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35. 침몰하는 배
2025.9.30.
폭우가 내렸다. 새벽에 천둥 번개 소리에 잠을 깼는데 폭우가 쏟아진다. 출근할 수 있을까… 하필 쫓겨나 단기로 이사 온 아파트가 침수 위험 지역이다. 도로가 침수되어 차량 운행이 불확실한 것이다. 그래도 출근하란다. 오케이~(누구를 위하여 그토록 재택근무(온라인)를 준비하였는가.)
출근 차량 탑승지로 가는 아파트 앞 4차선 도로가 이미 발목 위로 잠겼다. 출근길 도로에 이미 운행을 포기하고 선 차량들이 눈에 띈다. 아… 오늘 집에 돌아올 수는 있는 걸까… 기존에 여기 거주하던 동료가 무조건 통근 버스를 타야 한단다. 아님 못 온다고…
근무 시간 내내 강수량을 체크했다. 비가 점점 많이 온다. 아침에 그 정도 침수된 도로라면 오후엔 더더더더 심각해질 터이다. 조기 퇴근 협의를 한다더니.. 점심 먹고 바로 보내줄 줄 알았는데 3시쯤에야 귀가할 수 있게 해 준다.
문제는 통근버스를 놓치게 되면서 발생한다. 일단 미딩으로 나가는 다른 버스를 탔는데 15분 거리가 2시간 넘게 걸린다. 미딩 스카이레이크 앞에서 멈춘 차… 난 내리기로 한다. 어차피 우리 집 가려면 여기서 그랩이든 뭐든 잡아야 하니까…
금세 어두워지는데 미딩 또한 이미 잠겼다. 갑자기 비는 더 쏟아지고.. 6시가 넘었는데… 차도 안 잡힌다. 우선 문 연 식당으로 들어갔다. 밥이라도 먹고 비 그치면 그랩이든
뭐든 부를 생각이었다. 밥을 먹던 중 같은 아파트 사는 동료로부터 우리 통근 버스가 다시 되돌아오고 있다 한다. 다른 길을 찾고 있다고… 근데 지금 또 막혀 미딩 경기장 근처에 멈춰 있단다. 먹던 밥을 포기하고 그 버스까지 걸어가기로 한다. 만약 버스를 놓치면 집 가는 걸 포기할 수밖에….(내가 사는 지역은 큰 버스 아니고는 통행이 안된단다. 간다면, 버스고 아님 못 가는 거다. 호텔로 가야 하나 고민을 했지만 애는 어쩌냐고.. ㅜㅜ )
이런 길을… 바닥도 보이지 않는 길을.. 두려움 속에서 걸어 통근 버스에 탄 동료들과 연락하며 한참을 걸어갔다.
내내 동료들은 단톡방에서 아우성이었다. 퇴근길이 보장이 안되니 대책을 세워 달라고… (물론, 무슨 대책이 있을까 싶지만 인근 호텔을 빌려준다거나 어디 대피소라도 구해주길 바랐을 뿐이다.)
누구에게? 음…… 그들???
그러나 아. 무. 말. 도. 없.었.다.
세월호 아이들의 아우성이 오버랩되었다. 가만히 있으라 해서 가만히 있을 일인가…. (누구라도 우리의 호소에 답했어야 했다. 적어도! 귀가길 상황을 공유하고 걱정이라도 해주었어야 했다. )
정확한 정보가 필요한 순간. 우리는 누구로부터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가. 결단이 필요한 순간. 누가 우리 모두를 위한 결단을 내릴 것인가.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다는 감각은 서운함을 넘어 분노를 느끼게 하였다.
화장실 문제와 배고픔까지 너무나 힘든 순간에 그 누구라도 우릴 위해 빛을 희망을 주었어야 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외노자들을 살폈어야 했다.
나는 우여곡절 끝에 7시 30분도 넘어 통근 버스를 만났다.
그리고 버스는 정말 탱크처럼 물살을 갈라 나를, 우리를 집으로 데려다주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날 우릴 태운 버스는 침몰하는 배 그 자체였고, 우린 각자도생만이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임을 깨달았다.
앞으로 이 배가 어떻게 운항될지.. 나는 궁금하다. 그리고 나는 곧 이 배에서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