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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ff Jung Dec 13. 2022

소리의 폭풍에 순간 압도당하다.

Red Sparowes  레드 스패로우즈 <A hail of Bombs>

살면서 서로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받는다.

내가 완벽하게 우뚝 선 후 남의 영향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서로의 영향을 통해 성장한다는 것이 맞을 것이고, 무차별적인 영향에 휘둘리지만 않을 ‘마음 서기’ 정도만 있으면 이 영향이라는 것은 항상 긍정적으로만 작용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음악을 유입하게 되는 경로도 마찬가지이다. 모두에게는 각자의 최애 취향이 있기 마련이고, 공통적인 분모는 존재하더라도 한 명 한 명의 취향은 절대적으로 고유한 주파수를 가지고 있다. 거기에 항상 마음을 열고 받아들일 자세만 되어 있으면 우린 많은 주파수의 에너지를 평생에 걸쳐 습득할 수 있다.

잡지를 통해 신뢰할 만한 평론가를 만난다 거나, 소설 속에서 곁가지로 소개된 음악을 따라가 본다 거나, 동아리의 멤버들이 가지고 있는 음악들을 서로 들려주는 시간을 통한다 거나, 스트리밍 앱에서 흘러나온 음악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거나.

음악에 있어서 만은 모든 마음을 항상 개방해 놓고 싶다.

 

결국 내가 음악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친한 친구들이 성의를 다해서 추천해 주곤 하는데 그 하나하나들의 마음들이 고마울 뿐이다.

금번 얘기하고 싶은 밴드도 한 고마운 친구를 통해 소개받은 음악이다. 큰 마음을 가지고 젊은 시절 유럽으로 건너가서 아직도 살고 있는 친구라 이젠 만날 일도 기약할 길 없지만, 과거 개인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을 때 멀리 해외에서도 잊지 않고 댓글 한 줄로 소개를 해 준 밴드로 감사히 잘 기억하고 있다.

 

‘Red sparowes’ 레드 스패로우즈는 2000년대 한창 중요한 장르로 자리매김했던 post rock, instrumental rock, noise experimental music 등의 장르로 카테고리 지을 수 있겠으며, 그 당시 나도 보컬 없이 밴드 사운드 만으로 풍경을 그려주는 무드에 한창 심취하고 있었다. 장르로 음악을 가두는 것은 기본적으로 지지하지 않고, 위험한 것이지만 대략적인 풍경을 얘기할 때는 유용하기는 하다. 예를 들어 Explosions in the sky, Mogwai, TOE, God speed you black emperor, Sigur ros, Tortoise, 아폴로18, Mono, Lolo’s, World’s end girlfriend들은 엄밀하게 완벽히 다른 음악들이나, 이들을 비슷한 느낌으로 좋아했었다 고 얘기할 수 있겠다.

이 메이저 들 외에도 Sub culture 형태로 상당히 많은 Post rock 밴드들이 범람하였었다. ‘Red Sparowes’는 그 홍수 속에서 사운드와 음악 형태에 있어서 높은 수준의 음악을 들려주었으며, 소개해 준 친구의 에너지를 따라간 지도에는 모든 이정표들이 나를 반겨 주고 있어서 전 앨범들을 즐기게 되었다.

그중에서 한 곡 만을 꼽아 이들의 에너지를 선사해 주면 충분하지 않을까 한다. 그 이후 앨범 듣기는 온전히 각자의 몫으로 두면 될 것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Instrumental rock은 기본적으로 보컬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가사를 통해 어떤 이미지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기능이 차단되어 있다. 이 선천적인 장애는 어떤 면에서 상당히 유리한데 전달을 instrumental만으로 하게 되니까 작곡에 있어서 음악의 구조, 서사, 사운드 본질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된다. 이를 통해 음악의 영역이 한 단계 확장했다고 자부할 수 있겠다. 과거 수많은 avant garde 장르들, progressive rock, electronica music, Ambient 장르 등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자신의 작품을 드러내었을 것이다.

구조적인 음악은 더욱더 많은 상상력을 청자에게 요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이 상상력을 발휘하는 구조가 너무 재미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류의 음악들에 쉴 새 없이 빠져들었던 것 같다.

 

사실 모든 음악은 저기 있을 뿐이며, 누구나 손만 뻗으면 가질 수 있다.

자신의 품으로 가져갈 것인지, 내버려 둘 것인지는 본인의 마음이 얼마나 열려 있는가에 달려 있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 손을 뻗고 싶은 마음이 있는 내 마음에게 항상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하고 있다.  


‘고마워’


 

Red Sparowes [The fear is Excruciating, But therein Lies The Answer] <A hail of Bombs> 2010년

https://youtu.be/nW8bMbGQt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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