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도시 탈출 2
2025.9.20. 토.
어젯밤에 도착해서 호텔 체크인 하니 9시 반이 넘은 시각이었다. 이번엔 멜리아 빈펄 호텔이다. 시내 한가운데 있는 5성급(?) 호텔이고 가장 높은 건물이란다. 숙소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 가격 대비.. so so?
anyway~~
늦은 저녁을 먹자. 다행히 내리던 비가 그쳤다. 멜리아 호텔이 지난번에 묵은 호텔 바로 근처라 식당가로 가는 길이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걸어서 10분 채 안 되는 거리에 워킹스트릿이 있다. 지난번 갔었던 나초 맛집이 영업 중이네~ 5월에 딸아이와 나는 이 식당에서 당시 멕시코 출장 중이던 남편을 생각하며 나초를 주문했는데 인생 나초를 만나고 말았다. 그때 우리는 ‘이거 먹으러 다시 오겠는데?’ 했었다. 현실이 되었다. ㅋㅋ
식당 이름도 맘에 든다. ㅎㅎ 후다 맥주에 나초로 시작한 두 번째 후에 여행~~
아침은 호텔 조식~~ 지난여름 동유럽 여행 때 호텔 조식이 너무 비싸(우린 많이 못 먹는다.. ㅜㅜ) 거의 불포함으로 예약했어서 이번엔 여유 있게 조식을 먹기로~~ 호텔 조식은 가짓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분보후에와 오믈렛이 맛있었다. 커피도 두 잔~~^^
10시쯤 어제 봐두었던 호텔 바로 앞 오토바이 렌탈샵으로 갔다. 주인아저씨가 한국말을 좀 하신다. 한국 나라를 좋아한다고 … ㅋㅋㅋ 전기 오토바이 빌리라고 하는데 나는 혼다 비젼이나 리드 새거 없냐고 우겼다. 하노이 산다고, 비젼 타고 다닌다 하니 그제야 웃으며 비전 새거 하나 찾아주셨다. 땀주(비자) 맡기고 15만 동에 렌트! 기름이 없네. 근처 주유소에서 기름 5만 동치 넣었다. (3만 동만 넣을걸.. ㅎㅎ)근데 핸드폰 거치대가 없네~ ㅋㅋㅋ 어쩔 수 없이 인간 네비게이션 미스최 서비스(딸아이)!
뒷좌석에서 “800미터 직진 후 좌회전~ ”, “200미터 직진 후 우회전~~ ” 하면서 다녔다. ㅋㅋㅋ
이번엔 지난번 너무 더워 포기한 왕릉들을 둘러보기로… 먼저 뜨득 황릉으로 갔다. 시내에서 30분 정도 걸렸으려나? 입장료 2인 30만 동~ 응우옌 왕조 제4대 황제 뜨득(재위 1848~1883)의 무덤이란다. 약 12헥타르, 50여 개 건물과 정원으로 구성되어 있다는데 몇몇 건물은 보수 중인 것 같다. 건물이 50개인지는 모르겠지만 호수, 정자, 소나무 숲이 어우러져 정원 같은 분위기는 너무 맘에 든다.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 더 좋았다. 소음과 매연이 없어 더더 좋았다. 날이 더운 데다 넓은 황릉을 다 돌다 보니 옷이 젖었지만 그래도 파란 하늘만으로 하노이를 탈출한 보람이 있다. 경주 같다. (경주 가고 싶다. ㅜㅜ )
뜨득 황제가 시와 글쓰기를 즐겼다는데 큰 비석에 그가 쓴 글이 새겨져 있단다. 통치자가 인문의 가치를 숭상하고 자기 성찰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게 멋지다. 이 황릉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뭔가 소박(?)한 겸양의 미가 느껴졌다.
