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37. 발리 D +1. 더 이상 해방을 꿈꾸지 않기로 했다.
2025. 10. 11.
나는 지금 발리다. 블루파이어 이젠 화산으로 간다.
나는 더 이상 해방을 꿈꾸지 않기로 했다. 시지프스의 신화 처럼 매번 제자리로 돌아오는 이 삶의 공포 앞에 나는 선언한다.
오케이! 나는 이제 해방을 원하지 않겠다. 더 가두어라. 더 옥죄어라. 웃으며 살아주지.
한글날 낮부터 맥주를 마시다 넘어져 머리에 혹이 나고 오른쪽 어깨가 아픈데 배낭을 메고 아침 7시에 출발해 공항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 10시 10분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시간 5시간이 넘는다. 3시 반 쯤 도착해 도착 비자 받고 입국하려는데 심사대 줄이 어마어마하다.
나는 전자여권이 아니다. (그 파란색 전자 여권 나도 갖고 싶다 정말.. ㅜㅜ )여권 갱신 텀이 안맞았다. 내건 31년까지 10년짜리고 딸아이는 26년까지 5년짜리다. 그리고 어차피 미성년자와 함께라 자동입출국 신경도 안썼다. 이 어마어마한 줄을 1시간 넘게 기다릴 쯤 자카르타에 있는 친한 언니와 연락을 하다 구 여권(일반여권)도 자동 입국이
되고 심지어 미성년자도 된다는 걸 알았다. (왓???)
직원을 불러 여권 보여주고 이게 되는지 스캔해보라고 했더니 된다고 ㅜㅜㅜㅜ 그래서 사람들 줄 헤치고 빠져나와 입국했다. 순간 정말 빡이 쳤다. 내가 뭐한거지? 작년 5월 자카르타 갔고 10월에 발리로 들어와 롬복 갔는데 그 때 안됐었다. 왜 되지??? 아니 그 때 왜 안됐지??? 미성년자도 왜 되냐고??? 머리가 복잡하다. 이미 5시가 넘었는데 배도 고프고 화가 난다. 입국장을 들어서며 괴성을 질렀다.(아악~~~~~)
이게 나다. 인정.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불운이라 느꼈고 불행했다. 한탄 했고 벗어나고 싶었다. 하노이가 그랬고 하노이 직장이 그랬고 하노이 동료들이 그랬다. 무언가 잘못 되어 가는데 속수무책 당하는 느낌이다. 솟구치는 분노와 억울함이 제자릴 찾지 못하고 내맘에서 부유한다. 이게 내 감옥이었다. 지옥이었다.
그랩 타는 곳은 출국장 나와 길을 건너 주차장 쪽으로 가야한다. 일단 그랩 불러놓고 주차장으로 갔는데 기사가 아직 오는 중이네. 심지어 덥다. 지도 보니 주차장 가로질러 도로로 가서 만나는게 빠르겠다. 이 공항을 빨리 벗어나고파 ㅜㅜ
호텔은 그랩으로 15분 채 안걸린다. 내일 일찍 이동하기 위해, 발리 오는 길의 피로를 최소화 하기 위해 공항에서 가까운 꾸따에 잡았다.
체크인 하고 일단 밥부터 먹기로. 구글로 검색해 가까운 식당 하나 찾았네. 근데 가는 길이 영 외지다. 식당 있는거 맞아? ㅡㅡ 근데 있었다.
나시고랭, 미고랭, 사테이~ 빈땅비아~~~ 폭풍 흡입!! 하나도 안남기고 클리어~~
배부르니 화가 좀 가라 앉는다. 누구에 대한 화? 나 자신 !! 바보 똥멍충이~ㅜㅜ 감옥은, 지옥은 나오는게 아니라… 나오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는 것이었네. 해방은 달성할 목표가 아니라 필요를 없애야 할 목표였는지 모른다.
배부르니.. 바다를 보러 가자고 딸을 꼬셔본다. 시큰둥하지만 나는 그냥 가는 엄마다. 10분 정도 걸으니 바다가 니왔지만 .. 꾸따 해변은 20분 더 가야 있다더니 여긴 그냥 그러네.
호텔로 가 씻고 일찍 자기로 했다. 들어가는 길에 200불 환전했다. 갖고 있던 달러가 있어 환전을 했지만 트레블
월넷으로 츌금하는게 환율이 더 나았을 거 같다. 호텔 옆 마트에서 간식과 맥주 사서 호텔로 갔다. 잊어버리지 뭐. 남은 분노도~
그냥 이런거다. 누구나 알았을 것을 나만 모르기도 하고, 나는 아는 것을 아무도 모르기도 한게 인생이다. 소통이란 것은 애초에 불가능의 다른 이름일지 모른다. 누가 나를 알겠는가. 결국 누가 나를 가두냔 말이다. 그럼 해방자도 없다. 결국 인간은 제 멋대로 산다. 내 이 답답함도 그 누구와 공유해서 풀릴 과제가 아니다. 내 이 분노를 그 누구와 공유한대서 달라질 것도 없다.
그냥 살자. 너도 나도 지저분하다. 나라고 별 수 없다. 나에게도 김우빈 같은 지니가 나타난다면 모를까.
그냥 개빡치다 배부르면 잦아들고 시간 지나면 잊힌다. 또 빡치고 술한잔 먹고 잊는다. 또 빡치고 또 잊는다.
나의 감옥은 나다. 그리고 나는 나도 어쩔 수가 없다.
애써 해방구를 찾을 일이 아니다. 그냥 살 일이다. 웃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