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tory

b30. 골프에 대하여

by 억만개의 치욕

하노이에 오기 전 남편은 아파트 지하 커뮤니티센터에 있는 스크린 골프 연습장으로 나를 데려갔다. 벌써 5년도 전인 것 같다. 팔짱 끼고 앉아 똥 씹은 표정으로 거구 남편의 스윙과 탁구공인지 골프공인지도 모르겠는 작은 공이 뜨는 것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작은 공을 구멍에 넣는 게 좋냐? 할 일이 없어??”


난 정확히 그렇게 말하고 일어났다.


스뽀쓰에 관심이 없기로 어디서 지지 않을 나다. 월드컵도 안 본다.(2022에 빨간 티 입고 응원은 했다. 맥주 마시려고^^;;) 아들 녀석이 중학교때 야구에 빠져 부산, 울산, 대구 야구장 수없이 다녔어도 야구 룰도 모른다.(야구장 응원과 맥주 마시는 낙으로 따라간다.) 공으로 하는 모든 것을 못하고 싫어하고 관심 없다.


2022년 6월.

하노이 4개월 차에 나는 일생일대의 결단을 하게 되는데 내가 살면서 절대로 안 할 일, 못할 일을 하기로 한다. 그게 바로 오토바이와 골프였다. 난 오토바이는 비행과 일탈을 넘어 자신의 삶에 대한 무책임이라 생각했고, 골프는 한가한 바보들의 레알 바보 인증이라 여겼다. 그런 내가 이 둘을 하기로 한건 그 모든 편견과 나의 신체능력에 대한, 그리고 과연 실행 단계까지 갈지, 성공할지 나 자신에 대한 실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딸아이에게만큼은 테니스와 골프 등 스뽀쓰를 가능한 한 많이 시키고 싶긴 했었다. 어쨌거나 나는 레슨을 신청한다. 딸아이와 함께…


20회를 반반 나눠 쓰고 레슨을 또 끊었다. 근데 연습 시간도 없고 안 쓰던 몸을 쓰는 게 어렵기도 하고 좀처럼 재미가 붙지 않았다. 내 채가 없어서 그런가?? (나는 오토바이도 선구매 후연습한 인간이다.)


9월에 하노이로 오는 남편에게 부탁해 골프채 세트를 샀다. 연습을 좀 더 자주 갈 줄 알았는데 술 먹을 시간을 쪼개는 게 쉽지 않았다. ㅋㅋㅋ


그러다 1월에 이사를 하면서 레슨도 두어 번 남은 걸 그냥 째고 말았다. 이사 간 동네 스크린 연습장 50회를 끊었다. 그즈음 친구들과 필드도 다니기 시작했다. 물론 못 쳤다. 18홀 모두 더블파였다. 그래도 조금씩은 늘었다.


남편이 오면 같이 필드도 갔고, 친구들과 가끔 필드에 갔다. 물론 못 쳤다. 골프에 들인 돈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하고 뭐 하는 건가 싶은 현타가 왔다.


연습장에 가는 횟수를 늘리고 유프로(유튜브)의 도움도 받았다. 아주 조금 늘었다. 그러자 슬슬 재미가 난다. 여전히 못 쳤다. 스크린에서 보다 필드는 더 못 쳤다. 그래도 때려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지금도 골프 연습장에 가고 스크린 게임을 한다. 필드는 남편이 오거나 정말 친한 친구가 오면 간다.


생각을 해봤다. 나는 왜 골프를 때려치지 않았을까. 내가 시작하고 때려치운 무수한 것들과 골프의 차이에 대해 생각한다.

1. 혼자 할 수 있다. 필드에 나가지 않아도 혼자 연습도 게임도 할 수 있다. 많은 동료들이 배드민턴이나 테니스를 한다. 나는 절대 못한다. 누군가와 같이 하는 게 힘들다. 내 부족한 실력이 폐가 되는 것도 싫고 상대를 신경 쓰느라 집중하지 못하는 것도 싫다. 근데 골프는 혼자 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아무도 없는 방에서 혼자 할 수 있다.

2. 단순 반복이다. 나는 사고형 인간이다. 몸보다 머리가 먼저 반응한다. 잡생각이 많다. 머릿속을 비우는 게 좀처럼 쉽지 않다. 그런 내가 작은 공 하나에 시선을 집중하고 뻣뻣한 몸통을 돌려대노라면 생각이 멈추고 공의 궤도에만 집중되는 놀라운 경험을 한다.

3. 원하면 다른 사람과 함께할 수도 있다. 수영이나 등산처럼 혼자만의 스뽀쓰와는 좀 다르다. 스크린 게임도 필드도 멤버들과 함께 할 수 있다. 선택지가 있다는 것. 그것 또한 장점이다.

4. 필드는 아름답다. 푸른 하늘과 파란 잔디가 아름답기도 하다. 실력 따위가 대수일까. 근데 이제 스코어를 계산하며 친다. 100개를 넘기지 않는 것이 목표인데 딱 한번 성공했을 뿐이다. 결론은 아직도 못 친다.


이것이 현재까지 내가 골프를 지속하게 된 이유이고 과정이다.


“절대”라는 말은 절대 하지 말 것!


물론 나는 아직 한국의 지인들에게 오토바이와 골프를 커밍아웃하지 않았다.


설명하자면 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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