다 둘러보니 12시가 넘었다. 너무 더워 정문 앞 가게에서 사탕수수 주스 하나 사 먹고 정비를 한다. 덥긴 하지만 카이딘 황릉이 십여분 거리에 있으니 들렀다 점심을 먹자. 우리 호텔 조식 많이 먹었으니까… ㅎㅎㅎ
카이딘 황릉은 그 줄 지어 있는 석상들 사진 때문에 꼭 가려고 했던 곳이다. 응우엔 왕조 제12대 황제 카이딘의 무덤이다. 여기도 입장료는 2인 30만 동… 1920년 9월 4일부터 시작하여, 황제 사망 후 후임 황제 바오다이에 의해 1931년에 완성되었다 하니 약 11년 걸렸단다. 1993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후에 유적지의 일부로 지정되었다는데 왜인지 궁금하다. 카이딘 황제는 프랑스 식민지 시대에 즉위하였는데 그의 무덤은 그의 지위와 권력, 부의 상징으로 여겨진단다. 가보고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쇠락해 가는 왕조의 황제가 식민지 시절에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킬 방법이 또 뭐가 있었을까 싶다. 계단을 오르면 삼문이 나오고 그 뒤로 중심 전각이 있다. 내부는 세상 화려한데 외국에서 들여온 자재들을 많이 썼단다. 다 돈일 텐데… 백성들의 고혈이었을 텐데… 싶다. 뜨득 황릉에 비해 작지만 내부는 화려하다. 프랑스 왕에게서 받았다는 선물들도 전시되어 있다. 식민지여도, 왕은 잘 살았구나…
황릉이 크지 않아 금방 둘러본다. 1시 좀 넘었지만 배가 고프진 않다. 우리의 마지막 목적지가 된 곳은 폐쇄된 워터파크~~ 튀띠엔 공원이다. 영화 모범택시 촬영장이었다는데.. 드레곤 조형물… 이거 보러 온다고?? 카이딘 황릉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입구에 도착하니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아저씨가 돈을 내란다. 어디선가 입장료 없다고 들었는데 사기 치나요? 자전거 빌려서 가야 된단다. 멀다고.. 구글맵 보니 걸어서 7분이구만. 자전거 안 빌리고 걷기로.. 당연히 돈도 안 냈지. 걸어가는 길은 호숫길이다. 뭔가 방치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다. 걸어가는데 갑자기 천둥소리가 장난 아니다. 이내 먹구름이 달려든다. 곧 비가 쏟아지겠는데?? 서둘러 드레곤 조형물 둘러본다. 내부 원형 계단을 통해 꼭대기까지 갔다. 호수 뷰가 나쁘진 않지만 찌린내도 나고 무질서한 그래비티가 좀 흉물스럽다. 비가 올 것 같아 걸음을 재촉했다. 오토바이 안장이 젖어 있다. 대충 닦고 시동을 건다. 다시 시내로 가자~ 민망 황제릉을 갔다가 가려고 했는데 비가 어떨지 몰라 일단 시내로 달린다. 다행히 큰 비는 안 왔고 점심을 먹으러 후에에 애정하는 식당 메종 짱으로 갔다.
점심 먹으러 간 곳은 나의 또 간집, 또갈집 메종 짱!! 진짜 짱!!! 분보후에, 넴누이, 반쎄오… 미친 맛!
먹고 호텔로 가는 길에 오토바이를 반납했다. 비가 계속 올 것 같아서다. 역시나 저녁까지 내내 굵은 비가 내렸다.
호텔에서 씻고 휴식하다 비가 그쳤길래 늦은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메종짱 다시 가려다.. 마담 투 레스토랑으로 갔다. 2호점을 낼 만큼 여행자들에게 인기라는데.. 분보후에, 넴누이, 반콰이~~ 다 평타 이상!! 후에는 어딜 가도 맛있는 건가…. 전라도 어딜 가나 맛있었는데… 그런 건가… 싶다. 배불리 먹고 워킹스트릿을 거닐며 맥주 한잔 할 곳을 찾는다. 딸아이를 꼬셔서 좀 조용해 보이는 펍으로 갔다. 배가 불렀지만 안주 하나는 시켜야 응당 마땅 고도리니까.. 새우 하나 시키고(맛있었다..) 맥주 한잔 했다. 아니 세잔.. ㅋㅋㅋ
딸아이와 이것저것 얘기 나누며 시간 보내다 호텔로 오는 길에 마트 들러 물 사고 맥주 더 사고 신라면도 샀다. 나 홀로 3차가 이어진 밤….
후에 너무 좋잖아… 또 와야지… ㅎㅎㅎ 그러고 잤다.
아주 흡족한 성공한 탈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