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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ff Jung Dec 15. 2022

인생에서 정말 선물 같은 음악이 있다면

Bedhead  베드헤드 <the present>

글을 쓰다 보면 자꾸만 퇴근 후의 풍경을 그리는 일이 잦게 된다. 비슷한 풍경이 그려진다는 말인데.

이는 이해할 만한 것이, 삶의 풍경을 일용할 양식을 버는 세계와 나에게 온전히 다이브하는 세계로 확실히 구분하는 취향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경계는 속세의 옷을 벗고 기분 좋은 바디샵의 향으로 샤워를 하는 의식으로 나뉠 수가 있겠다.

방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작하는 것은 프리앰프와 파워앰프를 켠 후, CD를 한 장 끄집어내어 CDP로 밀어 넣고 플레이 온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흐르는 음악에 마음을 동화시키며 샤워를 하며 경계를 넘어선다.

이 세계와 저 세계의 기본적인 구분은 세상에서 나의 자아를 지킬 수 있는 좋은 껍질이 되어 주었다.

그 익숙한 풍경에 물줄기의 소리를 넘어 흐르는 음악들은 얼마나 많은 애정들이 함께 했을까.

그리고 그 풍경 속에 함께 했던 정말 인생에서 선물 같은 음악을 이야기하고 싶다.


제목이 선물이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다, 처음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선물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이었다. 그만큼 고마움이 가득하다는 마음일 것이다.

'Bedhead' 베드헤드의 <The present>를 들은 이후 충격은 강렬함을 넘어 세계관을 제시하는 수준이었기에 이후 그들의 음악을 모두 섭렵함은 물론, 후에 kadane 카데인 두 형제들이 다른 멤버들과 새로 결성한 'The new year'까지 고루고루 씹어먹게 되었으며 이제는 완전히 몸에 새겨 버렸다. (새 밴드는 다른 편에서 다시 소개할 수 있어 기쁠 따름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가지를 쳐서  Slow core라고 불리우는 다른 밴드들의 음악들도 기웃거려 본 것은 덤이다.


이 곡은 특별하다.

뭐 그럴싸하게 치장도 없고, 덤덤하고, 단조롭기도 하다. 소위 말하는 훅이랄 것도 없다.

하지만 끊임없이 찾아들게 되는 아름다움이 있다. 위로가 있다.

퇴근 후의 풍경 속에서 특히나 더욱 그러하다. 만약 당신이 오늘 평소보다 조금 더 힘들었다면.

단정한 반복 선율과 리듬을 타고 조금씩 변조되어지는 아름다움은 바깥 세계에서 지쳤던 마음들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동화시켜준다. 흐르는 선율은 3분 여가 지난 지점에 나도 모르는 사이 다른 장을 슬그머니 열어 준다. 그러고 아무 말 없이 옆에 앉아서는 곁에 있어 준다. 때로는 천천히 다독여 주기도 한다.

이 토닥임은 세상 그 무엇보다도 따뜻하게 다가와 마음을 어루만져 주곤 하는데, 매번 천천히 눈물이 가슴속에 가득 차오르며 넘치는 심상을 경험하곤 한다.

모든 이에게 듣기가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겠지만 여기 이 편협한 지면에 새기고 싶은 마음은 이해해 주길 바란다.


단 한 곡만 소개하지만, 역시 한 곡만 아름답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결국 모든 그들의 앨범, 한 곡 한 곡이 찬란하게 빛난다는 말을 기어코 사족으로 달아놓게 된다.


아름다운 밴드이다.

아름답다는 말을 쓸 수 있기에 행복하다.




Bedhead [Transaction de Novo] <The present>

https://youtu.be/65IHpf85G0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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