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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웃기지 마. 난 그냥 맨손이었어.

3화. 혼자였지만, 혼자가 아니었던 날

by 무명 흙

3화. 혼자였지만, 혼자가 아니었던 날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
초등학교 운동회 날.

운동장 한쪽에선 부모님과 함께 달리기를 하고,
한쪽에선 돗자리를 펴고 함께 도시락을 나눠 먹는 친구들.
웃음소리와 환호, 아이들보다 더 열정적인 어른들의 응원이 섞인 그 날.

하지만 그 속에 나는, 늘 혼자였다.

우리 아버지는 일을 하셔야 했고, 어머니는 몸이 좋지 않으셨다.
사실 어머니는 오실 수 있었지만, 굳이 오지 않으셨다.
아마 다른 부모님들과 비교되는 게 싫으셨던 거다.
초라한 우리의 형편이 드러나는 게 싫으셨던 거다.
그 마음을 나는 나중에서야 조금은 알게 되었다.

체육대회 날이면, 아이들은 부모님이 싸오신 정성 가득한 도시락을 들고 왔다.
나는 그날 아침, 2천 원을 받았다.
학교 가는 길에 김밥 두 줄을 사서 혼자 먹으라고.

점심시간, 모두가 돗자리에 둘러앉아
유부초밥, 계란말이, 불고기, 각자 집에서 싸온 반찬을 나눠 먹을 때
나는 김밥 두 줄을 들고 운동장 구석에 앉았다.
괜찮은 척, 익숙한 척, 씩씩한 척.

그런데 그런 나에게 먼저 다가와준 친구가 있었다.
“같이 먹자!” 하며, 자기 돗자리로 나를 데려갔다.
그 친구 부모님은 아무 말 없이 웃으며
자연스럽게 도시락 뚜껑을 열어 내 앞에 내어주셨다.

그 자리에서 나눠 먹은 반찬의 맛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따뜻했던 마음은 아직도 또렷하다.

부러움과 창피함으로 가득했던 그날.
그 친구와 친구의 부모님 덕분에, 나는 외롭지 않았다.


"지금도 생각한다.
그날 나를 챙겨준 친구와 부모님은
아무렇지 않게 한 행동이었겠지만,
어린 나에게는 너무나 큰 위로였다.

정말 고마웠다.
정말, 잊지 못할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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