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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새우깡 도시락

1화. 새우깡 도시락

by 무명 흙



아버지가 벌어오시는 돈은 한 달에 고작 40~50만 원.
그게 우리 여섯 식구의 전부였다. 그걸로 어떻게 살았냐고?
못 살았지. 제대로 못 살았어.

집은 월세였고, 전기세, 수도세, 난방비까지 전부 3개월씩 밀려 있었다.
쫓겨나기 직전의 하루하루가 계속됐다.
아버지 월급이 들어오면 밀린 월세를 겨우 한 달치만 내고,
나머지로는 진짜 꼭 필요한 생필품 몇 개를 사는 게 전부였다.
그땐 우리 집 월세가 30만 원이었다.

남는 돈은 7만 원에서 많아야 15만 원 정도.
그걸로 고등학생 큰누나, 중학생 작은누나, 초등학생 형, 유치원도 못 간 나,
이 4남매를 먹이고 입히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밥이라고 해봐야 월요일에 끓인 김치찌개 하나로 일주일을 버텼다.
거기 고기? 있을 리가 없지. 간신히 두부 반 모 정도 들어가면 다행이었고.
그마저도 귀한 날은 없어서 못 먹었다.
그렇게 매일 비슷한 반찬과 찌개만 먹다가,
한 달에 한 번 정도? 냉동삼겹살 만 원어치를 사 먹는 날이 가장 행복했다.
그걸 여섯 식구가 나눠 먹는데, 그래도 고기니까. 그날은 진짜 웃음이 났다.

나는 그때 7살이었다.
유치원도 못 갔다. 돈이 없어서.
그냥 1년 내내 집에만 있었다.
형은 학교 다녔지만, 나는 집에 혼자 남겨져서
냉장고에서 김치 꺼내 밥 차려 먹고, 혼자 울고, 혼자 자고, 혼자 놀았다.
그게 내 하루였다.

드디어 8살이 되어 학교에 갔을 때, 친구들이 생겼다.
그럼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힘들었다.
친구들과 놀면 기쁘고 행복해야 하는데,
나는 항상 가식적으로 굴어야만 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친구들이 다 부러웠으니까.
그 애들은 다 가졌는데, 나는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나는 형이 입던 옷을 그대로 물려받아 입었다.
입을 때마다 너무 창피했고,
300원짜리 떡볶이조차 못 사 먹었다.
친구들이 떡볶이 먹을 때마다 나한테 물었다.
너는 왜 안 먹어?”
나는 항상 말했다.
“괜찮아, 배 안 고파.”
“나는 떡볶이 안 좋아해.”
사실은 너무너무 먹고 싶었다.
근데… 300원도 없었으니까.

놀이터에서 같이 놀다가도,
애들은 오락실 가고, 분식점 가고, 외식하러 가고…
그럴 때마다 나는 한 걸음씩 멀어졌다.
슬펐고, 우울했다.
우리 집이… 너무 싫었다.

왜 우리 집은 이렇게 가난할까.
차라리 날 낳지 말지.
제대로 키우지도 못할 거면서 왜 나를…
이런 생각을, 고작 8살짜리 아이가 하고 있었다.

또래 친구들이
“이거 갖고 싶다”,
“저거 먹고 싶다”,
“여기 가고 싶다” 같은 꿈 많은 얘기를 할 때,
나는 “돈 벌고 싶다”,
“집에서 벗어나고 싶다”,
“살기 싫다” 이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토요일.
그땐 토요일에도 학교를 갔다.
수업이 짧게 끝났고, 급식이 없는 날이라 도시락을 싸오라고 했었다.
도시락을 싸 올 수 없었던 나는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도시락 어떻게 해?”
엄마는 말없이 천 원을 쥐여주며 말했다.
“그걸로 과자 사 가.”

난 그 천 원으로 새우깡 한 봉지를 샀다.
좋아해서 산 건 아니었다.
그게 제일 싸니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학교에 갔더니 친구들은 김밥, 유부초밥, 도넛, 케이크…
화려한 도시락을 가득 들고 왔다.
그 사이에서 나 혼자 달랑 새우깡 한 봉지.

어떤 친구가 내게 물었다.
“넌 왜 과자 사왔어? 배 안 고파?”
정확히 기억난다. 그 아이 얼굴도.
나는 말했다.
“나 과자 좋아해서 그냥 이거 가져왔어.”
진심은 말 못 했다.
우리 집이 너무 가난해서, 도시락이 없다고는 차마 말 못했다.

하지만 매주 새우깡만 들고 오니, 애들도 이상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너 왜 맨날 새우깡만 사와?”
“돈 없어?”
그 말이 너무 창피했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새우깡을 반찬통에 담았다.
엄마가 싸준 척 하려고.

매주, 매번… 창피하고, 우울하고, 숨고 싶었다.
학교 가기조차 싫었다.

그렇다고 친구들과 사이가 나빴던 건 아니었다.
놀 땐 진짜 즐겁게 놀았다.
하지만 돈이 필요한 순간,
나는 항상 조용히 물러섰다.
내가 돈이 없다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
항상 쭈구리가 되어 뒤로 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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