나고 또 혼나고, 그러면 또 더 나가고 싶어지고…
악순환이었다. 하지만 나름의 숨구멍이 필요했다.
그게 ‘늦게 들어가는 것’이었다.
중학교 교복은 새로 맞춘 게 아니었다.
그럴 돈이 어디 있었겠는가.
우리 학교에는 졸업하는 선배들이 교복을 물려주는 시스템이 있었는데,
나는 그 중에서 내 몸에 맞는 사이즈를 찾아서 받았다.
형이 입던 교복도 물려입을 수는 없었다.
형은 다른 중학교를 나왔으니까. 교복 디자인이 달랐으니까.
그땐 교복 한 벌 맞추는 데만 해도 20~30만 원이 들었다.
우리 집 형편에서, 새 교복은 그저 남의 이야기였다.
초등학생 때는 용돈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고,
중학생이 되어 겨우 일주일에 3천 원 정도를 받기 시작했다.
여전히 턱없이 부족했지만, 그래도 생전 처음 받아본 내 용돈이었다.
그 시기가 참 애매했다. 놀고 싶은 것도 많고, 갖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욕심이라기보단, 나도 다른 애들처럼 지내고 싶었던 거였다.
학교를 땡땡이치기도 하고, 늦게 가기도 하고,
수업이 끝나면 애들이랑 축구하고, 노래방 가고, PC방 가고…
그저 평범한 중학생들의 일상이었지만, 내게는 항상 '돈'이 문제였다.
노래방 갈 땐 깍두기처럼 끼어갔다.
돈 안 내고 한 곡 정도 부르면 됐으니까.
PC방은 한 시간 정도만 하거나, 아니면 그냥 친구들 하는 걸 옆에서 구경했다.
그마저도 즐거웠다.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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