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짜오 비엣남-웰컴투 하노이

#9. 친구가 오다

by 억만개의 치욕

* 2022년 2월 11일부터 시작된 하노이 라이프를 정리하는 중입니다.


하노이에 오래 근무하신 분이 말하길 한국에서 손님이 올 때마다 대접(?) 하다가는 거덜이 날거라 했다. 해외 근무를 하는 사람들은 가족, 친구, 지인들이 오면 어디까지 해줘야 하는지를 놓고 고민에 휩싸인다. 내 경우 나의 지인들은 모두 우리 집에 머물렀지만 여기저기 다니면서 든 비용 이상으로 그들이 충분히(?) 치러 주었기에 부담을 느껴본 적은 없다. ㅎㅎㅎ


이번 이야기는 내 친구 김여사의 하노이 방문기다. 2022년 여름휴가를 맞아 내 친구와 그녀의 딸이 하노이로 왔다. 코로나 정책은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마스크를 벗지 못할 때였기에 복무가 까다로운 공무원인 김여사가 기꺼이 하노이에 와 준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김여사와는 하노이에서 며칠을 머무르다 방콕 여행을 함께 하기로 했기에(나는 방콕 다방, 김여사는 첫방~) 하노이 첫 방문과 부족한 시간을 고려해 전형적인 모든 여행자들 필수 코스로 준비했다.

첫날 : 호안끼엠

성요셉 성당-호안끼엠 호수-장띠엔 아이스크림도 먹어주고, 기찻길도 들렀다. 이때만 해도 애들이 어렸네….. 중간에 오바마 분짜도 가고 옥수수우유도 먹었다. Met에 가서 이것저것 벳남 음식들도 먹었는데 첨 하노이 온 사람들은 이런 먹거리들과 풍경만으로도 이색적으로 느끼는 것 같다. (이후로도 나는 이 코스를 여러 번 반복하게 된다. ㅋㅋㅋ)

둘째 날:하롱베이 데이 투어

그리고 다음날은 하롱베이 데이 투어를 갔다. 아침에 호안끼엠에서 출발하는 투어 상품을 이용했다. 클룩으로 예약했는데 크루즈는 아니었지만 목선을 타고 섬을 돌고 동굴도 가고 중간에 뗏목 체험에 점심까지 포함이었다. 아침 7시에 시작해 저녁 8시가 다 돼서야 호안끼엠 투어 오피스에 도착하는 긴(?) 하루를 보냈다. 그냥저냥 시간이 촉박한

여행객들에게는 나쁘지 않은 코스인 듯하다.

셋째 날: 서호

그리고 다음날은 호떠이~서호를 갔다. 가성비 스테이크집 로스 푸에고스 레스토랑에 가려고 했는데 휴일이었다. 카페 몇 군데 돌다 드레곤 6 루프탑 카페에 석양을 보러 갔다가 여기서 저녁까지 먹고 맥주 마시고 놀다 왔다. 이때만 해도 나 역시 하노이를 잘 모를 때라…. 이름 있는 곳이나 아는 음식점만 가던 시절이다. 지금은 이때보다는 진화한 가이드(?)가 되었다. ㅋㅋ


사실 김여사는 그냥 내 사는 것을 보러 왔다. 김여사는 15년 지기 나의 발령 동기다. 빠른 80에 98학번인 김여사는 독실한 크리스찬으로 지금도 나와 내 가족을 위해 기도해 주는 진실한 나의 벗이다. 나는 큰 아이를 낳고 임용되었고 김여사는 나와 같은 직장에 다니며 결혼을 했는데 내가 김여사 결혼식부터 큰 애, 둘째 낳고 키우는 과정을 함께한 셈이다. 김여사 첫째 딸은 내 딸보다 한 살 많은데 신기하게도 둘은 정말 잘 지낸다. 한 번도 다투거나 감정이 상한 적이 없었다. 김여사는 나와 정말 다르다. 내가 아는 사람들을 모두 쳐도 착하기로 손가락 안에 들지 싶다. 술 한잔도 안 마시는데 술꾼 친구를 위해 매번 늦밤까지 동행해 주고 나의 무모한 제안에 항상 응답해 준다. 예를 들면 밤에 갑자기 바다 보러 가자고 하면 차를 몰고 우리 집 앞으로 와준다. (나는 술을 마셔 야니께…) 고마운 일은 셀 수 없이 많은데 … ㅎㅎㅎ 패스! 우리가 친구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서로의 지인들이 깜짝 놀란다. ㅋㅋㅋ우리는 첫 직장에서 만나 각자 발령이 났어도 자주 만났다. 같은 동네로 이사해서는 더 자주 만났고 사우나도 함께 다녔다. 온화하고 욕심 없는 내 친구 김여사는 나에게 휴식처 같은 존재다. 늘 고군분투하는 삶을 사는 나는 평정한 마음과 세상 걱정 없이 사는 김여사가 부럽고 참 좋다. 물론 김여사는 다사다난하고 도전적인 내가 부럽다 하니 친구로는 딱이지 뭐. 함께 여행을 가도 계획 짜고 예약하고 싸우는 건 내가 한다. 김여사는 나의 실수나 재난 상황에도 느긋하여 내 멘털을 잡아준다. 내가 무슨 얘기를 해도 뒤를 걱정해 본 적 없다. 남의 얘기든 내 얘기든 ~ 친구 아이가~~


그런 김여사가 내가 하노이로 올 때 정말 슬퍼했다. 떠나올 때 손편지와 달러를 넣은 봉투를 투척하고 갔다. 지금도 가끔 꺼내보는 편지. 그래서! 벌써 세 번이나 하노이를 다녀갔다. 고마운 내 친구~ 바리바리 싸들고 왔다 갔다. 2월에 또 온다. ㅋㅋ


지금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나를 지탱해 주고 성장시켜 준 내 사람들이 한국에 있다.


김여사도 한국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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